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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요청자가 쏘아올린 작은 똥

개발을 모르면 빨리 물어라도 봤어야지


한숨이 났다. 지난 4개월간 도대체 뭘 한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산출물이 툭-하고 내 앞에 떨어졌다.

프로젝트로 만들어야하는데 대체 뭐가 뭔지 정리가 안되어 있었다. 특히 원하는 요구사항 수준이 개발 기간과 현실성이 1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당연히 요청사항의 목표와 하고자하는 것이 명확해야한다. 그 다음에는 현실성있게 정책을 정리해야한다. 여기에는 법적인 내용이나 개발일정 같은 물리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관련 팀과의 공감대라든가 동의같은 소프트한 분위기도 중요하다.


그리고 협업이 잘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업무분장이다. 업무분장을 따라 수행주체와 책임이 제대로 설정되어있지 않으면 모두가 의사결정을 피하고 누군가 하겠지하며 미룬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은 결국 최종적인 수행자들이다.


이 요청자는 이 부분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프로젝트로 다듬어서 진행하려는 기획자를 보더니 '이제 정말 진척이 되겠군요'하면서 4개월을 묵힌 '빅 똥'을 선사했다.

아니 이렇게 푹푹 썩혀서 주기도 힘든데, 핑계는 간단했다.


전 개발은 잘 몰라요
그런 부분은 나중에 기획하고 개발이 붙으면 확인되겠죠.

》 말인가요 방구인가요???


전혀 언지도 받지 못하다가 이미 대표에 보고도 해버리고 날짜도 박아버리고 개발 담당 상무들에게 징징대서 다급하게 투입되는 건들은 대체로 '똥'인 경우가 많다.


 기획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IT가 관련된 무언가를 진행한다면 최대한 사전에 기획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오픈하고 물어보고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도 개발도 재무도 우린 무엇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다. 심지어 그 기간에 일해줄 디자이너가 없으면 어쩔건가?

 절차가 복잡하다고 안하고 버티면서 '되겠지' 생각하는 건 내가 지금 똥을 만들고 있단 뜻이 된다. 개발을 모르니까 내가 생각한대로 보고해야지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나중에 안되는 것은 개발탓을 하겠다는 것인데, 제일 윗사람은 그러려니 할 지 몰라도 동료 모두에게 자신의 능력없음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


일단 생각한 것에서 되는 데까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애자일하잖아요

》 일단 애자일은 그런 뜻 아니고요,
LEAN은 할 수 있는 최소한을 하는거지,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게 아닙니다


 지금의 LEAN 기법을 과거 현대 정주영회장의 '일단 해보자'로 치환해서는 안된다. 하청 개발 짓누른다고 안되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정말 모르는 소리다. 건물이야 부실 공사로 재료가 약해져도 모양이야 완성되겠지만 IT는 겉도 알고리즘도 텅텅 비고 다 됐다는 소리 들을 수 있다.

 

 기획자도 마찬가지다. 기획서로 마스터피스 만들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렇게 할 새에 한번이라도 개발자와 더 상의하고 디자이너와 고객에 대해서 이야기 해봐야한다. 현업에게 법무검토와 재무처리 방식에 대해서 빠르게 확답받아오게 하자.

 진짜 긴급하고 중요하다면 우리까지 느긋하게 UI벤치마킹하며 타사 구경하고 PPT에 여백 맞추느라 공유를  하루하루 늦출수록 똥이 되고 있는 거다.


 여튼 그 분이 4개월간 숙성시킨 빅 똥을 맞아서 정신이 다 혼미하다. 일주일 넘게 여기저기 뛰어다녔더니 이 소식을 들은 개발은 이미 어이없어 하고 있고 디자인팀은 인력조정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법무는 그 분에게 전달받았던 내용과 전혀 다른 팩트를 던져줬다.

 적절하게 이슈를 제기하고 한입사이즈로 업무를 쪼개서 후배기획자와 협업팀까지 전달하려면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아야한다. 대안도 만들어야하고 싸우기도 설득도 내가 해야한다.
 어쩔 수 없지. 이게 내 일인데.


 그래도 참 그 사람 괘씸하다.

 그 직급 차라리 나나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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