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생각의 자기 객관화
생각의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요즘 집중해서 해야할 일들이 워낙 많은데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고 일을 진행시켜야 할 때 나는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첫단계 , 내가 아는 것을 마인드맵에 다 적는다.
둘째, 내가 미심쩍거나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거나 문의한다.
셋째, 완성된 워딩으로 생각하지 않고 멍때리듯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한참을 의미없는 행위를 한다. 마치 시스템단에서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프로그램이 돌아가듯 그렇게 사고를 정리시킨다.
넷째, 생각이 떠오르는 속도로 누군가와 토론을 하거나 글을 적는다. 글을 쓸 때 원래 하나의 논지로 전개하는게 습관이 되다보면 글 속에서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나의 의견과 생각이 분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보통 정리할 때는 시대순이나 의문-인과순으로 정리하는데 전형적인 역사학의 서술 스타일이다. 사학과를 전공했기때문에 이런 태도가 생겼나보다싶다.
다섯째, 내가 쓴 글이나 보고문서를 읽고 또 읽는다. 글을 계속 윤문하면서 내 생각의 논리의 허점을 찾고 보완하고 또 보완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생각의 형태가 바뀐다. 머리속에 안개처럼 떠돌던 지식이 거미줄처럼 엮이며 실처럼 흐름을 만들다가, 글로 정돈되는 순간 종이에 적힌 글처럼 하나의 챕터가 되고 마지막으로 최종적으로 정리가 되면 해당 분야 서랍 속에 쏙 들어간다.
나는 직관이 빠르고 즉흥적인 의사결정이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느끼기엔 기억의 발췌가 빠른 편인 것 같다. 창의적인 생각이 빠른 것 같진 않다. 그저 기억의 편린을 서랍속에 담아두었다가 주제별로 빠르게 잘 꺼내놓는 것 같다. 컴퓨터로 치면 카테고리화와 서치 능력이 좋은 머리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꾸 김구라가 떠오르는건 뭐지ㅋㅋㅋㅋ
하지만 난 내 주요 분야빼면 다른 나라 수도명도 모르고, 국내의 지명의 위치도 모르고, 세계에서 젤 유명한 석유회사도 모르고, 스포츠 선수도 잘 모르고, 김구라보다는 모르는게 천지다.
램(RAM)이 좀 큰데, 보조기억장치는 좀 작아서 선별적으로 저장된다. 특히 얼굴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잘 안 넘어간다. 고등학교때 수업중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친구들이 말해주면 오! 한다. 덕분에 관계에 대한 거나 사소한 추억은 아주 좋은 거와 아주 나쁜 것만 기억하는 편이다.
반면 하드웨어는 쉽게 발열된다. 생각에 따라 쉽게 열받았다가 샐샐거리며 웃다가 정신없다. 그리고 주장도 쎈 편인데 의심이 생기면 내 눈으로 꼭 확인해야 안심한다. 의심없이 한번 신뢰하고 좋아하면 또 확 믿어버린다.
가끔 생각의 엔진이 구동이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엔드데이가 얼마 안남아야 엔진이 스타트 될 때가 많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 불사조가 불싸지르고 다시 알이 되듯 웅크리고 다시 백그라운드 모드로 돌아간다.
일상적으로 내가 열정적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큰 오해라고 말하고 싶다. 잘 보면 난 내가 내킬 때 생각도 움직이는 인간이다. 사주에는 항상 뒷마무리까지 잘해야 한다고 조언을 받는다. 그래서 34년 내내 목표는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뭔가 생각을 많이 할 때 뇌 전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 것을 참 좋아한다. 정말이지 이 시대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생각의 구조와 형태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