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곤도마리에의 사람자체와 태도, 진짜 컨설팅 장면을 보고나니까 정리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물론 '밀리의 서재'에서.
(과거에 '북토피아'라는 지금은 사라진 PC용 이북사이트로 봤었던 것 같은데 어쩐지 감개무량하다)
정리는 인생의 시작이다
그 당시에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다. 그 때 나는 갓입사해서 매일 자발적으로 13시간가까이 시간을 회사에 쏟던 때였다. 8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집에 갔다. 당시 회사 분위기도 그랬었지만 신입이라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학생이 끝나고 회사원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내적 전쟁이었다. 가르쳐주는 사람없이 나서서 배워야하고 스스로 못한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느끼다보니 언제나 허기지고 피곤했다.
그 때쯤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때 나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대학시절 자료와 페이퍼를 정리해서 버리기 시작했다.정말 꽤많은 양을 버렸다. 뭔가 버린지 아쉬운 생각이 들 때면 속으로 이걸 전혀 쓰거나 보지않아도 일상생활에 영향도 없었고 정말 설레는 물건인지 물었었다. 대학생때 길을 지나다가 산 만원짜리 비닐가방부터 중학생때부터 안쓰게되도 모아온 안경, 고등학교때 애정하는 교과서와 필기노트 같은 것들이었다. 한번쯤 볼 줄 알았던 물건들이 전혀 손도 타지 않고 구석진 곳에서 숨죽이며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치우고나니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소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았다.
2015년, 책 때문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면서 집안의 짐을 또 정리하게 되었다. 보통 결혼하면 친정집에 물건을 두고 필요한 물건만 싸들고 나오게 되는데 나는 상황상 나만 두고 가족들이 새집으로 이사가는 상황이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물건들을 싸그리 판단해서 미리 처분해야되는 상황이었다. 또 많은 물건을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시절 쪽지나 편지, 상장들은 버리기 어려웠다. 조용히 한켠에 쌓아두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이 정리되면서 신접살림이 차려졌다.
정리를 배운 것이 아니라 깨달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책에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정리를 배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리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였고 항상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때 삶의 공간을 바꾸는 것은 적절한 터닝포인트이자 통과의례처럼 필요한 일이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공간이 바뀔 기회가 되면 인생이 바뀌었다. 아니 인생이 바뀔 시점에 정리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번에 그녀의 책을 한번더 읽고나서 내가 성장했음을 느꼈다. 설렘을 판단하는 힘도 강해졌다. 이전에는 버려도 될 것같지만 '버려도되나'싶어서 버리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번에는 쉽게 마음의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정리는 할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일이었다.
물건과 날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내가 물건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물건들이 날 표현해주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내가 충분히 고마움을 느끼고 충분히 사용했다면 나 자신만 남아도 충분했다.
살다보면 가끔 자신을 잊을 때가 있다. 일이나 관계에 파묻혀 스스로가 기억나지 않을 때 정리를 통해 버리는 과정은 자신을 온전히 알게 해준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