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관계없는 멘토링을 하는 이유
이 질문을 벌써 꽤 오래 전에 들었다
(실제 업무환경이야 어찌됐든)
넌 대기업에 다니고
직업은 UX인데
왜 아직도 대학교 휴학에 대한
글을 쓰고 멘토링을 하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난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러고 살지?"
처음으로 자립하려고
고민과 우울함에 빠진
대학생과 대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직업전문가도 상담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휴학을 잘 보냈던 선배이기에
명확한 제안을 해줄 수가 없다
그저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조언해주고
나라면 이런 전략을 써보겠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세상을 이해시켜줄 수 있게
많은 책을 읽고
보편타당한 방법론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멘토링도
'업'이라고 할 만한 것일까?
나에게는 직업이 있다
나는 내 직업을 사실 좋아한다
어느날은 때려치고 싶어지지만
그건 직장이지 직업은 아니다
많은 강연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내 직업을 필연적으로 찾아냈다
내 경험과 생각들이 이 쪽을 향했고
결국 이 직업을 만났다
대학생때 여러 경험을 통해서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큰 변화가 아니라
스치듯 지나갈 수 있지만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목표였다
이 지점에서
내 직업과
휴학멘토의 본질은
맞닿아 있다
UX기획자는
내가 본 그 어떤 직업보다도
빠르지만
매우 사소한 변화를 창조한다
작아도 변화는 변화고
조금씩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간다
사소한 좋은 경험은
사용자에게 눈에 보이지않는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
휴학멘토링도 그렇다
우연히 시작해서
나라도 줄 수 있는 작은 도움이고
나약하다고
혹은 진짜로 유약한 친구들에게
약간의 힌트를 준다
그 힌트는 씨앗처럼 자라고 자라서
어디선가 싹을 틔운다
가끔 감사의 메일이
날아오거나 할 때면
이 세상에 나는 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이 일도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별생각 없이 상담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내가 '업자'인줄 안다
어쩌면 컨설팅상품추천이라도
할 거라고 각오하고 있다
나는 내 직업이 있다고
그래서 취업과 휴학에 대해
너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고 말해주면
직업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안심한다
장사꾼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도 욕심은 있어요
회사에서 연차가 높아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내 인생에는
더많은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임무만큼
전에 없던 욕심도 생겨났다
여전히 '작은 변화'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많은 변화'를
꿈꾸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언제나 끝없는 공부와
새로운 도전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목표는
척박한 회사와 사회라는
제도권 내에서
얄밉게도 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개인적 욕심에 있다
그 어느때보다 헬조선에 살고 있고
나같은 사람들이 도리어
노력충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그런데
어차피 살아봤자 지구에서
인간사회에서 산다
요즘 해외의 갭이어사례나
프로젝트 속 사람이야기를 보면
그건 거기서 거기다
지독한 사회 혐오와
자기발전의 욕구 속에서
싸우고 또 싸운다
나는 사회가 거지같아도
얄밉게 잘 사는 삶을 꿈꾼다
아주 얄밉도록 뻔뻔하게 잘 살고 싶다
돈 말고 내적으로
그리고 일이 아니면 삶에서
삶이 아니면 일에서
계속 삶의 가치를 발굴해내려고 한다
사실 브런치에는
대학생 유저가 별로 없다
내 휴학에 대한 글도
과거 이커머스 UX에 대한 글도
생각보다 읽는 사람은 많이 없다
기존에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나 포스트가 아닌
이 곳에 글을 쓰게 되는 건
글에 대한 나의 욕심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되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안정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창작권을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브런치에 오게 되는 힘이다
나는 기획자라서
하루에도 몇번씩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시도해볼 수 있는건
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한다
멘토링보다 의미있는 취미가 또 어딨을까
항상 더 많은 대학생과 함께하고 싶다
뭐 여튼 그래서
나는 계속 이 일을 한다
뭐 하나 남는 것도 없을 지 몰라도
적어도 나의 사고관은 매일 깨지고
또 이를 통해 계속 자라나는 것 같다

뭐 그래서
바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