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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05. 2016

"너는 근데 그런건 왜 하는거야?"

직업과 관계없는 멘토링을 하는 이유

이 질문을 벌써 꽤 오래 전에 들었다


(실제 업무환경이야 어찌됐든)

대기업에 다니고

직업은 UX인데

왜 아직도 대학교 휴학에 대한

글을 쓰고 멘토링을 하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난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러고 살지?"


처음으로 자립하려고

고민과 우울함에 빠진

대학생과 대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직업전문가도 상담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휴학을 잘 보냈던 선배이기에

명확한 제안을 해줄 수가 없다

그저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조언해주고

나라면 이런 전략을 써보겠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세상을 이해시켜줄 수 있게

많은 책을 읽고

보편타당한 방법론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멘토링도
'업'이라고 할 만한 것일까?

 


나에게는 직업이 있다

나는 내 직업을 사실 좋아한다

어느날은 때려치고 싶어지지만

그건 직장이지 직업은 아니다


많은 강연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내 직업을 필연적으로 찾아냈다

내 경험과 생각들이 이 쪽을 향했고

결국 이 직업을 만났다



대학생때 여러 경험을 통해서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큰 변화가 아니라

스치듯 지나갈 수 있지만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목표였다


이 지점에서

내 직업과

휴학멘토의 본질은

맞닿아 있다


UX기획자는

내가 본 그 어떤 직업보다도

빠르지만

매우 사소한 변화를 창조한다


작아도 변화는 변화고

 조금씩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간다

사소한 좋은 경험은

사용자에게 눈에 보이지않는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


휴학멘토링도 그렇다

우연히 시작해서

나라도 줄 수 있는 작은 도움이고

나약하다고

혹은 진짜로 유약한 친구들에게

약간의 힌트를 준다

그 힌트는 씨앗처럼 자라고 자라서

어디선가 싹을 틔운다


가끔 감사의 메일이

날아오거나 할 때면

이 세상에 나는 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이 일도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별생각 없이 상담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내가 '업자'인줄 안다

어쩌면 컨설팅상품추천이라도

할 거라고 각오하고 있다


나는 내 직업이 있다고

그래서 취업과 휴학에 대해

너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고 말해주면

직업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안심한다

장사꾼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도 욕심은 있어요


회사에서 연차가 높아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내 인생에는

더많은 임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임무만큼

전에 없던 욕심도 생겨났다


여전히 '작은 변화'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많은 변화'를

꿈꾸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언제나 끝없는 공부와

새로운 도전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목표는

척박한 회사와 사회라는

제도권 내에서

얄밉게도 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개인적 욕심에 있다


그 어느때보다 헬조선에 살고 있

나같은 사람들이 도리어

노력충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그런데

어차피 살아봤자 지구에서

인간사회에서 산다


요즘 해외의 갭이어사례나

프로젝트 속 사람이야기를 보면

그건 거기서 거기다


지독한 사회 혐오와

자기발전의 욕구 속에서

싸우고 또 싸운다


나는 사회가 거지같아도

얄밉게 잘 사는 삶을 꿈꾼다

아주 얄밉도록 뻔뻔하게 잘 살고 싶다

돈 말고 내적으로

그리고 일이 아니면 삶에서

삶이 아니면 일에서

계속 삶의 가치를 발굴해내려고 한다






사실 브런치에는

대학생 유저가 별로 없다

내 휴학에 대한 글도

과거 이커머스 UX에 대한 글도

생각보다 읽는 사람은 많이 없다


기존에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나 포스트가 아닌

이 곳에 글을 쓰게 되는 건

글에 대한 나의 욕심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되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안정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창작권을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브런치에 오게 되는 힘이다


나는 기획자라서

하루에도 몇번씩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시도해볼 수 있는건

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한다

멘토링보다 의미있는 취미가 또 어딨을까

항상 더 많은 대학생과 함께하고 싶다


뭐 여튼 그래서

나는 계속 이 일을 한다

뭐 하나 남는 것도 없을 지 몰라도

적어도 나의 사고관은 매일 깨지고

또 이를 통해 계속 자라나는 것 같다



뭐 그래서

바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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