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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Mar 16. 2020

오프라인 유통이 생각보다 데이터를 못 모으는 이유

복합몰 : 스타필드를 통해서 본 2가지 문제점


오프라인 유통이 많으니
데이터 많이 모았겠네요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추천 서비스 만들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거에요


컨설팅사도 이른바 전문가들도 밥먹듯이 이 소리를 한다.

말은 된다. 근데 말만 된다.


우리 집 근처에는 스타필드가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스타필드에 가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필요할 때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한다.

물론 스타필드 포인트도 있고 트레이더스에서 이마트포인트회원 할인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자, 그럼 신세계는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나란 고객이 자주 온다는 것만 알 뿐,

왜 왔는지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때문에 올 것인지 스타필드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모두 영수증에 있다.




문제점1-이원화된 영수증, 이원화된 데이터


스타필드에서 생필품도 보고 옷도 샀다.

매장의 계산하는 사람이 묻는 대답에 따라 신세계포인트도 적립했다. 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영수증2장을 스테이플러로 찝어서 준다.


아마도 관심이 없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그냥 지나치겠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부분이 있다.

왜 종이 아깝게 영수증이 2장일까??

스타필드의 영수증은 2장씩이다



무엇이 다른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자.

1장은 브랜드명이 기입되어있고 품목이 쓰여있고 한쪽은 스타필드 이름이 보이고 브랜드명에 총액만 기입되어 있다.

어차피 품목 하나밖에 사지 않은 SPAO 영수증에서 이 차이가 잘 안보인다면 옆의 JAJU의 영수증을 보자.


 2개 이상의 제품을 산 JAJU의 영수증에서 명확한 품목정보는 JAJU 영수증에만 찍힌다. 반면에 나머지 영수증은 JAJU란 이름으로 총액만 찍히고 신세계 포인트 적립 내역은 스타필드 영수증에만 찍혀있다. 또한 상세한 결제수단도 JAJU영수증에서는 나와있지 않다. 어떤 신용카드를 사용했는지는 스타필드 영수증에만 나온다.


JAJU에서 구매할 때 캐셔는 JAJU멤버십도 적립하겠냐고 물었고 난 없다고 대답했다. 만약 내가 멤버십에 적립했다면 JAJU영수증에는 해당 포인트도 찍혔겠지. 미안하게도 난 없다.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 이 영수증의 찍힌 정보는 영수증에 적힌 주인공들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전체라고 보면 된다.


1) JAJU도 스타필드도 아는 것 :
  JAJU에서 내가 사용한 금액

 2) JAJU에서만 아는 것 :
  JAJU에서 구매한 상세 제품
 나라는 사람을 특정하는 멤버십 정보(JAJU멤버십 인증했다면 )

3) 스타필드에서만 아는 것 :
  결제 수단 , 결제 시점 -> 스타필드 방문시간대
  나라는 사람 (신세계 포인트 적립했기 때문)


정리해보면 이렇다.

영수증만 보고 어떻게 아냐고?

확인차원에서 스타필드 앱에서  영수증 정보를 보자.


스타필드 앱에서 보여지는 영수증내역




스타필드앱에는 영수증이 총액이 담긴 스타필드 영수증 하나 뿐이다. 근데 영수증 페이지의 안내문구는 또 다른 제약이 있음을 보여준다.


"결제 시 신세계포인트로 적립한 내역만 표시됩니다"


이 말은 반대로 말하면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지 않은 결제는 영수증 정보를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신세계 멤버십을 적립하지 않았다면 신세계가 나라는 고객에 대해 분석할 방법은 전혀 없다.


이런 말을 할 때 남편이 반문했다.

"신용카드 결제 정보가 있지 않아?"


신용카드 번호로 개인식별은 못해도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있겠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미안하지만 신용카드정보는 카드사와 VAN사, PG사 외에는 어디서도 수집 못한다. 영수증에 마스킹 처리된 저 정보가

 스타필드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다라고 보면 된다.


"뒤에서 따로 주고받을 수도 있잖아?"

미안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개인 구매목록을 구매자 동의도 없이 제3자 법인에게 제공한 것이 되므로 스파오나 JAJU를 당장 고소해야한다.


"JAJU는 신세계꺼인데?"

신세계는 맞지만 JAJU는 '(주)신세계 인터네셔널'이고 스타필드과 법인이 다르므로 제 3자가 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 데이터를 쌓고 이력을 공유하려한다면 별도의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선택적으로 받아야한다.

누가 오프라인 결제하면서 이걸 일일이 받을 수 있을까?

심지어 정보제공동의의 목적이 명확해야하고 파기시점과 동의여부도 관리해야하는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오프라인으로 받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


결국 스타필드는 지금 개인이 구매한 상품정보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나마 수집되는 결제수단이나 결제금액조차도 멤버십을 적립하지 않으면 누구의 결제인지 식별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은 2번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문제점2- 분리된 멤버십, N개의 법인이 가로막는 데이터 통합


스타필드에서 이것을 본 기억을 떠올려보자

초등학생때부터 이마트에서 돈까스 사먹던 내가 이마트 포인트에 가입된 시기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언제가부터 있었고 소멸되고 없어질지언정 계속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스타필드에 가서 놀랐던 점이 있었다.

"스타필드 회원이 아니시면 전화번호로 적립못하세요~"


여기 모두 다 신세계 아닌가?

신세계 맞는데 모두 한 회사는 아니다.

이마트에서 적립하던 포인트로 적립은 모이지만

스타필드는 우리가 가입하고 개인을 식별하기 전까지는 우리 전화번호만으로는 개인의 신세계포인트 계정을 못찾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대한 이해는 통합회원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아래에 링크된 글을 읽어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

아무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법인이 다르면 회원제가 같을 수 없고 회원의 개인정보도 고객의 동의없이는 함부로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https://brunch.co.kr/@windydog/215


자 그럼 복잡한 설명보다는 신세계포인트에 내 스타필드 결제정보가 어떻게 수집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자.


SSG페이의 영수증 모아보기



신세계 포인트만 전담하는 앱이 없어서 '에스에스지닷컴'에서 운영중인 쓱페이 앱에서 영수증 모아보기를 봤다. 모아보기할 서비스를 먼저 선택하면서 업체를 선택하고 영수증 제공 동의를 받자 정보가 노출됐다.


역시나 영수증 모아보기 제공사는 이마트다. 이마트가 그룹사내의  결제 정보의 핵심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스타필드는 심지어 법인이 3개다. 지점만 다른게 아니라 고양점과 하남점은 서로 고객 정보를 임의로 통합해서 볼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꼼꼼이 늘어져있는 법인명만큼 정보는 분절되고 데이터는 나눠져있다. 모아보려면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야하는 정보들이다.


그리고 영수증을 다시보자.

역시나 영수증에는 JAJU에서 산 총액만 찍혀있다.

이 정보가 스타필드에서 수집한 유일한 정보였고 신세계에서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에 해당한다.


상품명까지 모이지만 스타필드로는 공유되지 않는 계열사 영수증



게다가 영수증을 보다보면 스타필드내에서도 신세계 법인이 다르면 관리가 다른 방식으로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인다. JAJU는 계열사라도 입점업체 취급했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일렉트로마트는 영수증이 이원화 되어 있지도 않고 영수증 데이터도 제대로 수집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스타필드는 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가질 수 있지만 스타필드는 안된다.

무려 스타필드 안에 있는 신세계 매장인데도 말이다!




데이터를 통한 추천에는 최소 2가지가 필요하다.

구매자를 식별하는 것과 상세 구매에 대한 정보다.

멤버십은 회원식별값이고 결제상세 정보는 분석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고객 프로파일링도 하고 유사고객 그룹도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은 유통사들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유통을 하는 대기업들이 데이터와 마케팅 니즈가 강화되면서 그룹사내에 핵심 조직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보통 통일된 회원제와 결제내역을 수집하기 위해 포인트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아대고 있다. 

포인트 적립을 댓가로 한 그룹사내에서 일어난 거래내역을 모두 모을 수 있다. 물론 목표는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법인과 멤버십이 쪼개지고 분리된 구조에서는 쓸만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수많은 동의가 필요하고 정보활용에 예민한  고객에게 마케팅 동의를 받을 방법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입점사별 매출총액만 관리하던 과거의 방식을 바꿀 생각을 못한다면 의미있는 정보가 모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는 오프라인유통의 돌파구를 데이터로 만들기는 어렵다.



쓸만한 데이터는 무턱대고 쌓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목적에 맞는 형태로 쌓아야하고

이를 위해 애초에 법적인 이슈가 없도록 검토되어 있어야한다.


이런 이유로 난 스타필드가 당분간 날 제대로 타겟팅 할 것같지 않다.

스타필드는 나에 대해 뭘 추정할 수 있을까?

스파오에서 여성용 조거팬츠를 사고 JAJU에서 접시 2개와 뽀송뽀송 규조토 칫솔꽂이를 샀는데 스타필드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점은 오로지 내가 각각의 브랜드에서 쓴 결제수단이 둘다 삼성 카드라는 것뿐이다. 트레이더스나 일렉트로 마트에서 결제한 내용도 모르고, 스타필드의 다른 지점에서 쓴 돈도 모른다. (안다면 불법이다)

마음을 아주 넓게 써도 스타필드에서 결제하고 돌아다닌 방문 추정시간도 알 수 있겠지만 이것이 나에 대해 안다고 말하기엔 부족해보인다.


여전히 쇼핑의 설렘을 주는 신세계의 스타필드조차 이렇다면 다른 쇼핑몰들은 잘 하고 있는걸까?

신세계에서 일하지도 않는 내가 왜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다른 오프라인 유통사의 데이터 구조도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덪. 난 어제 다른 대형 쇼핑몰에서도 영수증 2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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