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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Aug 16. 2021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어쩐지 사랑 넘쳐서 쓴 남편이야기


갑자기 이 글이 왜 쓰고 싶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문득문득 우리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벌써 만 6년전. 각자 3000만원씩 6000만원을 달랑 들고 서른 살의 여름에 결혼을 했다. 빠른 년생인 남편과 나는 사실 동갑이라서 나는 대리 2년차, 그는  2년차 사원이었다. 부모님께 도움받은 돈 하나도 없이 둘이서 시작하는 결혼이 풍족하진 않았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했지만 남들 다 하는 전세아파트없이 30년도 더 된  빌라에서 반전세로 시작했었다.

 결혼식 후 가전도 한번에 마련하지 못해서 일단 입주부터 하고 들어가서 월급 나올 때마다 가전가구를 하나씩 샀다. 냉장고와 TV만 갖추고 시작해서 다음달에 식탁이생기고 다음달에 거실장이 생기는 식이었다.

 겨울이면 추워서 수면잠옷에 후리스는 기본이고 여름에도 창문을 활짝 열기 어려운 빌라촌에 도심의 검은 먼지가 쌓이는 1층집. 게다가 녹물도 콸콸 나와서 모든 수도꼭지마다 정수필터를 달아두면 한달에 한번은 녹으로 새빨개진 필터를 갈아야했다.


 그래도 월세였기에 큰 대출이나 큰 목돈 들어갈 일없다는 생각을 하며, 목돈 마련을 위해 우리는 기를 쓰고 월급을 모아나갔다. 해외여행도 갔지만 최저가 호텔과 경유를 하는 중국비행기를 타고 최대한 비용을 아끼며 많이 걸어다녔다.

 퇴근 후 저녁은 가능한 집에서 해먹었다. 쌀을 보내주시는 시아버님 덕분에 쌀값을 아꼈고 퇴근 길에 땡처리하는 마트 마감 세일에서 할인된 고기나 버섯, 채소,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두부를 사와서 간단히 볶거나 끓여서 먹었다. 어떤 때는 1끼 해결에 2천원도 들지 않았다.

  외식은 주 1회만 했고, 우리의 암묵적 기준은 2만8천원 이하였다. 즉,  족발 '중'자까지만 됐다. 주요한 메뉴는 치킨. 거창한 마트 장보기는 되도록 하지 않았다. 무료배송 최소 금액이 낮은 롯데슈퍼에서 딱 필요한만큼만 온라인 주문을 했고, 과자는 꼭 1봉지만 샀다. 과자를 너무 좋아하는 나를 남편이 말리고 말렸다.

 이런 모든 규칙을 지킬 수 있는 것에는 조용한 카리스마의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모든 소비에 신중한 편이고 야식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을 따라 불편해도 나 역시 모든 소비 생활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했다. 정말 필요한가를 여러번 되묻고나면 소비는 정말 신기하게 잠재워졌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우산의 벨크로가 망가지자 그 부분만 사서 아직까지 쓰고 있는 것은 정말 우리가 생각해도 가장 히트다 히트. 홋카이도 여행에 환전해간 50만원 중 20만원 남겨온 썰도 평생 우려먹을 스토리다.

 그래도 나에게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난 그 와중에 대학원을 다녔고 듣고 싶은 책과 강의는 마음껏 들었다. 본인은 7년넘은 구닥다리 PC를 쓰면서도 나에게는 마음껏 쓸 수 있게 그램노트북을 새로 사줬다.


 다행인건 소비습관이 원래도 크지 않았던 두 사람이 만나서 더욱 열심히 틀어쥐고 노력했었기에 모으는 속도도 빨랐다. 약간 남아있던 학자금 대출도 금방 갚았고, 우린 서울에서 집을 구할 수준은 아니어도 전세집을 얻을 만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서울은 아니지만 우연찮게 발견한 집을 보고 전세와 매매를 고민하다가, 매매를 선택한지 벌써 2년. 인생 처음으로 거대한 대출을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종종 나는 집안을 돌아보며 신기해하고 행복해한다,

 이사하면서 우리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세탁 건조기와 로봇 청소기를 샀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돈을 절약하려는 우리의 규칙은 그 전보다 많이 유연해졌지만 종종 그 시간에 감사한다. 이사 오기전까지 당시에는 징징대고 갑갑해했었던 여러 어려움을 참고 이끌어준 우리 남편이 너무 소중하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는 처음으로 레스토랑에 가서 코스요리를 먹었다. 책이 첫 출간되던 즈음이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우린 더 많은 어려움과 시간을 우리 힘으로 해결해온 것 같다.

 종종 사람들은 오만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근데 내가 남편에게 배운 한가지는 어떤 어려움도 심지어 돈에 있어서도 인생에서 나타난 어려움은 어쩌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극복은 꽤나 일상속에서 작은 노력을 일관성있게 가져가야한다는 점이지만.

 남편은 못하겠다고 징징대면 나에게 항상 말한다.

내가 본 이미준은 항상 어떻게든 해냈다

 

 그 한마디가 또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이 까다롭고 꼬장꼬장하게 오늘도 땀 뻘뻘 흘리며 복근운동하며 식단 조절까지 하시는 이 남자가 곁에 있다는 게 어떤 때는 징징대기 바쁘지만 항상 멀리와보면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도 난 어떻게든 오늘을 잘 만들어나갈 것같다. 멀어보이는 목표도 오늘이 쌓이면 또 어떻게든 해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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