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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Sep 15. 2021

열정? 불꽃이 아니라 어쩌면 방향성

열정적이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서 구호로 나오는 성장과 발전, 그리고 열정에 대한 키워드를 듣다보면 갑자기 조급하고 불안해질 때가 많다.  인스타그램의 전시된 삶을 볼 때처럼 나만 가만히 서있고 다들 내 주변에서 최고로 빛나는 느낌이 들어 주눅이 들 때가 있다. '스타트업 프로듀스 101'인 이 시대에서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달려도 종종 이게 맞나 싶어 두리번거리게 될 때,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은 꽤나 즉흥적인 면이 많아서 종종 적당히를 모르고 질주하다가 다 타서 불꽃이 꺼져버리기도 한다. 말 그대로 '번 아웃'. 온갖 마음을 연료로 살아가다보니 마음이 텅 비어서 재료충전이 필요하다는 몸과 마음의 강력한 경고다.


 설렘은 곧 열정일까?


 요즘은 타인의 번아웃도 어쩌면 열정의 훈장처럼 보인다. 번아웃은 커녕 집중도 안되는 상황은 번아웃이 아니라 슬럼프다. 그치만 번아웃은 사실 병이다. 슬럼프는 극복이 되지만 번아웃은 쉽게 극복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번아웃이 온 사람에게 필요한 '절대안정'은 더욱 쉽지  않다. 조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성장을 잠시 멈추고 쉬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그리고 더이상 설렘이라는 땔감을 주입하지 못해서 다시 달리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억지로 해커톤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키며 "열정아 타올라라!!!"를 외친다.


 근데 때론 그 닥달이 적절한 것인가를 생각해야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브런치를 하는 사용자들 글을 읽다보면 누가 내가 쓴 글을 퍼가고 좋아요를 누르면  1명만 있어도 방방 뜨고 설레는 때가 있다. 첫 구독자 10명에도 너무 소중해서 행복하던 때가 있다. 100명만 되도 이벤트를 한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사람의 고마움은 그대로라도 점점 설렘은 줄어든다. 이건 건방져서가 아니다.

 오래사귄 남친과 남편이 여전히 너무 좋고 사랑스럽지만 우연히 집에서 눈이 마주쳤다고 심장이 떨리고 '혹시 날 좋아하나?'이러진 않는다. 왜냐하면 날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앎이 주는 작용과 반작용에서 설렘이 나타날 스테이지가 이미 지났을 수 있다. 호르몬조차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적인 애정은 점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으로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그때는 새카맣게 매연이 가득하게 마음의 장작을 다 태우던 방식으로 절절끓던 보일러의 방식을 바꿀 때다. 지역난방은 지역의 거대한 열병합 발전소에서 온수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절절 바닥이 끓듯이  뜨끈하지 않지만 온수가 계속 공급된다. 대신에 보일러처럼 물이 다 증발해서 보일러가 고장나는 일이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항상 그렇게 뜨거워서야 오래할 수가 없다. 조금 무던해지고 설레지 않는다는 건 열정이 끝나서가 아니다. 치기 어린 설익은 감정이 끝나고 이제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기 됐기 때문이다.

 행동의 지속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열정이다.


그럼에도 설렘이 되찾고 싶다면,


  왜 열정이란 설렘을 가져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눈 뒤집히는 사랑과 덕질이 필요한 사람인가? 반대로 말하면 난 장기적인 지속이 불가능한 타입인가?

 인생은 길다. 미친듯이 힘든 날도 엄청나게 바쁜 시기도 또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날도 생각보다 길지 않다. 세상도 내 생각도 언젠가 변하고, 꼭 콩 볶아먹듯 활활 타는 것만이 좋은 결과를 내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설레고 싶다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기 보다는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을 찾아내길! 같은 것도 다른 필터의 시각으로 보면 또 의외의 매력이 생긴다.

 

 걷든, 뛰든, 잠시 쉬든, 하나의 방향으로 계속할 수 있다면 뜨겁게 밤을 새고 동지들과 얼싸절싸 난리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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