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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13. 2021

더닝 크루거의 파도가 반복된다

어느덧 강의가 벌써 5년차가 되었고, 난 성장했고, 근데 괴롭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얕을수록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경향을 의미한다. 

2017년의 나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매함의 봉우리를 조금 넘어서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지만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꽤나 자신감이 있었고, 내 나름대로의 정리를 '겸손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기는 했다. 지금은 '절망의 계곡'을 매일 헤엄치는 기분이다.


5년전에 만든 강의자료를 보자면 솔직히 난 정말 많이 성장했다.

추상적으로만 이해하던 애자일방법론이나 Userstory에 대해서도 이제 나 나름대로의 일하는 방법들을 만들어가고 있고, 그 안에 MSA 구조의 이커머스 구축에도 참여해봤고, 프로덕트팀으로도 일해보고 있고, 이제는 그냥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떠들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다.  


그런데 성장속에서도 괴로운 것은 아는 것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내가 느낀 노하우는 나눠줄 수 있지만 내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척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점점 더 겸손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얼마나 알고 있기에 떠드는 것인가에 대한 괴로움이 떠나질 않아서 계속 무언가를 붙잡고 공부하게 되고, 회사 업무에 마음이 괴로운 날들도 너무나 많다.


이 직업의 매력이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이 직업의 단점은 '매일 부족한 나를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 항상 모든 결정은 쉽지가 않고, 나의 태도와 나의 방향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해서 질의하고 질문하고 의심해야 한다.


얼마전 한 수강생분이 기획 피드백을 받고는 '내가 한게 다 틀린거냐'는 질문을 해왔다. 나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 반박할 수도 있으니 그 지점을 알려준 것이고, 기획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라고 답변을 주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생각이 혼란스럽게 무너지는 경험, 그 경험이 기획자가 되고나면 매일 겪어야 하는 가장 큰 감정이다. 얼굴이 확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럽거나 쥐구멍에 숨고 싶어지는 날도 있고,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기획 미정의된 영역들로 인해서 심장이 타들어가는 뜨거운 경험도 하게 된다. 근데 그건 초심자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10년차가 넘어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난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이.. 더닝 크루거 저 표도 틀렸지 싶다.

저 표는 숙련도의 정점이 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표인데 실제 이 놈의 기획자 생활에는 정점이 없다. 항상 새로운 상황과 하루도 똑같지 않은 문제를 만나다보니 항상 '우매함의 봉우리'와 '절망의계속'이 끝없이 이어지면 파도를 친다. 다행인 것은 루프는 아니라서 지혜의 X축은 계속해서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조금씩 더 성장한다. 이놈의 자신감이 항상 문제일 뿐이다.


보통 강의를 하고 말이 많은 사람은 자기 자랑에 능하다. 어떤 높으신 분의 강의가 '라떼'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자랑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자랑할만한게 없다.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들의 기준이 너무나 명확해서 내 직업적 가치관으로서 말하고 다닐 뿐이다. 이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거나 정답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는 실패의 경험과 고통의 경험이 더 많다. 책을 2권을 썼다고 해서 내가 천재적인 기획자라고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생각도 전혀 없다.  지금도 이렇게 기획을 하다가 머리가 안돌아서 징징대고 있지 않은가.. 즐거운 불금에 말이지-_-..


그럼에도 나는 나의 후배들은 연차보다 더 빠르게 지혜를 가지고 성장해서.. 위트있게 일했으면 좋겠다. 나처럼 '더 잘 해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는 모든 친구들이 스스로에게 조금은 위안을 주면서 조금은 덜 조급해하면서 잘 성장해나가면 좋겠다. 나처럼 스스로를 볶아대지 말고.  


어쨌거나,, 너무나 괴로운 '절망의 계곡'에서 헤엄치면서 내가 그래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작게나마 위안이 된다. 오늘날의 발버둥이 분명 의미가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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