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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27. 2021

일반 평사원이 업에 대한 책을 2권 내기까지..

무경계북살롱을 준비하면서 :) 독서모임 발제<코딩 몰라도 됩니다>


내일 무경계북살롱에서 새 책인 <코딩 몰라도 됩니다>라는 주제로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약간 폐쇄형 북모임이라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하고 선착순으로 소수정예 15분을 모시게 되었어요:)


평소에 제 브런치를 많이 보시지 않고 조금 더 연차가 있으신 분들이 모이신다고 하셔서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백그라운드에 대해서 자세히 공유드리고 

책의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려고 하는데요. 

브런치에서 먼저 정리해보면서 내일 모임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 



도그냥 또는 이미준, 일반 평사원이 일에 대한 책을 2권이나 내기까지 

 저는 대학에서 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평범한 문과생 출신으로 막연하게 '실무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더 막연하게 '기획자'가 되고 싶었어요. 기획은 멋전 장표로 '무언가를 하자'라고 이야기하는 줄 알았고 뭔가 드라마에서 본 정도의 이미지와 '광고기획'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국내에 나오기 시작한 2010년 무렵에 'UX'란 단어가 들었고 인문학도이자 기획자를 꿈꾸며 IT를 좋아하던 저에게는 후광같은게 보이는 기분이었죠. 블로그를 운영하고 포토샵으로 디자인하고 HTML에 제로보드 설치해서 단체 홈페이지 만드는 취미가 있었으니까요. 그 정도면 많이 아는 줄 알았어요. UX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사용자 리서치'나 '유저빌리티 테스트'와 같은 것들을 배우다가 대기업 계열의 이커머스회사에 UX라는 부서에 정말 면접에서 박박 우겨서 들어갔어요. 여기까지는 아마도 평범한 입사 스토리였을 것 같아요. 네 사실 지금도 평범하긴 해요. 그래도 30대 중반에 이렇게 제 책이 2권이 나오고 독서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큰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시작을 한 사람은 무수히 많고 저 역시 그랬어요. 현장은 UX에 대해서 품고 있던 생각들과 달랐죠. 누누히 말하지만 이미지 배너 하나 붙이는 것도 개발자와 대화하기 버거웠고, 생각보다 고민하고 대화하고 소통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너무나 다행이었던 것은 제가 입사할 때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신입을 받은 상태였고 저는 그 업계에서 10년가까이 다 다른 환경에서 일해오신 수많은 선배들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아쉬웠던 건 커리큘럼도 없고 누구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곁눈질로 배우고 눈치보고 이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는 거였어요. 

 제가 택한 방법은 닥치는대로 책과 아티클을 읽는 거였어요. 가장 고민했던 것은 '서비스기획자'라는 일은 한국에만 있는 사양직업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거의 구전에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일에 대한 학습을 프로세스화시키고 구조화해서 설명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고민했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외의 'UXmatters.com'이라는 블로그의 아티클을 읽고 국내에서 UX라는 타이틀로 나온 대부분의 책을 봤었어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들 이상적인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해도 정말 발 붙이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현실의 모습과 사실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5,6년차가 지나면서 정말 열심히 한 끝에 회사내의 조직과 이커머스의 기본적 구조들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었고 기능이나 목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때까지는 '프로덕트'라기 보다는 그냥 'IT 산출물'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커머스의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제 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회사가 크거나 엄청난 기능을 만드는 것은 소용없었어요. 이커머스라는 온라인 산업에는 흐름과 특징이 있고, 국내에는 국내만의 특수한 흐름이 있었어요. 그 속에서 시스템은 단지 시스템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다닌 회사는 여러모로 가능성과 부침이 많았어요. 비용과 활용 자산은 많은데 이상하게 이커머스를 더 키우지 못했어요. 그 사이에서 온오프라인의 차이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커머스는 어떤 기능을 만든다고 해도 비즈니스가 사용자 UX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원하는 방향대로 작동되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만드는 사람 뿐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회사 전체가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시스템은 오프라인의 시각에서 보이는 전단지가 아니라 시계의 핵심 무브먼트였어요. 이게 제 스스로 깨달은 '프로덕트'의 개념이었죠.

 서비스 기획자는 크게 2가지 일을 해요. 프로덕트의 목적에 따른 방향성을 이해하고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정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조직적으로 서비스 기획자가 전략적인 부분을 전략기획에게 많이 이관하고 수행과 HOW에 집착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애자일 조직에서는 PM 또는 PO라고 직무는 WHY와 WHAT에 강조점을 두고 프로덕트와 전략을 고민하고 HOW에 대한 부분을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많이 나눴어요. 단지 요구사항을 듣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만들 수 있는 프로덕트의 보안관이 되는 거에요. 이런 형태가 없으면 서비스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지거든요. 제가 일하면서 느꼈던 중요한 깨달음의 방향으로 시장 전체도 움직이고 있어요. 

  평사원이 자신의 일을 정의하고 넓게 보려면 방법은 일하면서 자신의 일을 '구조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자신만의 생각을 개똥철학이라고 할지라도 퍼뜨려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배들은 저보다 쉽게 잘 정리되어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도 신기술과 새로운 기능들이 너무 많이 생겨요. 서비스 기획은 UI를 만드는 일도, 개발과 소통만 하는 일도 아니고 비즈니스와 트렌드도 잘 알아야 하는데 이해도가 얕으면 보이는 것에만 휘둘리기 쉽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에도 쓰여있지만 사내 OJT에서도 일과 시스템을 연결시키는 부분을 설명하고, 브런치를 통해서 제가 구조화시킨 일하는 방식들을 정비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강의가 되고, 책이 되고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이 되었죠. 

 첫번째 책은 입문자로서 직무에 대한 이해와 누구나 겪는 어려움, 그리고 프로젝트를 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고요. 두번째 책은 이커머스 기업 자체의 맥락과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책이에요. 

 제 꿈은 여전히 '실무를 잘 하는 현업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이론보다는 실전! 그리고 엄청난 성공 보다는 꾸준히 현직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랜선 사수'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벌써 랜선으로 오프라인 강의로 만났던 취준생들이 4-5년차의 기획자가 되었어요. 

 

 

발제1. <코딩 몰라도 됩니다>에서는 기존 오래된 기업들과 대학교 교재에서 다뤄지는 오래된 제조업이나 오래된 오프라인 유통업 중심의 포드주의적 업무가 이커머스 기업에 얼마나 적절하지 않으냐에 대해서 여러 부분에 걸쳐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은 업무 자체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고객을 직접 특정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요. 24시간 사이버 상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프로덕트는 단지 '앱'이 아니라 '우리 회사 그 자체'로서 접객의 주체이자 서비스의 주체이고 우리 회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게 바로 '프로덕트'의 개념이고 이 개념하에서 IT기업과 기존 포드주의적 분업체계의 회사가 나눠진다고 설명합니다. 참여하신 분들 중에서 온라인 관련 업무를 하실 때 기존에 오프라인과 달라서 고생했던 부분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발제2. <코딩 몰라도 됩니다>는 취준생과 저연차 주니어들을 대상으로 썼지만 사실 기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이나 IT기업 네카라쿠배로 이직하기를 원하는 저와 같은 문과생 직무들 전체를 위해서 썼습니다. 초고의 원제목은 <온보딩> 이었어요. 조금 더 고연차 분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책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가 다뤄지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 11월 중에 브런치 구독자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는 북라이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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