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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16. 2021

NFT와 메타버스가 왜 한번에 뜨는 걸까

결국 모든 가치는 '사회적 합의 문제'가 아닐까


전문가가 판치는 블록체인이나 NFT, 메타버스에 한마디 얹는 것도 주제넘는다고 생각하지만, 남편과의 대화가 인상깊어서 몇자 정리해본다.


메타버스와 NFT가 왜 같이 인기있을까?
메타버스는 게임사가 하는 말들과도 다르고 사실 뭔가 거창하게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아무도 정의할 수 없고
NFT는 아무 쓸모도 없고
튤립전쟁 같은 느낌 아닌가?


 남편의 질문이다. 현재 노출된 코인과 NFT 그리고 가상세계라고 해석한다면 이 모든 말은 맞는 말이다. 심지어  NFT를 그저 갖고 싶기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글도 봤고 이게 팩트고 주식시장에서도 움직이는 이유는 명확해 보이지 않다.


그런데 이 현상에 대한 나의 해석은 메타버스와 NFT, 블록체인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구성원의 합의'가 움직임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한창 블록체인 개념을 공부하던 4년 전쯤에 블록체인은 그저 사이버머니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버와 플랫폼'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분산화된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중심이라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분산화된' 이란 형용사 단어가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느꼈었다. 중앙집권된 서버와 플랫폼 데이터는 그 데이터를 무기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메타...)라는 거대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거대한 데이터에는 AI가 더해지며 빅브라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았기에 '블록체인'의 '분산화'개념이 굉장히 이상적인 민주적 느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채굴'은 괴상한 짓이 아니라 민주적 합의에 대한 증명으로서 블록체인내의 모든 변경에 대한 절차였고, 코인은 그에 대한 자본주의적 보상이었다. 그 대신 얻는 것은 '플랫폼이 주인이 아닌 분산화된 평등'라는 것.


블록체인 기반을 쓰는 곳이 있긴 해?
그리고 코인은 굉장히 가치가 불안정한데 어떻게 금본위로 된 화폐경제를 대체할 수 있지?



 남편 말은 너무나 일리가 있다. 그래서 4년전 시도는 코인에 대한 도박적인 성격의 사실상 기존 플랫폼 방식의 코인거래소만 남기고 싹다 망했었다. 온라인 서버와 플랫폼을 대체해야하는 이더리움 기반은 Dapp들은 당시에 너무나 허접했고 그 어떤 경제활동도 대체하지 못했다. 결국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게다가 Dapp은 개인 디바이스의 리소스를 서버대신 사용하기에 디바이스의 제작처인 삼성전자나 애플은 블록체인 Dapp설치를 막아버리기까지도 했다.


 남편은 들쭉날쭉 국가나 기관이 관리할수 없는 코인이 화폐경제를 대체할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사실 그 '중앙에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분산화된 경제'의 핵심이다. 블록체인 경제는 필연적으로 '무정부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게 세계 여러 정부가 코인거래를 금지 시키려고 한 것의 근본적 이유라고 본다.


 쉽게 생각해보면 이런 예시가 떠오른다. 영화에서 정부요원이었는데 정부에 의해 간혹 실체가 지워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개인정보를 모두 중앙정부에서 변경할 수 있고 실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분산되어 모든 구성원이 개인의 정보에 대해서 접근하고 증명할 수 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다만 모든 정보의 공개는 새로운 문제가 일어날 수 있고, 개인은 그래서 개인이 아닌 전자지갑의 코드로 치환된다. 개인과 코드가 동일인물이라는 점만 분산화된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아이러니한 개인정보문제와 빈틈은 사실상 정부나 화폐경제의 대체가 불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개인을 식별하기 싫은 다크웹에서의 환치기 거래가 블록체인 코인을 타고 일어나는 부작용만 남게 했다. 모든 것은 기존 사상과의 부조화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사상을 계속 활용하고 싶어했고, 사람들은 보안과 증명이 필요한 은행권등에서 알음알음 시도해왔다.  각종 은행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Dapp형태로 만들어서 나온것이 아니라 '분산화된 데이터 저장 기술'만 활용했기에 눈에 띄지도 않았다.


 금본위제도의 화폐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래서 이커머스에서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는 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을 검토만 열심히 하다가 버렸다. 셀러들에게 수익 리스크를 줄 수 없고, 아직까지 가치가 왔다갔다하면서 전자결제지급업(PG)를 벗어난 거래를 도입하기에는 에스크로 부담감도 있었으니까.


 그치만 NFT가 인기있는 이유는 '가치가 고정된 코인'이 신기해서 일어나는 개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2가지 면에 집중해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첫째, 블록체인으로 뭔가 만들어내고 싶었던 Geek들의 도전에서 드디어 그나마 쓸모있는 게 나왔다는 것

 둘째, NFT의 가치에 대해서 장기적인 다수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


첫번째 부분에 대한 생각의 이유는 4-5년전 블록체인에 대한 실제 활용예가 하나도 없을 때 항상 나왔던 예시가 온라인 저작물의 저작권이었다는 점이다. 기존 인터넷 시스템의 가장 최고이자 최악의 문제는 데이터의 복제가 쉬웠다는 점이었다. 가장 피해를 본 지점이 저작권과 카피 문제였고 블록체인의 분산화된 구조가 쓸모있어질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블록체인에서는 복제와 데이터의 사용이 기록이 남고 생성에 대한 소유권개념도 모두에 의해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5년간 열심히 말이 되도록 만든 게임과 NFT들이 지금 결실을 보고 있다.


 두번째에 대한 이야기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가지는 함의와도 직결된다.  '사회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많은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에 해당한다. '메타버스는 3D캐릭터나 화상회의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아리까리한 메타(구.페이스북)의 이야기는 기존의 정부와 사회를 벗어나서 다른 방식의 경제와 사회적 관계의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해본다.

  즉, NFT의 가치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합의하고 그 합의에 대해서 코인 경제로 보상되는 형태가 정착된다면 그건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된다.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한 화폐 가치', 그리고 '정부의 파워'는 사실 모두 사회적 구성원의 합의에서 출발했다. 새시대의 합의대상과 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상의 방식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걸 메타버스라고 부른다고 하면 어느정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쉽게 사회의 생각이 전복되진 않을 것이다. 시스템 레거시보다 바꾸기 힘든게 수백년 묵은 사회시스템에 대한 고정관념인 '뇌적 레거시'아니겠나 싶다.



 

그래서, 여보야
나는
NFT와 메타버스, 블록체인의 핵심은
 '분산화'란 단어에 숨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꿈꾸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
문제는 그 변화의 실험주체가 Geek이라는 최신판 보헤미안들이라는  점이지.
Geek은 이 사상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쓸만한 걸 그냥 만들어내고 싶어할 거거든
포기하지도 않을 거고.



그냥 서비스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마디만 덪붙인다면, NFT든 무엇이든 구성원들의 다수가 모든 기존 사회의 경계를 넘어서 가치에 합의할 수 없다면 메타버스도 블록체인 경제도 그저 지나가는 유행어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그 쓸만한 걸 만들어내는 레이스가 시작됐으니 그런 서비스와 세상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다른 방식의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참고로 이커머스 기획자인 나는 플랫폼적 사고관이 여전히 당분간은 우세할 듯 생각하지만, 보헤미안적 사고관이 Z세대의 공평함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것과 이 유행의 흐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 같다. 과거 보헤미안들이 하나의 시대를 만들어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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