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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Feb 01. 2022

O2O,온디맨드,옴니채널 그리고 온라이프

2015년 전후에 유행하던 키워드를 실무자의 눈으로 해석하기


** 본 글을 2022년 상반기에 출간된 제 신간 서적에 포함된 글 중 일부입니다 :)   



 모바일 이커머스가 확장되면서 계속해서 거론된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모두가 너무 구호처럼 사용해서, 아무리 이커머스 시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어도 어떤 때는 그 진짜 개념조차 혼동될 정도의 단어들이다. 대부분의 용어들은 학계나 기자들, 컨설팅 업계에서 만들어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리고 마케팅 단어가 되서 소비된다. 현실에 발붙이고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용어가 어떤 경우 함정카드로 작용하기로 한다. 본질을 찾기 못하고 그 ‘단어’에 맞는 그럴싸한 것을 어설프게 만들어내려 할 때 스스로도 혼동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모바일 기반의 이커머스가 PC 이커머스보다 성장하는 과도기에 등장한 몇 가지 단어는 굉장히 트랜드하면서도 모순적으로 사용됐다. 2015년을 전후로 ‘치트키’처럼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설명하는 것처럼 쓰이면서 매일 매일 뉴스 기사에서 소비되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정체가 모호했고, 모바일을 설명하기 위한 이 단어들이 역설적으로 기저에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 산업의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도 난 이 단어들이 너무 혼란스러웠고, 자원하여 열심히 조사하여 팀장님께 요청해서 기획팀 내에서 발표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선택한 단어는 3개였다. 바로 O2O, On-demand, 그리고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과서나 어디에서 정리된 내용이 아닌 현업에서 실제 체감한 입장에서 이 용어들을 정체성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O2O

이 시기에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 가장 핫한 단어는 O2O다. O2O(Online to Offline)란 ‘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어휘의 실제 사용은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O2O란 단어를 찾아보면 마케팅 단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에 옮겨 놓는 것으로 설명하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얻는 형태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은 초창기 ‘배달의 민족’의 음식 배달 서비스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카탈로그를 제공하고 실제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이용한다는 의미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러 가는 ‘픽업’이나 ‘이용권’의 방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러 찾아오는 형태의 ‘배달’ 혹은 ‘방문’ 서비스들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스템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존의 택배 방식의 현물로 배달되는 이커머스도 결국 상품은 오프라인 택배로 배달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O2O의 용어란 결국 구매대상이 ‘현물에서 서비스로’ 확대되고 ‘배송방식(delivery)’가 기존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의 다양성이 나타난 것을 일시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됐다. 재미있는 점은 어휘란 결국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인데 모든 산업의 온라인화를 ‘오프라인 산업의 입장’에서 설명하기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은 오프라인이 온라인서비스가 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인데, 그것을 오프라인 산업들의 시각에서 O2O라고 쓰고 오프라인을 위해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모든 뉴스에서 한마디씩 던질 정도로 O2O는 열풍적인 단어였지만 나에게 만약 핵심 키워드를 짚으라고 한다면 나는 O2O보다는 ‘온디맨드On-demand’가 훨씬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2) 온디맨드

 2015년은 폭발적으로 모바일 플랫폼 스타트업이 늘어나기 시작한 해다. 그 당시에 가장 많이 활용된 기능은 모바일의 GPS를 이용하여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 based service)였다. 모바일이 성장하면서 모바일에서 제공하는 자이로스코프, 터치스크린, 고화질 카메라 등의 디바이스 특징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고, O2O 역시 산업을 전환시키려하기 보다도 GPS를 활용한 서비스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지역에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서비스를 안내해주는 온라인 서비스’가 바로 O2O니까 말이다. 사실 O2O가 의미있는 이유 역시 ‘온디맨드’에서 출발한다. 

 온디맨드(On-demand)란 ‘수요가 있을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VOD 서비스인데 VOD가 ‘video On-demand’의 줄임말이라는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실 많다. 언제든 원할 때 바로 볼 수 있는 비디오 서비스가 VOD다. 비디오처럼 고정화되고 복사가능한 디지털 상품이 아니라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바로 선사하기 위해서는, 2가지에 신경써야 하는데 ‘수요에 적합한 무한한 공급량’과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빠른 배달(delivery)’가 필요하다. 모바일의 GPS나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초고속 LTE 네트워크망은 서비스의 수요자들이 ‘제품을 원하는 시점’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알다시피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2015년 상승세를 높인 소셜 3형제의 직접 배송 방식이 있고, 바로 다른 방향으로 지역에서 본인이 오프라인에서 픽업하는 교환권 사용이 있다. 오히려 문제는 ‘수요를 위한 공급을 맞추는 것’에 있었다. 

 24시간동안 수많은 지역에서 넘쳐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파이프라인 형태로 회사가 단방향으로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 많은 상품과 더 많은 제공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때 가장 혁신적으로 수용에 대한 공급을 채워나간 것은 ‘우버(uber)’였다. 우버는 자동차 유휴시간을 통해서 스스로 택시처럼 운전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또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의 택시회사였다면 한계가 있었을 ‘공급량’을 참여자들을 통해서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방식이 기존의 오픈마켓보다도 훨씬 더 공개적으로 자유시장경제에 적합했다. (이 분야를 공유경제라는 멋진 말로 또 소비하고는 하지만 공유경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용어이기에 생략한다.) 즉, 이러한 우버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기만 하고, 또 그 안에서 자발적인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교환되게 함으로써 본인들의 서비스를 ‘온디맨드’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가장 큰 모바일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 등장한 플랫폼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런 우버의 공식을 따라간다. 누구나 공급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으며 서로간의 계약은 수요와 공급이 맞다는 시점에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심지어 그 사이에 배달이나 픽업이라는 방식이 들어오면 모바일산업은 기존의 이커머스나 오프라인이 하지 못한 촘촘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기존의 파이프라인 형태의 기업에서는 온라인 이커머스를 만든다고 해도 절대로 할 수 없던 형식이다. 


3) 옴니채널

 마지막으로 ‘옴니채널’은 무엇일까? 이 단어는 온오프라인 산업을 모두 갖추었을 때의 지향점으로 쓰인 단어다. 일단 이 용어를 쓰는 집단을 살펴볼 있는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많이 갖춘 ‘롯데그룹’에서 2014년부터 중요한 핵심 전략 가치로 이야기해왔다. 옴니채널이란 여러 개의 채널에서 동일한 서비스의 품질로 일관성있는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듯 온라인 서비스를 접속하듯 동질의 품질과 브랜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문구도 온라인 산업을 설명하기 보다는 온라인 산업을 활용하는 오프라인 산업들의 입장에서 둘 사이의 품질과 유대감이 동질해야한다는 사업적 방향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에 해당한다. 마치 ‘N스크린’을 통해서 스마트폰과 PC에서 동일한 영상을 연달아 이어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넷플릭스같은 OTT(Over the top media service)의 형태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롯데의 현장에 있을 때, ‘옴니채널을 달성하자’는 미션을 보며 정말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머리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부러 옴니채널을 이야기하며 서비스의 접점을 연결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고객들은 ‘롯데백화점 명동점’과 ‘롯데백화점 앱’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앱은 그 회사 자체이고, 지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점별로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오프라인 지점간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는 오프라인 산업의 오랜 관념뿐이었다. 그래서 ‘옴니채널로서 완성도를 높이자’는 말이 되지만 ‘옴니채널을 달성하자’는 불가능했다. 거기에 더불어서 옴니채널을 통해서 오프라인으로 모객을 하는 미션이 더해질 때면 과연 옴니채널의 핵심은 무엇일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어휘는 사용자의 심경을 드러낸다. ‘O2O’보다는 ‘온디맨드’가 모바일 시대의 온라인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적절했듯이, 온오프라인의 조화에 대한 지향점으로는 ‘옴니채널’보다는 훨씬 더 적절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시기적으로 더 늦게 나왔지만 이 단어가  온오프라인의 연결의 지향점을 설명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온라이프(On-life)’다. 


4) 온라이프

 온라이프는 바이난트 용건이 쓴 <온라인 쇼핑의 종말>(2019)에 나오는 개념으로, 저자가 오프라인 매장(책에서는 리테일이라고 표현한다)의 미래를 짚어보기 위해서 사용한 개념이다. 온라이프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어떤 도구로 연결된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서 연결되고 나아가 서로의 사회적 욕구가 모이는 곳에 즉각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매장이 오프라인에서 만져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단계를 지나서 아예 ‘체험형 매장’을 지향하다가 종국에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구분이 흐려져서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2021년에 가장 유행한 용어인 ‘메타버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온라이프가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디지털로 융합된다고 보았다며 메타버스는 각자의 공간에서 네트워크상에서 사회가 융합되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해석의 차이는 이 책이 코로나 시대가 오기 전에 쓰였기 때문일 뿐 결국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오프라인 산업과 온라인 산업의 경계는 희석되고 융합될 거라는 점에서 유사한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옴니채널’보다 더 적절한 지향점으로 ‘온라이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2015년 당시에 모바일이 성장하면서 가진 오프라인 산업과 온라인 산업 간의 융합에 대한 지향점을 잘 짚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개념에서 오프라인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온라이프는 온오프라인 모두 각자의 가치를 존중해주면서 고객에게 융합된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지만 위의 단어에 대한 해석들은 정확하지 않다. 그저 현장에서 일하면서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만들어진 오염된 해석을 바탕으로 시장에 나온 서비스들을 분석하고 그와 비슷한 서비스들을 직접 만들어내야 했던 실무자중 한 명의 해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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