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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Feb 08. 2022

PM/PO가 개발 출신이어야 할까?

우리 모두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최근 <코딩 몰라도 됩니다>를 출간한 이후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목에 '코딩'이 들어가다보니 코딩 개념을 쉽게 해주는 책이라고 오해부터 하는 사람부터, 

무턱대고 '좋은 회사는 개발 백그라운드 있는 PM/PO가 선발한다' 또는 

'그래서 기획자가 대체 개발자 없이 할 수 있는게 뭐냐' 부터 '저런 식으로만 알면 큰일난다'까지 별의 별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생략되는 것이 있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그냥 지나가고 말았는데, 비개발 직군으로서 개발 지식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까 한다. 


"그 정도로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데 그냥 개발 공부해서 전향해도 되지 않아요?"

얼마 전 퇴사한 동료개발자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내가 담당하는 분야는 주문 이후의 프로세스가 많고 내 스스로 '백엔드 기획자'라고 소개하고 다닐만큼 데이터 테이블과 항목 구조, 데이터를 호출하는 비동기성, API 스펙 등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개발연관성을 필요로하는 분야다. 주로 외부에서는 절대 다수의 대중을 위해서 직무를 설명하기 때문에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화면을 예시로 설명해주고 있지만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서비스 기획 스쿨>에서도 입문자를 위해서 간단한 배너 등록 어드민과 배너 노출에 대한 부분을 예시로 들고 있는 것은 그 수업과 책이 정말 문외한으르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하는 일은 훨씬 복잡하고 개발의 테이블의 데이터가 어디있는지까지 알아야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에서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해서 개발에게 설명을 듣고 이게 웹훅인지 아니면 Queue인지, API인지 batch성으로 DB간 싱크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 투성이의 모듈이다. 경험은 나에게 MSA에서 그려진 시스템과, ,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사이의 API gateway에 대한 이해까지 높여줬다. 내가 학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 경험에서 그것을 알아야만 했다. PM/PO의 가장 큰 역량 중 하나는 개발량에 대한 추정이다. 프로젝트 사이즈를 가늠하지 못한다면 그것자체로도 문제기 때문이다. 여튼 그래서 누구보다도 개발용어와 개발 구조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했고, 심지어 그런 일을 좋아하고 UI로만 기획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는 사람이다. 


 코딩을 배우지 않았지만, 개발의 문제를 듣고 대화가 가능하고, 개발의 한계를 만났을 때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을 개선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 같이 고민할 수 있다. 이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일할 때 PM/PO가 나서야 하는 '선'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기술적 해결은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그것을 협력해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설령 내가 개발을 배웠어도 이 부분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다. 디자이너의 산출물에 무턱대고 취향으로 디자인 지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코딩을 하지 못하지만 개발의 이해도가 높게 일할 수 있는 것은,
하이레벨 컨셉(high-level Concept)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PI를 사용할 때 트리거가 있어야 한다거나,  화면이 로딩되는 시점이 있어야 한다거나 데이터가 없으면 기준을 세울 수 없다거나, 명확한 조건을 정의하지 않으면 안된다거나 그건 '하이레벨 컨셉적 사고'에 가깝다. 물론 코딩을 배워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을 익힌다면 가장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알겠지만,  문과생이 처음 배우려고 달려드는 코딩은 마치 수학문제 암기하듯이 연습문제 따라하는 정도로는 하이레벨 컨셉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PM/PO를 준비하면서 그러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생각해봐야한다. 개발자만큼 개발 지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 디자이너의 지식을 배우는 것도 동등하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기획자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일어날까??  개발자도 물론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서로 업무의 전문성을 세분화한다면 기획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비즈니스를 배우고, 사용자를 분석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야 한다. 기술 트렌드의 변화도 그런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코딩 배우고 싶다면 배워라, 어차피 하이레벨컨셉 개발지식은 시대의 교양이다. 
근데 취업이 급하다면 그보단 강점을 먼저 키워라.


 '코딩 몰라도 됩니다'의 속 뜻은 누군가 돈을 내고 나에게 코딩을 시킬 정도로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어설프게 맛본 코딩의 쓴 맛 때문에 자꾸 IT기업 입사를 피하고 도망가는 수많은 문과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역량도 IT기업이 제대로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 무조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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