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하는 UX 실무 이야기 2탄
스와이프와 터치 중 어떤게 더 많을까?
헤더에 있는 네비게이션 메뉴.
자체로도 캐로셀 방식이라 컨베이어 벨트처럼 메뉴를 쏟아낸다. 하지만 실제 화면을 스와이프하여 면을 넘겨도 다음 메뉴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입사원 OJT를 할 때 항상 묻는다.
"다른 메뉴로 가기위해 스와이프를 하는 사람과 다른 메뉴명을 누르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많을까?"
손을 들어보게 하면 선택은 반반이다.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대답은 제각각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대답한다.
보통 12명의 사람만 모아놓고도 사용성에 대한 고객인터뷰를 진행하면 거의 전체고객에 준하는 의견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UI의 사용을 놓고 20명이 넘는 인턴들은 서로 일치를 보지 못한다. 서로 사용하는 방식이 더 '상식적'이지 않냐고 서로 의문을 던질 뿐이다.
상식을 논하다보면 몰상식해진다
물론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우리 서비스에 국한된 정답일 수는 있지만.) 왜냐면 메뉴에 진입하는 방식을 3가지 형태로 체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명 클릭
스와이프 이동
링크를 통한 직접랜딩
서비스마다 고객이 다르기에 단언할 수 없겠지만 우리 서비스의 클릭수로만 본다면 메뉴명 직접 클릭을 통한 유입이 더 많았다. 그리고 특히 눈에 메뉴명이 보이는 몇몇개에 클릭이 집중됐다.
이런 이유로 아예 메뉴를 펼쳐서 한눈에 보게 하는 방식도 적용해봤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고객은 굳이 어떤 메뉴가 있는지 모든 메뉴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청부서에서는 이 메인메뉴에 하나로 들어가는 것에 집착한다. 사실 디폴트로 접속되는 메인탭에 잘만든 배너하나가 저 뒤쪽에 메뉴 한페이지보다도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해도 매장을 달라고 말한다. 요청자는 '스와이프 넘기다보면 올거다'라고 말한다. 사실 고객은 스와이프를 넘기지 않고 그 옆에 관심메뉴로 바로 클릭해서 가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이런 상황은 바로 '나만의 상식'이 보여줄 수 있는 '몰상식'한 모습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맞다고 우기는 것이 도리어 의미없는 기획이 되는 것이다.
아닌데요 제 친구들도 그래요
인턴들은 인턴기간이 끝날 때 항상 기획과제를 제출하고는 한다. 그때마다 학교에서 하던대로 나름의 사용자 테스트를 해오고는 한다. 조사자료를 만드는 태도는 높이 사지만 문제는 많다.
예전에 인턴으로 있던 한 친구는 UX에 열의가 많았다. 사이트 메인에 대한 사용자들의 모습을 체크하기 위해 친구를 불러모아서 직접 사용자들에게 사용해 보도록 했다.
몇몇의 친구들에게 실험을 해본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턴의 결론 및 메인 전략
- (내가 조사한 )사용자들은 몇번 스크롤을 스와이프해서 내려간 뒤 탐색을 정지한다.
- 고로 중요 정보는 원스크롤 영역에 집중하여 스크롤이 없도록 메인을 구성해야 한다
인턴의 논리로만 보면 전략은 더할 나위없이 맞는 말이다. 사실 PC시절에도 'no-scroll영역'이라고 해서 각 페이지의 핵심정보를 스크롤하지 않고도 보이도록 하는 정책이 불문율 처럼 지켜졌던 적도 있다. 소위 F자 형태의 서치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연결된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도 그럴까?
메인 페이지의 영역별 클릭수를 가장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기 쉬운 딜페이지를 생각해보자. 고객이 페이지에 진입하여 스크롤하지 않고 한번에 볼 수 있는 상품은 많아야 2개정도다. 인턴의 가정대로라면 모든 클릭은 상품 2개에 집중되고 이후의 상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야한다.
하지만 실제 클릭 데이터를 뽑아보면 딜페이지 최상위부터 200번째 상품까지 훨씬 완만한 기울기로 클릭수가 줄어든다. PC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상위 60여개까지의 상품까지는 상품 컨텐츠에 따라 클릭수가 역전되기도 한다.
그리고 몇번의 개선에 걸쳐서 한 상품의 UI 높이를 다르게 해가면서 노스크롤에 보이는 상품 수를 바꿔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상품 높이가 달라도 상품을 노출하는 UI요소가 변하지 않으니 큰 변화가 없었다. (아주 원초적 형태의 A/B테스트였다고 주장하고 싶다.)
즉, 모바일 고객은 스크롤에 아주 익숙하다.
어떤 자료에 보면 오히려 스크롤하는 스와이프에 익숙하다 못해 중독됐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서치포스의 아래 기사는 이런 모바일에서의 탐색방식에 대한 분석자료다. 고객들은 내용을 주의깊게 보지않고 스크롤부터 해버린다. 즉 모바일에서는 최상위 스크롤만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심지어 구글은 이미 2016년에 이에 맞춰 모바일 광고전략을 바꿔 I자 형태의 시각적 흐름을 더 강화했다는 내용까지 이어진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저 인턴의 조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살펴보자. 인턴은 억울할 수 있다. 스스로는 사용자를 조사했다고 생각할테니까!
하지만 인턴의 유저빌리티 테스트의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다는 점에서 의미없는 조사가 되어버렸다. 바로 테스크TASK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메인을 한번 써보라고 하면 친구는 사용자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사용자의 목적은 서비스의 주목적과 일치하겠지만 이 테스트에 참여하는 친구의 목적은 '서비스를 써보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즉, 그때부터 친구의 눈에는 괜히 서비스가 불편하고 스크롤이 재미없고 스와이프가 버벅이고 색깔이 거슬린다. 소위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게슈탈트 붕괴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지적사항은 사용자의 의견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적을 위한 지적을 하기 때문이다.
UX기획자의 상식은
팩트체크가 필요한 가설이 되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경험 많고 혹은 의욕 넘치는 UX기획자라고 해도 자신의 '상식'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보통 다 이렇게 사용하지 않아요?"
"다른 곳도 다 이렇게 쓰던데요?"
만약 기껏 작성한 기획안을 보고 드리면서 이 UI를 설계한 이유에 이런 대답을 하고 있다면 꼭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서비스를 UX개선하려는 눈빛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절대 사용자의 눈을 가질 수가 없다. 사용자가 되서 경험할 때는 디테일에 무심하고 그저 서비스를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눈을 가진다. 이는 오직 사용자일 때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식과 경험'이 아예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상식'은 사용자일 때의 사고관으로 만든 '가설'로서만 의미가 있다. 상식을 믿지말고 상식을 의심해보자. 이 가설을 데이터를 검증할 때 상식이 아닌 설득력있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UX개선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또 해봤더니 아니라면? 가설을 바꾸고 또 검증해봐야지. 그것이 린UX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