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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May 16. 2023

어른에게도 쪽쪽이가 있으면 좋겠어

나의 본질적 욕구는 무엇일까

이제 세상에 나온지  60일 된 새싹이는 어려운 것이 너무 많다.  머리가 감겨지는 것도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것도 땅에 등이 닿는것도 짜증이 솟는가보다.  하기사 씻는 이유를 모르고 씻겨야하고 눕지 않고 마음껏 움직이는 다른 방법도 모르는 상태라면 어느날은 무작정 짜증이 나겠지.  

그런데 갑작스런 울음에 종종 위로가 되는 단 하나의 물건이 있다.  바로 쪽쪽이다.

내가 새싹이의 마음의 평화를 주는 물건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뻑뻑 소리가 나도록 질겅거리다보면 몸무림도 울음도 줄어든다.  물론 그조차도 싫으면 확 뱉어내 버리지만.


구순욕구는 구강기 아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라는데.  주먹고기부터 쪽쪽이를 찹찹하는 새싹이를 보자면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도 마음의 평화를 주는 쪽쪽이같은게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자신감있게 잘 살아내고 있더라도 어떤 밤은 몸서리치게 스스로 부족하고 불안한 마음이 조급한 파도처럼 덮쳐올때가 있다.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보잘것없는 나의 한계와 미뤄온 의무와 약속들이 온 마음을 헤집을 때가 있다.  그 때 오갈길 없이 모로반사처럼 몸부림치면 팔다리와 마음이 한방에 채워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빠르게 다시 내 맘을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이 문제는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욕구는 무엇인가로 집중된다.  무엇이 충족되어야 내 맘이 더 한뼘 성장하며 오늘 이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새싹이에게 입에 들어가는 그 욕구가 기본이 된다면 나의 모든 불안을 잠재워줄 그 욕구가 궁금해진다.


돈,명예,인정,안정감,보호받음,똑똑함,뿌듯함 등등 아직 새싹이가 알지못하는 수만가지 욕구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복잡해진 어른의 삶은 각 욕구가 항상 채워져도 부족하고 또 한군데에서 모두 얻을 수도 없다. 내가 운다고 누구도 쉽게 내 입에 쪽쪽이를 물려줄 수도 없단 이야기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뒤 오래된 일기장에 남은 분노와 쭈굴거림을 보게 될  한가지를 느낀다.

망각은 쪽쪽이보다 강력하고 감정적 회고는 리셋된 마음으로 나를 한번 더 일으켜세운다고.

그러니 부디 복잡한 어른이 된 것을 스스로 회피하려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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