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새벽 6시반 해프닝
새벽의 고요함을 깨고 울린 재난문자 소리. 지진이나 났나 싶었는데 당장 아기와 노인을 데리고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서 접속한 네이버는 메인부터 서비스가 터져있었고,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의 스마트폰으로도 네이버는 접속이 되지 않았다.
순간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네트워크 차단이나 포털 테러부터 시작한다는 현대 전쟁의 형태들. 작년에 카카오톡 마비와 KT 인터넷 장애를 겪어본 덕에 네트워크 차단만해도 국가가 마비될 수 있음을 체감해본 뒤였다. 내가 스마트폰을 뒤지며 혼란속에 빠진 사이, 전후세대인 엄마는 얼른 TV를 틀고 긴급 속보를 찾아댔다. 3사중 유일하게 긴급속보를 하고 있던 KBS의 속보에 '북한'과 '미사일'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머리 속이 하애졌다.
내 눈앞에 스와들업을 입고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 속에서 분주한 계산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기를 데리고 이동한다면 뭐가 필요하지?
기저귀에 분유에.. 물은 또 어떻게 끓이지? 젓병세척도 안될텐데.
모유수유였으면 좋았을텐데, 분유를 어떻게 먹이면서 다녀야하지?
어디로 가야하지?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안고가야하는데 어쩌지?
아기가 10살만 됐어도,, 아니 20살만 됐어도 되는데..
왜 하필 내가 아기가 있을 때 지금이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야 하나? 집이 고층이라 공격당하면 어쩌지?
내 체력은 회복이 됐나?
자동차에 기름은 가득 있나? 전기차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해외의 연합통신으로 외신 뉴스들을 찾아보고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면서 해프닝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서울시의 대처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과 별개로.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헤집었고 뾰족한 답도 없었다. 그저 아이가 있기에 훨씬 더 많이 무서웠다.
아이를 가지고 있기에 책임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어제까지도 아이가 초등학교를 갈 무렵 어떤 환경에서 키울지 그리고 어떤 교육관을 가질지에 대해서 남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그 모든 것보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했기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원초적인 고민이었다.
그리고 점차 마음을 진정시켜가면서.. 대체 왜 저런 재난문자를 실수할 수 있는지 시스템이 의심스러워졌다.
중앙에서 경계경보를 시스템화해서 발령 시 해당 지역으로 자동으로 연계되어 문자가 나가게 했다면, 수방사의 연락으로 저런 엄청난 문자가 오발령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도 정보의 소통이 마치 불을 잘 못 붙인 봉화처럼 구전되어 퍼지고 재난문자 한방으로 서울시 전체가 들썩거렸을 거란 생각이 드니까 소름이 끼쳤다. (물론 시스템들의 연결은 해킹의 문제가 있긴하겠지만... 그정도는 방어할 수 있어야지-_-)
우리 인생은 쉬운 문제해결을 해주는 온라인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어떤 경우 맘카페에서는 아기 맘마를 몇시에 먹여야 하느냐까지도 묻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약에 이런 유사시에 어떻게 혼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지금이라도 네트워크가 끊긴 상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 몇 초 내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될 핵전쟁보다도 전쟁 자체의 공포를 더욱 가중 시킨 것은 다름아닌 물자의 끊김과 윤택한 생활의 종말이라는 것을 그 짧은 시간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상으로 복귀를 하고는 있는데, 어쩐지 일이 손에 안잡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