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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l 02. 2023

2023년 상반기 마감, 고민과 생각


6월 30일은 매년 상반기를 마감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 생일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생일이 그냥 좋았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기말고사 기간이거나 종강 기간과 겹쳐서 약속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직장인이 되면서 무조건 놀기 보다는 상반기 마감이라는 키워드가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만나이를 적용해준 덕에 고맙게도 마흔이 되기까지 1칸 후퇴를 해주었다.


상반기를 가볍게 되돌아보려고 한다. 산더미같은 할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이러는 것은 맞다. (ㅋㅋ)



1. 아기의 출산 

 1월부터 난리였다. 아기의 출산이 3월이라 2월말까지는 그래도 제대로 일할거라 생각했던 뒤통수를 제대로 친 것은 바로 내 자궁. 조기수축 때문에 한달이라는 시간을 병원에서 정말 말 그대로 누워서 잠만 자면서 보냈다. 책을 잘 읽어보려고 해도 다른 일들을 해보려고 해도 누워서 하기는 쉽지 않았고, 아기가 건강해야한다는 불안감에 다른 것도 눈에 잘 안들어왔다. 그렇게 급하게 2월까지 끝나버리고 만삭인 상태로 숨을 헐떡이며 어영부영 2주를 지내고 나니 자연진통으로 아기를 분만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시간 순삭이었다. 

 3월 중순 아이가 태어나고 출산 후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정신 없이 지나갔다. 조리원 2주, 산후도우미 3주 이 기간동안 뭔가 많이 할 줄 알았더니 관절통으로 온몸이 쑤시고 체력도 꽝이라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50일 남짓, 앞서 병원입원으로 인한 빠른 출산휴가 종료로 육아휴직을 고민하다가 재택근무 하나 믿고 빠르게 복직.  재택근무와 빠른 육아전환으로 지금까지도 굉장히 허덕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우선순위가 크게 변하고 있는게 느껴진다. 


2.  네이버 블로그 부활 

 블로그는 휴학멘토 할 때 10년간 잘 사용했지만 브런치로 넘어와서 서비스기획관련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꾸 브런치에 IT와 1도 관게없는 육아이야기를 쓰자니 부담스럽고 구독자들에게도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육아관련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네이버 블로그를 재오픈했다.  평범한 워킹맘으로 겪는 소소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blog.naver.com/windydog 로 와주시길.. ㅎ



3. 직업적 방향성 

 서비스기획부터 시작해서 현재 프로덕트매니지먼트 관점의 PO로 일하고 일한지도 합쳐서 총 13년째. 출산휴가 후 회사에 복직하면서 이직시점부터 궁극적으로 원했던 업무형태를 고민했고 마침 리더의 생각도 같아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게 됐다. 대부분 나정도 고연차가 되면 매니저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IC개인기여자로 일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책임이 버겁고 누군가를 평가하기 싫은 사람은 리더를 싫어하고 또 반대로 권력욕이나 명예욕이 높은 사람은 리더를 원하는데, 사실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주니어 후배들을 도와서 개별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평가하고 그렇기도 싫고, 실무에서 손 놓고 매니징만 하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래서 내가 고민하던 것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고민해서 제3의 길을 제안해봤다. 그렇데 놀랍게도 리더도 딱 그런 역할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덕분에 새로운 직무를 시작하게 됐다. 

 가장 큰 업무는 프로덕트팀 여러개에 걸친 크로스도메인 업무를 빠르게 이끌기 위해서 처음에 킥오프 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화 시키는 단계를 서포트 하는 역할. 딱 하나의 도메인에 얽메이지 않아도 되고 각 개별 프로덕트팀의 PO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연차이므로 내가 잘아는 분야는 도와줄 수도 있고 실무에서 크게 멀어지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서비스기획도 PM도  모두 경험을 했고 또 열심히 공부를 하고 각각의 방식과 전환 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잘 정리해내는 능력이기에 이 능력을 잘 사용하고 싶었다. 그리고 팀내에 좋은 TPM분들과도 함께 하면서 나 역시 내가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 

 주니어 연차의 PO들은 방향성은 잘 잡아도 실행단에서 무엇을 어떻게하면 좋을 지 더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경력직들의 경우는 실행이 익숙하기 떄문에 반대로 방향성을 고민하는 부분을 생략하기 쉬운데 이 부분은 나도 동질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기에 먼저 배우고 고민해서 경험 공유를 하는 방향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무나 나다운 그래서 의미있는 방향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회사의 프로젝트 진행시 리스크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이기에 기여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 2개월정도 진행해봤고, 아직까지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조금씩 가야할 길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4. 회사 밖의 나 - 도그냥 

 회사 밖의 나인 도그냥으로서는 상반기는 조금씩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 눈에는 전혀 안멈춰 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작년에 해둔 강의가 올해 초에 자꾸 오픈하다보니 그랬던 것이지 사실 나는 아기 키우는 것에 집중했던 시간이 길다. 복직을 하기 전후로 가끔 특강이나 유튜브 출연을 하긴 했는데, 그냥 흔히 '자부'라고 하나 자유부인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 나간 것도 있다..(ㅋㅋ) 

 여튼 이제 내가 도그냥으로 기획관련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유튜브도 하고 한지도 통산 9년차다. 강의는 2017년부터 시작했으니 8년차고. 8년간 더 배우고 더 알게되면서 강의도 업데이트하고 글도 계속 써내려 왔는데 이제 그동안 주니어 관련 강의가 정말 심하게 많아져서 나까지 계속해서 주니어 강의를 만들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가 됐다. 그리고 나 역시도 꽤나 연차가 높아지기도 했고. 

 그래서 고민했다. 나는 어떤 것을 더 도와주고 싶고, 사람들은 어떤 것을 더 도움을 받고 싶어할까?

 아예 초짜 주니어들에게는 이미 자료가 넘쳐난다. 다만 입문 취준생에게는 그들이 못알아들을 뿐인 자료들이 많다. 그래서 그 갭을 더 낮춰줄 수 있는 즐거운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도 나는 웃기자고 가볍게 만드는 유튜브 컨텐츠로 공부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주니어들이다! 그래서 지금 시중의 어려운 이야기들보다 더 가볍고 재미난 컨텐츠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그런 기조로 침착맨 커뮤니티 관련 컨텐츠를 만들었는데 아주 흥미를 많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디벨롭해 나갈 셈이다. 

 그리고 확장의 대상들도 고민중이다. 내가 정말로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 내 연차는 높아졌고 스타트업 시장은 전보다 많이 힘들어졌다. 생성형 AI가 퍼지면서 시대가 한차례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 쯤에서 이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 툴은 잔뜩있는데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만들지부터 고민하는 사람들. 고연차 기획자를 채용하기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없으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히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나는 시간이 없다. 그들이 참고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컨텐츠를 만들거다. 각잡고 컨설팅이나 그들의 업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일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왜냐면 그런 머리는 내가 일하는 본업에 써야 하거든. 

 확장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아기에게도 넘어가고 있다. 코딩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툴을 익히는 교육은 많은데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IT적 사고관을 어떻게 만들어줄지를 알려주는 컨텐츠는 전무하다. 나도 이제 아기 엄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기 엄마들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지 아니면 아기들을 위한 컨텐츠를 직접적으로 만들지 고민중에 있지만, 일단 이 부분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기존의 교육들은 과거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서 지금 IT시대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깊이있게 짚어주지 못한다. 그저 겉핥기가 많다. 기존에 서비스기획 교육을 처음 만들때처럼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볼 고민해볼 생각이다. 

 



5. 열심히 사는 삶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질문 자체가 어쩌면 멍청한 질문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그저 바쁘게만 사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를 잡아죽이듯이 성과를 내라고 볶아대는 삶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고 고마움의 대상이 되는 삶, 그런 삶이 열심히 산 삶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내 기여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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