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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Aug 13. 2023

[프롤로그] 10년차 우물 안 일잘러

10년이 더 지나도 일잘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옛날에 한 마을에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개구리는 태어나서부터 그 우물 안에서만 생활을 해왔습니다. 우물 안에서는 크고 작은 돌멩이가 있었고, 이 돌멩이를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 우물 안에서만 본 하늘은 원통 모양의 작은 하늘이었습니다.

하루는 바다에서 온 거북이가 그 개구리를 만났습니다. 거북이는 바다의 넓고 광대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파도가 천지를 넘나드는 모습, 수많은 생명체가 사는 바다의 광활함, 그리고 바다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우물 안에서만 살아온 개구리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는 자신이 평생 살아온 우물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거북이 씨, 당신이 말하는 그 '넓은 세상'이라는 것이 저 우물보다 얼마나 더 클 수 있겠어요? 여기서 저 돌멩이까지는 10걸음이면 갈 수 있는데, 바다는 얼마나 더 크다는 건가요?"


  우물안 개구리 이야기는 우물이라는 한정된 지식과 경험안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얼마나 자신의 성장을 저해하고 편협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우화다.

 우물안에서 자란 개구리는 우물안의 돌을 뛰어다니면서 자신의 점프가 대단하고 누구도 자기만큼 점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바다라는 대단한 세상을 믿지 못하는 것을 떠나서, 바다라는 세상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바다라고 해봤자 10걸음보다 조금 더 큰 20걸음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물안에는 분명 개구리보다 조금 작은 다른 생명체들도 있었을 것이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그들에 비해서 10걸음이나 뛰어다니는 자신에 대해서는 우월하다고 믿었을 테고, 실제로 그 안에서 부러움과 찬사를 받아왔을 수도 있다. 사람의 세상이라면 이 우물은 하나의 직장이나 삶의 터전이고 개구리는 그 세상의 가장 잘난 사람.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라고 해도 된다.



내 세상이 우물처럼 좁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들

 내 직업은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 하는 일이다. 설명하기에도 모호하지만 직업명을 말하면 더 모호하게 느껴져 버리는 직무중에 하나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알아도 이 직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도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90년대 말부터 약 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나름의 일하는 패턴을 만들어가며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IT산업이 발달하고 덩달아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때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2015년 전후로 나타나 압도적인 성장을 만든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다르게 해왔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가져오면서 같은 일을 다르게 하며 변화와 진보가 만들어졌다. 서비스기획자라고 불리던 기존의 형태와 다르게 ‘프로덕트오너’라고 불리면서 뭔가 다름을 강조하는 어떤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떤 개구리들은 얼른 자신의 우물을 재빨리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어떤 개구리들은 다른 우물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시도도 해보기 전에 우물밖에 절대로 나갈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하기도 했고, 오퍼를 받아서 우물을 벗어나고서도 쇼생크탈출의 레드처럼 적응할 수 없다며 좌절하기도 했다.


난 가장 속편한 우물안 개구리였었다.
"에이, 달라봤자 뭐가 다르겠어? 다 겉멋이야"


그러던 어느 날 내 우물이 좁게 느껴졌다.


 이 시리즈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자란 우물안에서만 잘난척하는 삶을 벗어나서 아예 우물밖으로 나가기 결심하고 우물밖에서 적응하고 나만의 기준을 잡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기록에 대한 글이다.

 

 나의 직무에서나 일어난 큰 변화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일이다. 특히 10년쯤 일을 하게 되면 우물안을 벗어나야할 때가 온다. 그게 내 직업과 같이 시대적인 변화로 인한 회사의 변화이든 아니면 사원에서 매니저로의 전환이든 더 이상 하던 대로만 해서는 성과가 되지 않는 순간은 온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코로나의 시대로 인해서 변화된 삶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ChatGPT의 시대가 오면서 달라진 업무 환경은 분명 우리에게 우물밖을 나갈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7년차 A는 TV광고보다 앱을 통한 프로모션이 주력이 된 회사 분위기에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서비스기획을 배우려고 했고, 유명 포털회사에 다니던 J선배는 20년 가까이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달라진 회사의 요구와 방향성에 큰 혼란과 열등감을 느껴서 고민끝에 창업의 길로 갔다고 했다. 이미 겪어왔고 이 변화는 앞으로도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둘처럼 적극적으로만 행동하게 되지는 않는다. 10년이나 한가지 방식으로 일해오다보면 오히려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다른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행동하게 되기도 한다. 나도 무서웠다. 특히 기존의 방식으로 일을 잘한다고 느끼고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름 자부심에 뿌듯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내가 그랬기에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글은 나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열등감, 질투심, 에고의 오만함, 좌절, 자책감 등등


 이 글은 나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담보로 커져온 에고를 스스로 깨고, 또 거기서 자란 열등감과 질투심이라는 평범한 감정을 겪으면서 직장인으로서의 개인이 직업인으로서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엄청난 직업적 성공이나 엄청난 발전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나는 이제 우물 밖에서도 잘 살아남았다. 그리고 나는 우물 안과 우물밖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 우물밖의 세상이 다른 우물이 되지 않도록 나의 세상이 확장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나처럼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나의 선택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오랜시간 일하다가 찾아온 급격한 변화와 확장의 시기를 나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한 사람의 레퍼런스로서 남기고 싶었다.


 내가 우물안을 벗어나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그 변화를 만들고자 생각한 그 시점부터 또 10년이 더 지나더라도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자존감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회사가 나의 이름 앞에서 지워지고 달라지더라도 나에 대한 온전한 성장과 평가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 거창함 속에서 나의 변화 과정은 감정의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상상해보라 드넓은 바다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앞에 섰을 때 우물안 개구리는 과연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우물안에 있을 때는 에고의 작용으로 비아냥대고, 때론 쭈굴해졌으며 때론 부정하려 들 것이고, 우물밖에서 바다를 마주했을 땐 압도당하고 정신이 멍해졌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설마 저게 다 물일까하는 의심을 하기도 하고, 이제는 바다물에 빠져서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닷가와 기수에서도 살 수 있는 ‘바다개구리’가 있듯이 어쩌면 양쪽의 생리를 익히며 살아남기 위한 시도를 했기에 지금 만들어진 내 우물도 끝이 아니라도 그 다음 점프가 두렵진 않을 것 같다.


10년이 지나도 내 일을 잘 설명하고 또 고여서 썩어버리지 않길 바라며 언젠가 또 내 자신이 넘어야할 한계가 왔다고 생각될 때 나에게 용기를 주고자 이 글을 써나가려고 한다.


오늘도 1g만큼 성장하고 있는 이미준(도그냥)입니다.





안녕하세요. 도그냥입니다 :)

브런치 응원하기 월요연재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몰두하며 살아가다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어느 시점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러던 2020년부터 저는 우물밖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겨요.

이 글은 2019년 즈음부터 시작된 생각들과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만함으로 시작해서 열등감과 질투심, 변화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보통의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해서 경험담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


저 역시 제 선배님들에게 술자리에서나 듣던 경험이야기였지만  제 이야기니까 길게 그리고 지나치게 솔직하게 남겨보려고 해요.

쉽게 오만해지고 쉽게 쭈글거리고 또 어떻게든 극복해나가는 평범한 기획자의 이야기를 함께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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