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이 나에게 별로였던 이유
기시감 그리고 20대
강풀의 <무빙>을 보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고 있었기에 육아하느라 보지 못했던 영화 <엘리멘탈>을 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크게 공감받지 못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주행할 정도로 감동적이라길래 기대가 컸다. 한국계 미국인인 감독이 뭔가 동양인다운 공감대를 만들어준건 아니었을까 하는 기대감이랄까.
그런데 시기의 탓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기시감이 들었다. 바로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엣 올 타임 >(줄여서 에에올) 때문이었다.
동양인 이민자 가정이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뭔가 어색한 영어를 사용하며 그 가계가 공권력의 규칙을 어겨서 위기에 빠지고 자녀는 동양계 부모의 기대와 압박속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내용이 너무 비슷했다. 안타깝게도 에에올이 너무 명작이었던 탓에 이미 같은 상황을 굉장히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었기에 아쉽게도 나에게 엘리멘탈은 너무나 밋밋하게 느껴졌다.
유부녀에 애기엄마라 그런가 백마탄 왕자처럼 내 인생을 구원해준 밝은 백인남자 이미지의 남주인공이 썩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밝은 녀석이지만 사랑이 밥먹여주진 않는다.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의 잘하는 것이 기회가 되는 땅이라는 인식의 반복이 느껴져서 아쉬웠다.
나는 이게 왜 한국에서 역주행했을까가 더 궁금하다.
우리 나라의 현재 저 주인공의 나이대의 20대들에게 혹시 많은 부모들이 올바른 길을 강요하고 있어서 꿈을 저버리고 있는걸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리공예의 꿈따윈 여주인공의 꿈도 아니다. 그 유리공예회사 인턴은 꿈이 아니라 그저 가업을 잇지 않기에 우연히 한번 해볼 수 있는 기회인 것뿐이다. 그 마저도 남이 알아봐준 것이다,
지금 20대들에게 부러운건 스스로 도저히 알기어려운 나의 재능을 다른 사람이 알아보고 주어진 현실을 도망칠 기회까지 준 것 때문이 아닐까?
나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심지어 날 좋아해주는 남자까지 생기고 무려 최대 유리공업이면 대기업이고.
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 부모의 희생에 짓눌렸기 때문일까? 의사나 판검사가 되라고 하는 동양인 부모의 압박은 그렇게도 거센걸까? 같은 인종과 결혼하라는 명령은 엄청 무서운 걸까?
난 어쩌면 이미 20대의 심각한 고민이 그렇게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와의 충돌, 불투명한 미래 진로에 대한 결정, 미래 배우자에 대한 결정 이 모든 것이 지나고나면 의례 내가 더 오래 고민하고 추구하는대로 이어졌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주인공의 혼란스러움과 독립이 과정에 이제 크게 감동받거나 동요하지 않나보다.
덧. 개인적으로 서양에서 인기없는 이유는 물원소로 그려지는 남주가 너무 눈물바람이라 나약해보이는 느낌인게 미국 백인들에게는 기분나쁠 요소일듯., 서양남자들은 동양남자처럼 앞머리도 안내리는 사람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