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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좀 맞으면 어때

by 도그냥


아이를 낳고 난 뒤 유모차의 아이만 비 안맞는다면 나는 비 좀 맞아도 상관없게 됐다.

아이를 낳고 난 뒤 드럽고 치사한게 없고 과도한 욕심보다는 남의 도움도 잘 받게 됐다.


명절이 끝나고 회사와 어린이집으로 가야하는 일상으로의 복귀는 아이가 더 힘들어했다. 아이가 할머니와 아침에 씨름하는 사이 몰래 빠져나오느라 니트긴 해도 여름용 반팔에 겉옷도 없이 우산도 미처 챙기지 못하고 나왔다.


판교역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에 내리는 비. 퇴근 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생각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긴팔 입은 사람들 사이에 비맞고 한참 서있었다.


옛날에는 비를 맞는게 처량하게 느껴졌겠지만. 비 좀 맞으면 어때. 우리 아이가 날 보고 아침부터 더 서운하게 구슬프게 우는 것보다 낫지.

2일전부터 이제 평일되면 우린 각자 일상에 충실해야한다고 열심히 아이 눈높이로 설명했고 아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일찍 일어나버렸다. 원래 내가 출근한뒤에 일어나야하는데 어쩔 수 없이 피했다.


춥지만 비도 좀 맞지만 뭐 어때. 이게 엄마의 사랑인걸.

주룩주룩 폭우도 아닌데 뭘.


어린이집에서는 웃으면서 놀았더구나. 정상적인 평일 복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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