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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기억 Jun 20. 2018

[러시아 2] 모스크바에서 지하철 타기

모스크바의 지하세계로의 초대


모스크바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지하철인가보다. 모스크바 여행기 써야지하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모스크바 지하철인 것을 보면.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가기 전부터 우리의 관심분야였다. 사진으로 본 모스크바의 지하철역들은 상당히 예뻤다. 역마다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서 일부러 지하철 역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정도라고 했다. 몇 년전에는 지하철에서 사진 찍다가 끌려간 사람도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소문도 있었다. 러시아라면 왠지 충분히 그럴수도 있을 거 같아... 다행히 올림픽+월드컵을 거쳐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요새의 모스크바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정말?) 이런 도시괴담까지 접수했음에도, 모스크바 지하철+교통 시스템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지했다.


  


(내 맘대로) 모스크바 지하철의 특징

1.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환승역일 경우 같은 역이어도 노선에 따라 이름이 다를 수 있다. 

     우리로 치면 3호선 종로 3가 역5호선 종로 피아노 거리 역이 같은 역으로 연결되어있는 식이다.

2. 모스크바의 지하철도 노선이 다르고 역 이름이 같은 데 환승이 안될 수도 있다. 읭?

    예를 들어 3호선과 4호선 Smolenskaya 역은 지도상에서도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는 데, 환승은 되지 않는다. 노선도를 보면 두 역이 환승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매우 깊다.

    방공호의 목적을 겸했기에 모든 역이 깊다고 한다. 체감은 모든 역의 깊이가 최소 이대역 정도..?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면 그냥 걷는 게 낫다고 할만큼 깊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들이 매우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인다. 

4.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환승역 간에는 대부분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내가 갔던 역들은 그랬다.)

    출구에는 높은 확률로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난 별로 못 봤다.(이게 참 중요하다. 별표 3개)

5.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출구에 번호가 없다. 

    대신 나가면 만나게 될 도로의 이름이 키릴 문자로 써있다.

6.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매우 자주 다닌다. 

    놓친다고 당황할 거 없다. 금새 또 온다.

7.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사 안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 

    이건 모든 통신사를 테스트해본 것은 아니지만, 제1 통신사라던 MTC는 그랬다.

    구글맵을 이용한다면 미리 해당 지하철역의 출구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m아이콘이 있는 방향에만 출구가 있다. 길건너에도 출구가 있는 경우 빨간색 점선과 약간 작은 m 아이콘을 통해 출구를 표시해주고 있다. 가끔 새로 생긴 출구는 구글에 안나타나기도 한다.




아에로 익스프레스는 티케팅도 편하고 러시아 시내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토요일 오후 평화로운 벨라루스카야 역

모스크바에서 처음 숙소를 찾아 가는 길. 공항에서 아에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벨라루스카야 역에 도착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의 티케팅은 어렵지 않았고 (영어로 된 키오스크가 있었다), 벨라루스카야 역이 종착지라 헤메지 않고 무사히 내리기도 했다. 벨라루스카야 역에서 우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는 환승 한 번이면 갈 수 있었다. 게다가 구글맵으로 가늠해봤을 때 숙소가 지하철역에서 꽤 가까워보였다. 이쯤되자 키릴문자 까막눈 + 러시아어 소통불가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USIM구매로 인터넷이 탑재되어 근거없는 자신감이 더해진 탓도 있었다. 이 때 택시를 탔어야 했는데! 뒤에 쓰겠지만 러시아에서 택시를 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이런 동상도 만날 수 있는 모스크바 지하철

그때의 우리는 알지 못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이란 길을 건너지 않는 지하철 역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하 미궁으로의 초대와 같은 모스크바행 지하철로 짐과 함께 당당히 출발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서울의 지하철에 비하면 객차의 폭이 좀 좁은 듯한데, 러시아워가 아니라면 여행가방을 끌고 타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느낌은 파리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  


친절하지만 안 친절한 모스크바 지하철

그런데 지하 세계에 입성하자마자 난관이 닥쳐왔다. 키릴 문자만 보고 어느 방향에서 타야하는 것인지를 찾는 것이 좀 어려웠다. 이쪽 방향으로 남은 정거장의 수와 저쪽 방향으로 남은 정거장의 수라던가, 여러 노선이 모두 서는 환승역의 표시를 추측해가며 탑승 방향을 추정해야했다. 

 

우리 숙소는 지하철 1호선의 Biblioteka im.Lenina, 3호선  Arbatskaya, 4호선 Arbatskaya, 9호선  Borovitskaya 무려 4개의 지하철이 통과하는 곳이었다. 사실 그래서 용감하게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한 것도 있었다. 여기서 1,9호선은 호텔에서 정말 가까운데, 3,4호선은 거의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 정도 멀다.


첫번째 사진은 우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왔을 때 보이는 크렘린 궁. 두번째 사진은 가장 먼 출구로 가는 길에서 찍은  크렘린 궁 사진이다. 멀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같은 환승역인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어쨌든 벨라루스카야 역에서 한번만 갈아타면 되는 9호선역이 호텔에서 가까우므로 9호선으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9호선  Borovitskaya에 도착해서였다.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니!? 환승역은 노선에 해당하는 색으로 큼지막하게 숫자가 써있어서, 이리로 가면 환승할 수 있겠구나 하고 알 수 있다. 그런데 출구는 찾기가 참 힘들었다. 환승표시 밑에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 데, 밖으로 나가기 위한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계단이 보이기는 하는데, 일단 각자 13~16kg씩 되는 트렁크를 가지고 있다보니 계단으로는 올라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추정해보건데, 환승하러 올라가는 중간에 나가는 길이 있는 거겠지? 알고보니 거기서 나가려면 그 계단으로 가야하는 거였다. 환승통로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출구에도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거기로 나갔어도 다시 지하도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지하에서 좀 덜 헤맸겠지...)

 

모스크바의 슬픈 점은 횡단보도가 귀하면서 지하철 입구도 귀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로 생각해보면 횡단보도도 많지만, 이쪽 편에 지하철 출구가 있으면 당연히 길 건너에도 지하철 출구가 있는데, 모스크바는 그렇지 않았다. 이왕 횡단보도가 적은 거, 지하철 뚫는 김에 길 건너에도 출구 하나만 내주면 안될까요...? 


환승을 위한 에스컬레이터를 세 번쯤 타고도 출구를 찾지 못하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지하세계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환승통로 사이에 숨어있던 출구 하나를 찾았다. 많은 계단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많이 당혹스러웠지만 이 계단만 견디어내면 숙소를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끙끙거리며 짐을 들고 올라갔다. 


계단이 많은데 나는 16kg 트렁크 하나에 5kg가 넘을 미니 트렁크 하나까지 짐이 참 많았다. (왜 택시를 안 탄건지 의문인 부분)  처음에는 힘차게 들고 올라갔으나, 안그래도 다쳤던 손목과 무릎도 아파오고..(참으로 부실한 몸인데 왜 택시를 안 탄걸까 다시 의문인 부분..!) 짐을 들고 끙끙거리며 올라가는 우리가 딱했던지 지나가는 친절한 모스크바의 시민들이 여러 번 도움을 제공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친절한 모스크바 시민 여러분!


드디어 지상세계가 눈 앞에!

그렇게 힘들게 빠져나와 햇빛을 보자 그래 드디어 고생은 여기서 끝이야!(응 아니야) 하고 기뻐하며 현 위치를 파악해본 결과, 다행히도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드디어 연결된 LTE의 감동..) 길 한번만 건너면 바로 숙소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민트색 건물이 우리 호텔

숙소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아야하는 시점에 코너가 공사중이라 몇 개의 계단을 추가로 오르내리긴 했지만 이제 곧 숙소에 갈 것이니 이쯤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숙소를 길 건너에 마주보게 되자 느낌이 쎄하다. 도로의 양쪽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신호등은 있는 데, 횡단보도가 없다! 


길 건너에서 잠깐동안 무단횡단 안되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신호등을 다시 유심히 보았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계단표시가 눈에 띄었다. 오마이갓! 


우리가 원한 건 왼쪽의 횡단보도였지만, 현실은 지하보도뿐!

그렇다 모스크바에서 횡단보도는 너무나 귀한 것이었다. 방금 전에 힘들게 짐을 들고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다. 울면서 짐을 질질 끌고 다시 지하도로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면서도 열받는 것이, 이 지하도도 방금 올라온 지하철의 통로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나온 출구는 2호선에서만 나갈 수 있는 출구고 바로 옆에 있는 출구는 5호선을 통해서만 나갈 수 있는 그런 느낌? 그리고 2호선과 5호선은 까마득한 계단을 다 내려가야 만나는 그런 느낌? 우리 나라의 지하철과는 환승역의 구조도 많이 다르다.  


사실 위에서 방향을 보고 왔으니 호텔쪽 출구를 향해 나갈 수 있었지, 안에서 헤메봐야 백날 찾아도 방향을 못 찾는다. 다음날 우리 호텔 쪽 출구로 나가려고 안에서 열심히 찾았는 데, 결국 전날과 같은 출구로 나왔더랬다.


마지막 출구를 나갈 때에는 정말 기력이 딸려서 짐끌고 올라가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이 때에도 짐 들어주신 모스크바 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한 번에 두명이나 도와주셔서 정말 (지하철은) 안친절하면서도 (시민은) 친절한 러시아 느낌! 

출구 계단에는 자전거나 짐을 끌기 쉽게 비탈길을 놓은 곳이 종종 있어서 이런걸 이용하면 쌩으로 짐을 드는 것보다는 편하다.

 

드디어 호텔쪽 도로에 도착..!!

통로를 나오자마자 크렘린궁의 입구가 보인다. 오예, 드디어 도착. 인천에서 모스크바 공항 오는 것보다 벨라루스카야 역에서 호텔 가는 것이 더 험난하군.


우리는 3일간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지하철역투어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안했다.) 3일권을 끊었는데, 이 3일권은 초반 지하철과 후반 시내버스를 통해 유용하게 써서 본전은 뽑은 느낌이다. 가기 전에는 영어 안내가 나오는 지하철이 시내 버스보다 낫다고 들었는데, 유심이 있다면 그리고 러시아워가 아니라면 가까운 거리는 버스가 나은 거 같다. 러시아워 때문에 횡단보도가 별로 없는 거라던데, 러시아워에는 길이 좀 막히긴했다. 그래도 버스에서는 인터넷도 되고, 지하철은 너무 깊어서 타러 가는 거리나 시간이 꽤 든다. 결정적으로 지하철에서 원하는 출구로 한 번에 나온 적이 없어서 늘 먼 길을 돌아야 했다. 


결론: 짐 많으면 택시 타자. (바가지 안 쓰면-이 부분이 문제...) 별로 안 비싸다. 


Tips

1. yan-metro
     모스크바에서 지하철을 많이 탄다면 yan-metro app을 설치하는 편이 좋다.  yandex는 우리로치면 네이버로 러시아에서 제일 많이 쓰는 검색 서비스이다. 여기에서 만든 지하철 앱인데, 지하철 역에서 해당 앱을 켜보면 자동으로 내가 현재 어느 역에 있는 지 표시해준다. 물론 목적지에 따른 환승 플랜도 제공해준다. 또 현재 특정 역에 문제가 있어 이용할 수 없을 경우 해당 정보도 표시해준다. 

2. yan-map
    이곳에서 제공하는 교통 관련 앱이 두 개가 더 있는데, yan-map의 경우에는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 사용법이 좀 다르고 언어의 압박이 있어서 그냥 구글맵이 더 편하다. 

3. yan-taxi
    러시아에서 택시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yandex에서 제공하는 yan-taxi는 설치하는 것이 좋다. 우버는 사용하는 기사가 적어서 택시를 잡기가 좀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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