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강민 Salawriter Jun 26. 2018

지각 체크하는 회사, 아침밥 주는 회사

A사.

출근 시간이 9시인 이 회사는 아침 9시 정각부터 9시 10분 사이에 게이트를 통과하는 직원의 명단을 주기적으로 팀장들에게 전달해왔다. 매일 9시 직전이 되면 엘리베이터 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직원들이 로비에 장사진을 이루었다.

게이트 앞에는 캠페인용 X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근무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지만 시스템으로 감시하는 회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를 위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많은 부서에 있던 나는, 시간 외 근무가 이어질 때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그 이유 중에는 심리적인 영향도 아주 컸다.


B사.

출근 시간이 역시 9시인 이 회사는 아침 일찍부터 8시 10분 정각까지 카드를 태그하는 직원에게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한다. 8시 10분 직전이 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곧 식당은 가득 찬다.

식당 벽면 곳곳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뉴스로 오늘의 정보를 얻으면서 아침 식사를 한다. 어느 곳에도 근무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기를 독려하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지만,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무엇이 좋은지 스스로 깨닫고 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침에 쉽게 눈을 뜨게 되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지만, 그 이유 중에는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직원들은 최대한의 성과를 내주어야 한다. 근면한 직원의 성과가 높을 수 있겠지만, 마음과 맞바꾼 근면함이 과연 성과로 이어질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질을 당하고도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