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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Jul 02. 2018

갑질을 당하고도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

며칠 전, 여러 기관이 모인 회의에서 어느 공기업 직원을 처음 만났다. 그 공기업이 발주한 사업을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아주 순조롭지는 않아서 양사의 담당 부서 사이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은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나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에 대한 반가운 감정은 전혀 없이, 우리 회사에 대한 반감만으로 분풀이를 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 그런 분풀이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고, 나에게 해서 얻을 것도 없을 텐데 공격적인 표정과 말투는 시종일관 이어졌다. 한두 마디에 이미 기분이 상한 나는 더욱 반갑지 않은 표정과 말투로 또박또박 대답을 했고, 원했던 반응을 얻지 못해 실망했는지 그는 이내 입을 다물고 자리를 떴다. 짧은 시간 동안 겪은 이 사소한 일에서도 강압적이고 무례한 갑의 마음 자세를 느꼈다. 그가 멀어진 이후에도 한동안 가라앉지 않던 불쾌한 감정이 그 증거였다.




어떤 일을 할 때 갑을 관계를 피할 수 없고, 갑은 지시를 하고 을은 그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고 치자. 갑이 강압적이고 무례하게 지시를 한다면 그 지시를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며, 과연 정성을 쏟아서 일 할 마음이 생기기나 할까? 아니 그전에, 갑은 꼭 지시를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갑은 “지시”가 아닌 “리딩”을 한다. 일의 계획과 원칙이 되는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해서 을이 일을 잘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올바르고 지체 없이 해서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이끌어 준다.


이런 갑은 일의 방향을 “지시”하지 않고 “제시”한다. 을은 그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한 뒤 일을 구체화하고 실행한다. 을은 언제든지 일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면 갑은 다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방향을 조정해 제시한다.


제시하는 갑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목표는 이것입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계획은 이렇습니다.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어떤 갑은 묻기와 요구만 한다.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겁니까?
생각을 말해 보세요.

책임, 관리, 지원의 역할은 하지 않고 우위의 위치를 차지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제시도 하지 않는 갑, 질문만 하고 지시만 하는 갑이 하는 일의 결과는 좋을 수 있겠지만, 과연 과정도 좋을 수 있을까? 그런 갑을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업무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을 조직의 일원에게 강압적인 자세로 공격을 가하는 갑과는 앞으로 어떤 일로 만나더라도 마음과 정성을 쏟을 자신이 나에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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