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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Sep 05. 2018

이직 막는 리더와 인사팀의 속내

직원의 이직을 반대하는 이유

이직의 기회가 왔었다.

전 직장에서 6년을 근무했다.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입사를 했고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회사의 컨설팅 조직에서 일을 시작했다. 3년 후에 정규직으로서는 마지막 직급으로 승진을 했고, 이직의 기회가 처음 온 것도 그 해였다.

같은 그룹의 경제연구원으로 가려고 했다.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회사였고, 컨설팅과 산업 동향 연구를 하는 자리의 제의를 받았다. 컨설팅 조직에서 3년 동안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PM(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도 해 본 결과, 대기업에 속해서 하는 컨설팅 프로젝트라는 것이 매번 일의 내용이 새롭고 연속성이 부족하여 컨설팅 업무만으로는 좋은 커리어를 쌓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때, 한 가지 분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산업 동향 연구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컨설팅 업무에는 연구와 유사한 활동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자신감도 웬만큼 있어서 이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회사에 이직 의사를 밝혔다.

소속 팀 리더에게 이직을 희망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면접에 합격한 후였다. 그 이후에는 신체검사와 연봉 협상만 남아 있었는데, 급여 수준이 그룹 내에서 높은 편이라고 알고 있었으니 이직은 여러모로 망설일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리더는 반대했다.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이 회사에 있었다. 계열사 간 이직을 할 때는 원 소속 회사의 합의가 필요했다. 팀 리더부터 임원까지 합의하지 않았다. 리더를 설득해 보고, 둘이 술을 진탕 먹은 날은 울면서 애원해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 다 이해해. 거기 너랑 정말 잘 맞을 것 같아. 그런데 안돼. 반대야.




이직을 포기했다.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수 없으니 빨리 결정을 지으라는 연구원과 절대 안 보내준다는 회사 사이에서 두 달 정도 마음고생을 한 끝에 연구원에 통보를 했다.

건강 상의 이유로 입사를 포기합니다.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처음에 리더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형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데, 그 연구원 안 좋은 쪽으로 말이 많아. 회사로서는 별로 안 좋은 곳이라서 가라고 못하겠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물론 모든 것이 좋은 회사는 없겠지만, 일의 내용, 그룹 내에서의 위상, 그리고 처우까지 나에게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 대다수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승진한 해에 이직을 시도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괘씸죄라고나 할까? 그건 이해가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승진을 했다는 것은 가려고 하는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니 승진한 해는 이직을 시도하기에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승진한 해에 이직하는 사람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있었다.

‘왜 나만 안 돼?’

다만,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룹 내 이직이 아니라 전혀 다른 회사로 옮겼으니 퇴사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가끔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이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당시 속해있던 컨설팅 조직의 갑이라 할 수 있는 지주회사로 가는 경우였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지주회사 소속의 고객이 되어 몸소 컨설팅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일을 주고 돈을 벌게 해주시니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회사가 직원의 이직에 반대하는 이유

리더와 인사 조직이 회사의 관점에서 직원의 그룹 계열사 이직에 합의할지 안 할지를 판단하는 데는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직원의 미래가 아닌, 회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바로 그 기준이라고 느껴졌다.


가고자 했던 경제연구원은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경쟁사였고, 컨설팅이라는 업무 영역이 겹치는 조직이기도 했다. 결국, 내가 이직을 하게 되면 늘 해왔던 시장분석, 사업 전략 수립 등의 컨설팅 업무를 연구원에서 수행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돈을 벌 기회를 잃게 된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참고로, 내가 한 달을 일하면 회사는 몇 천만 원을 벌었고, 대부분 팀 단위로 일을 했으니 내가 이끄는 프로젝트 팀은 매 달 억대의 매출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팀이 전략을 짜 준 사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백억 단위의 매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리더와 인사 조직이 직원의 이직에 반대하는 이유

경제연구원 이직을 포기한 후에도 한 해에 몇 건 씩 그룹 계열사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매 번 리더와 회사는 반대했다. 급기야 계열사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진행하는 이직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그런데, 그 몇 번의 이직을 거부당하는 사이에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이직을 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는 회사의 몇몇 개인의 성과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해외 박사인 나는 인사 조직에서 관리하고 있는 직원의 명단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관리 대상의 퇴사와 이직은 결국 소속 팀 리더와 인사 담당자의 성과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애초에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는 이직을 할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다른 그룹으로의 이직

올해 초에 퇴사와 함께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지난해 10월 말 정도에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는데 일의 내용이나 회사가 원하는 조건, 우대 사항 등 여러 면에서 나와 부합되었고, 30 : 1의 경쟁률을 뚫고 이직에 성공했다. 전 직장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지만 회사의 급이 전혀 다르고, 나의 수입은 적어도 3~4천만 원이 늘어날 것 같다. 더 중요한 일을 맡았고 상반기에 이미 큰 성과도 있었다. 전 직장과 같은 분야의 사업에서.




그들이 진짜로 원했던 것

직원의 이직을 막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들이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던 나는 더 먼 곳으로 떠나 전혀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지금의 회사는 경쟁사도 아닌, 전 직장의 갑과 같은 곳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지금의 회사에게 뺏길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그룹의 다른 회사로 보낼 바엔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했을까? 같은 그룹 안에 있는 회사들일뿐, 계열사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것 따위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회사를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사람 한 명에 살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이 회사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그들이 멀리 떠나보낸 누군가로 인해 회사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직원의 이직을 두고 어떤 것을 따져야 할지 리더와 인사 조직과 회사는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나의 연구원 이직에 반대했던 리더 중 한 명은 내가 연구원 입사를 포기하고 몇 달 후 평직원이 되었고 더 이상 나를 지켜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이직을 몇 번이나 반대했던 임원은 현재 전혀 다른 회사의 임원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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