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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Nov 07. 2018

모르는 것을 대하는 마음

처음이라 모르는 일

요즘 회사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국가의 모 기관이 주관하는 연구개발 사업을 막 시작했는데 같이 참여하는 동료들도 이런 형태의 사업은 처음이라 회사 내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 물어가며 꾸역꾸역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숫자를 알아야 1+1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것처럼, 기초 지식이라도 있어야 질문이란 것을 할 수가 있다.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데요, 이게 도대체 뭔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전화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난감해하던 타 부서 직원의 목소리와 잠시 동안의 정적에 얼마나 미안했던지.
결국,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되어 질문하기 위해 생소한 것을 거듭해서 들여다 보고 고민하여 정체가 무엇인지 스스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전혀 모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티끌 같은 실마리를 찾는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로 이렇게 많은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빛 한 점 없는 곳에 혼자 내버려져 한 발자국 걷고 한 숨 한 번 쉬며 앞으로 나아가는 심정을 느끼고 있다.

다행히 빛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노력하지 않아 모르는 일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의 시험 감독을 하고 왔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시험이었는데, 교실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부정행위가 있는지 관찰하고, 화장실에 가는 학생과 동행하는 등, 감독 선생님을 돕는 역할이었다.

교실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곳에 앉아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답답함이 느껴지는 뒷모습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도 아무것도 써내려 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 아마도, 아는 것이 없어서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학생은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나 부정행위로 이어질까 의심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인 학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친구들의 손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던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멈추어 있던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시작과 끝의 모르는 일

모르는 것을 앞에 둔 우리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답답하고, 불안하고, 짜증 나는 안 좋은 감정.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것을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수는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만난 생소함에 대한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할 때 모르는 것을 마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흥미로운 마음도 느껴질 것이다. 알아가면서 점점 수월해지는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 많은 것이 생소하다면, 우리는 다른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점에 왜 아직도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을까?
모르는 것을 모른 척해 온 건 아닐까?
같은 시간과 과정을 지낸 다른 사람들과 내가 지금 가진 것은 왜 이렇게 다를까?
그들과 내 생활의 밀도는 얼마나 달랐을까?




모르는 것을 앞에 둔 힘든 마음은 그것을 알아가면서 해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니면, 그 일을 미련 없이 포기하거나 언제까지나 모르는 것을 모른 척하면 된다.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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