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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Dec 12. 2018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내리는 방식

스트레스를 대하는 리더의 자세

어느 직장의 스트레스 충만한 상황

“다들 모여봐. 내가 지금 무슨 꼴을 당하고 온 줄 알아?”

상무님에게 불려 갔다 온 팀장님이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팀원들은 머릿속으로 지나간 일을 떠올려 보며 중죄인 같이 위축된 모습으로 그의 주변으로 모인다.

‘나, 사고 친 거 없지? 나 아니겠지?’

그들 사이에서 유독 낯빛이 좋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이 과장이 사고를 제대로 친 모양이다.


이런 상황, 회사에서 본 적 있을 법한 풍경이다. 이럴 때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누가 그를 화나게 했을까?’ 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어떤 사고를 쳤든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팀장의 지휘 아래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범인만큼이나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이렇게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래로 내리는 방식이다.

사람마다 누군가에게 받은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나 상하 관계가 없을 수 없는(수평을 지향하더라도 완전한 수평은 어려우니) 직장이라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차이에 따라 조직 내 인간관계와 일이 해결되는 과정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래로 내리는 방식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1 : 더 보태어 전달하기]

앞서 잠시 등장했던 팀장님은 아마도 상무님한테서 질타를 받은 불쾌함에 팀원에 대한 원망을 보태어 한동안 불을 뿜을 것이다. 그리고 불똥은 범인인 이 과장에게만 튀지 않을 것이다.

“김 차장. 사수가 뭐 했어? 아직 이런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도대체 뭘 가르친 거야?”
“박 대리. 너는 선배 혼자 바쁘게 일하는데도 매일 칼퇴하더라?”
“내가 니들 사고 친 것 때문에 불려 다니면서 욕이나 얻어먹어야 되겠어? 솔직히 니들 일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고 속 편해. 이럴 거면 이 과장 네가 팀장 해.”


팀원들은 정확한 상황은 전달받지 못한 채, 그렇다고 팀장님에게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책을 모색할 것이다.

“이 과장. 뭐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래?”
“아마도......”
"그렇다면 혹시......"


결국, 스트레스에 스트레스를 보태어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상황의 본질이 흐려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어렵고 다음 의사소통은 부담스러워진다.




[1+0 : 그대로 전달하기]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상황에서도 남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섞지 않는 유형도 있다.

“상무님이 화가 많이 났던데.”

안 좋은 상황을 그대로 전달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원인 제공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문제 상황에 본인을 개입시키지 않으니 스트레스로부터는 자유롭다. 하지만, 만약 리더나 관리자라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니 오히려 아래위 사람 모두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이 과장이 상황 제일 잘 알 거니까 알아서 잘 해결해 봐요. 해결되면 상무님께 같이 가서 말씀드립시다.”

같이 들어 가지만 말은 이 과장이 다 할 것이다.




[1/2 : 걸러서 전달하기]

팀에서 진행하는 일의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면 상무님의 질타를 받는 동안 대강의 상황 설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번 일에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는 점은 상무님께 설명을 해 드렸어요. 그래도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반성할 필요가 분명히 있어요.”


이런 경우, 상황에 대한 이해 덕분에 본인뿐만 아니라 위아래로도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질타를 받았을 때와 할 말은 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분명 강도와 여운이 다르다.
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루두루 파악하고 있는 리더, 위아래로 할 말은 하는 리더라면 그 주변의 스트레스도 줄게 된다.

“이 과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하고, 시급한 상황이니 이번 주는 이 건을 우선적으로 다 같이 돕도록 합시다.”




[1-1 : 삭히고 삭히기]

항상, 뭐든지 괜찮은 리더도 있다. 정확히는 괜찮아 보이는 리더이다.

“별 일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이러라고 팀장 월급 주는 거 아니겠어? 조금만 더 신경 써 줘.”

위의 질타도, 아래에 대한 불만도 웃어넘긴다. 팀의 분위기는 유하고 좋을 수 있으나, 팀 전체가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의 책임감이 가벼워질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은, 위아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삭히고 삭히다 자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했으면 좀 눈치껏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다 넘어가 줬잖아.”


사람 좋은 것도 좋지만 너도 나도 다 괜찮아야 조직은 지속될 수 있다.




[0 : 자연정화]

실제로 스트레스에 무감각한 경우도 있다.

“상무님. 뭐 그럴 수도 있죠. 사람들 하는 일인데. 신경 쓰지 마세요. 별 일 아니네요.”

즉,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인식한 문제를 아래로 전달하지 않아 해결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팀장님,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그냥 상무님 심기가 불편하셨나 봐. 아무 일 없어요.”

본인의 마음은 편하지만, 위는 불편하고 아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 보고 체계가 흔들려 결국엔 의사소통에서 배제될 수 있다.

“이 과장님. 비서인데요, 상무님이 방으로 와달라고 하십니다.”
"팀장님 없이 저 혼자요?"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는 곳, 상하 관계가 완벽히 사라질 수 없는 곳인 직장에서,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아래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일이 되면서 스트레스도 적은 직장 생활을 위해서.



*이미지 출처 : pixabay

*아이디어 제공 : 작가의 Soulmate 손석의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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