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먹은 후엔 노을 산책
지는 해를 바라보러 방파제로 향했다. 낚시 체험을 온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설명을 듣고 있다. 대체 어떤 조화로 오늘 저들의 인연이 한데 묶였을까.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들 가시게, 마치 동네 주민인 양 흐뭇한 눈으로 남몰래 인사를 보냈다.
바다는 항상 거기 있는데, 왜 매일 볼 때마다 다른 풍경일까. 해는 날마다 지는데, 석양빛은 왜 매번 새로운 감동일까.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색감과 분위기. 이 순간이 박제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니 쓸쓸히 아쉽다가도 한편으론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음에 다행스러워진다. 이리 노을을 자주 만날 날들이 살면서 다시 또 찾아올까? 내 생에 이렇게 풍요로운 마음들이 다시 또 생길까? 남해에서의 시간이 마무리되면 이 고요하고 장엄하고 충만한 순간들이 참 많이도 그리울 테다.
되돌아오는 길, 해안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방파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훌쩍 뛰어올라 수평선을 마주하고 앉아 있노라면, 세상이 멈춘 것처럼 시간이 사라진 것처럼 아득해진다. 아등바등했던 서울의 삶들이 무상해지기도 하고, 무언가 놓쳐버린 듯 불안했던 인생이 별거 아니라고 다독여지기도 하고, 막막한 미래는 왠지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위안되기도 한다.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저 표지판처럼, 내 인생도 우회하고 있다면 좋겠다. 조금 느려도, 조금 오래 걸려도, 결국엔 언젠가 어디엔가 다다를 거라고. 더 자주 쉬고, 더 많이 구경하고, 실컷 잘 놀다가 왔노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