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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부는 버드나무 Aug 06. 2021

[어슬렁,남해] 01. 드디어 남해, 안녕 꽃내

6주의 시작

일주일 내내 방 한켠에 입을 벌리고 누워있던 트렁크가 드디어 닫혔다. 새벽 5시 30분 기상, 아침 7시 버스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일정조차 기꺼웠다. 이른 시각의 서울 남부터미널,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온 청년들에게 절로 눈길이 갔지만, 꽃내 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라던 규칙이 생각나 반가운 마음을 이내 거뒀다.


한참을 자다 깨다 반복해도 버스는 여전히 길 위에 있고, 지루함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를 때쯤. 눈앞에 남해대교가 들어왔다. 푸른 바다 위 쨍한 붉은 빛깔의 현수교. 차창 밖의 산뜻한 풍경이 새로운 곳에 도착했음을 실감케 했다. 먼 길을 떠났다 결국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 겨우 목적지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우린, 각자의 기대만큼 부푼 트렁크와 함께 드디어 남해에 도착했다. 꽃내에서의 6주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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