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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Aug 04. 2015

어느 쇼콜라티에 Chocolatier

진정한 대가. 소박한 사업가. 

"허쉬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에요. 이거 맛보세요. 

우린 벨지움 초콜릿을 만들어요. 그게 진정한 초콜릿이죠"


주말에 우연히 근처 로컬 와이너리들 행사가 있는 걸 알게 됐다.

나파 Napa에 비하면 그 규모가 너무 작지만 그래도 와인 전문가의 길을 가다 보니 언제 한번 쫘~악 돌아보고 로컬 와인도 테이스팅도 해보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너무 행운스럽게(?)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와인 글래스 하나 딱 들고 여기저기 와인 맛을 보러 다닐 수 있게 된 거다. 심장박동 최고치가 될 수 있는 일.


토요일 오후 내내 와이너리들을 들러 이런 저런 와인들을 테이스팅하고,

일요일 이른 오후, 

로컬 와이너리 중에선 그래도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 들어선 한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와인글래스를 든 우리에게 다가온다. 

초로의 사람 좋아 보이는 한 할아버지. 

조그마한 쵸콜릿을 들고 먹어보라며 권한다. 

"허쉬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에요. 이거 있다가 맛보세요. 

우린 벨지움 초콜릿을 만들어요. 그게 진정한 초콜릿이죠"라고 말하며.


그 와이너리에서 무료로 제공된 미니버거와 다섯 개 정도의 와인 테이스팅을 끝내고

그분이 주었던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오.. 맛있다..

내가 별로 단맛을 좋아하지도 커피나 초콜릿을 즐기지도 않지만

그런 내 취향과는 상관없이 맛있는 건 맛있는 거였다.


할아버지가 자기네 샾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면 오라고 했던 와이너리 한쪽 임시 테이블로 다가갔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아직 젊으신 와이프 되시는 분도 할아버지만큼 사람이 좋아 보인다.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레드와인을 넣어 만든 초콜릿이라며 우리에게 하나씩 권한다.

입에 넣었다.

너어무 맛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도 아닌, 

아주 살짝 달콤하며 

아주 기분 좋게 쌉싸름하고 

그러면서도 아주 진~하고 부드럽다 못해 silky 한 초콜릿. 

내 평생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초콜릿을 먹어 볼 수 있음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초로의 너무나 평범한 두 분 쇼콜라티에가 다시 보일만큼.


샾이 어디 있는지 설명을 잠시 듣고 명함을 받아 들고,

9개들이 조그만 박스 하나를 사겠다고 말하며 계산을 하려는데 두 분이 다 허둥지둥. 

어렵게 어렵게 계산하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백에 넣어주겠다고 하시며 두분다 또 허둥지둥.

초콜릿 녹는다고 아이스팩이랑 같이 넣어주겠다 하시며

아이스팩에 물기 흐를걸 방지해준다고 아주 꼼꼼히 페이퍼 타월로 깨끗하게 아이스팩을 먼저 싸서는

초콜릿 박스 위에 아이스팩을 얹어 작은 백에 딱 맞게 밀봉해서 쇼핑백에 넣어주시며

아이스팩이 항상 위쪽에 있게 가지고 가라 하신다. 

조금전까지 돈받고 내주는 '장사'에는 어눌해보이시던 분들이 

딸 시집보내는 부모처럼 

본인들이 만든 초콜릿을 내보내며 포장하시는 손끝에 저절로 정성이 묻어난다. 

나도 저 손길을 알 것같다. 내 샾에서 내가 정성들여 만든 꽃상품을 포장할때 나도 저런 마음이기에.


집에 와서도 남편이랑 하나씩 꺼내먹으며 계속 감탄했다. 초콜릿이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지 이러면서.


요즘엔 "대가"가 넘쳐 난다.

뭐 아무나 줄이 좀 닿아 TV 나 미디어에 얼굴 몇 번 나오고 나면 어느새 모두 다 대.가.란다. 

의료계 사람들이건 법조계 사람들이건 셰프들이건, 

어떠한 작은 인맥으로 방송에 나오게 되고 

그때 어떤 타고난 그들의 끼와 말재간으로 한 방송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이내 모든 방송에서도 잡지에서도 그들은  대가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어느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한 최고의 실력자가 되어버린다. 그들의 진정한 실력과는 상관없이. 

방송에 출연 회수가 많아질수록 대중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들의 사업도 더 잘되고.  

그들은 이제 방송일에 너무 바빠 자신들의 비즈니스는 이미 다른 사람의 관리하에 경영이 되고 있음에도 비즈니스는 더욱 더 잘 되어간다. 동네 한 구석에서 작게 그냥저냥 하던 가게가 사업이 더 화려하고 더 번듯해지고 그와 더불어 서비스 가격도 당연한 듯 치솟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방식이려니 당연했었는데,  

갑자기 비교가 된다.


주말을 쉬지도 않고 

다른 종업원을 시키지도 않고 

자신의 샾도 아닌 남의 와이너리에서 한쪽에 임시 테이블을 얻어 

자신들이 만든 초콜릿을 홍보하던 초로의 노부부 쇼콜라티에. 

그들의 웹사이트도 그들의 샾도 아직 가보지 않았다. 

근처 자그마한 한 도시의 입구에 있다는 그들의 샾이,  

이름만 들으면 웬만한 이들은 알 법한 

라스베거스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휘황찬란한 멋진 초콜릿 샾보다 당연히 멋질 리가 없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 생존 방식으로 보면 대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의 초콜릿을 먹고 나니  

성공. 명성. 최고. 대가. 라는 말이  

허허~ 헛웃음 날만큼 한껏 우습다.


단지 정직한 그들의 초콜릿을 맛봤을 뿐인데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까지 해 준 

어느 한 날 만난 초로의 진정한 쇼콜라티에.


소박한 사업가. 그리고 진정한 대가.



                                                                            @winefl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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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amie: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멤버,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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