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에 대한 고찰
내 플라워샾이 있는 쇼핑센터에는 베이글을 맛있게 하는 가게가 있다.
이 집은 아침 여섯 시인지 더 일찍인지 오픈해서 점심을 지나 네시까지만 오픈하는 곳인데
베이글이 맛있어봤자 베이글이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 조차도
뭔지 모르게 맛있다고 느낄 그런 집이라
매번 갈 때마다 항상 줄이 길다, 특히 아침 무렵이랑 점심 식사 무렵 시간엔 더 더욱.
아침에 샾에 준비해둬야 할 일들이 좀 있어서 가게에 좀 일찍 와야 하는 날은
일부러 집에서 아침을 안 먹고 나온다.
조 베이글집에서 베이글이랑 커피랑 사서 손에 들고 내 샾까지 걸어오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어도 살랑살랑 살갗에 닿는 싱그러운 아침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하는 건지
바쁘게 아침을 시작하는 나와 같은 많은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은 건지
아님 단순히 내 샾이 요런 맛있는 베이글샾에서 걸어서 일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는 게 기분 좋은 건지
이유는 딱히 모르겠는데 암튼 기분이 좋다.
오늘도 그런 날 중의 한날이었다.
아침에 샾에 도착해서 얼른얼른 먼저 챙겨놔야 할 일들을 챙겨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을 사러 베이글집에 들렀다.
내가 이 곳에서 샾을 한지 수년 째라 이 베이글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는데,
처음 본듯한 한 청년이 오더티켓을 보며 내 오더인듯한 베이글을 토스트하고
크림치즈를 바르고 포장하더니 내 이름을 부른다.
Jamie~ your order's ready~ 라고 외치며.
가지러 갔더니 베이글을 전해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보는 사람이 기분 좋아질 아주 환~한 미소로.
이 집이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업원들이 그닥 상냥하진 않다는 점.
뭐 그렇다고 무례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런데 아니 이중에도 이렇게 환히 웃을 줄 아는 종업원이 있다니.
역시 사람 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미소를 지을 줄 알아야 해 그럼 그럼..
이러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내 샵에 돌아와서
이제 먹어볼까~하며 먼저 첫 포장을 푸는데,
그을렸다고 하기에는 타 버렸다고 표현해야 할 베이글 한쪽 가장자리가 포장사이로 언뜻 보인다.
앗 이거 뭐야뭐야 이러면서 포장을 다 풀었더니 다행히 다 그렇지는 않고 그 한쪽 가장자리만 좀 탔다.
뭐 포크로 그 부분만 떼어내니 됐을 정도.
오븐에 베이글 어느 부분이 살짝 더 닿게 되면서 생긴 일 쯤으로 여기면 될 일이었다.
앗 뭐야 하는 순간부터 아 다 그렇진 않구나 하고 확인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길어야 4,5 초?
그 짧은 시간이라도 난 그때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럴줄. 어쩐지 친절하게 웃어 보이더라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이글을 한입 베어 물며 이름도 모를 그 청년에게 미안했다.
들어오는 오더만 처리하기에도 워낙 바쁜 곳이라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웃거나 손님하고 말을 많이 하거나 하지 않고 바삐 손만 움직이는데,
나한테 미소 지으며 포장한 베이글을 건넨 그 청년이 난 왜
뭔가 잘못해놓고 무마하려고 외려 친절하게 웃어 보인거라고
그 짧은 시간이라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야말로 다 타 버렸으면 도로 가져가면 두말없이 새걸로 만들어줄 것을.
아.. 정말 나 요즘 왜 이리 자꾸 안 순수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건지.
누가 이런 말을 하면 혹시 쟤가 이런 꿍꿍이로 이렇게 말하나..하는 날 보기도 하고
누가 이렇게 웃어 보이면 아 얘가 뭘 잘못해놓고 숨기려고 이러나.. 이런 생각하고 있는 날 보기도 하고.
물론 지금까지 삶 속에서 불행히 많은 안 좋은 사람들을 겪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아 나 정말 요즘 왜 이러나 싶다.
누군가의 눈물을 눈물로
누군가의 웃음을 웃음으로
순수하게 사람을 보는 그런 눈과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개나 줘버렸나 보다..
예전에 배우 김애경 씨라는 분이 만들어냈던 유행어,
내가 오늘 그 청년에게 해야 할 말일 것 같다.
콧소리 뽱 넣어서,
미안합니당~~
작가 Jamie:
플라워샾 오너 in California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