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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Aug 24. 2015

우리는 다 꽃이다

각기 다른 곳에 있는 다른 꽃일 뿐.

"Jamie, 작은 어레인지먼트 만들어놨어요. 그대로 가격 붙여도 좋은지 가기 전에 체크하고 가면 좋겠어요."

샾을 막 나서려는데 A군이 말한다.


내 플라워샾에서 같이 일하는 A군은 아직은 플라워 디자인을 배워가며 일하는 중이라 가끔은 나의 final  check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숙련된 디자이너들과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아직 그만한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들은 또 그들대로, 오너 입장에선 같이 일하기 좋은 점과 힘든 점이 있다, 어느 비즈니스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숙련된 플로리스트들의 큰 장점이라 하면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 단점이라 하면 자신들의 스타일이 이미 굳어져있어 때로는 오너가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아직 디자인 경험이 좀 부족한 A군은 작업 시간은 좀 걸리고 내 손이 가야 하는 어려운 점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아직 굳어져있진 않아서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또 원하는 대로 대부분 따라와주니 그런 점은 좋은 것 같다.   



시간도 좀 있어서 퇴근하기 전 체크도 해볼 겸 꽃 냉장고 쪽으로 다가갔다.

흠...  A군이 컬러감각도 좋은 편이고 이제는  texture를 보는 안목도 생겨서 괜찮은데 가끔 실수하는 게 하나 있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한 것 같다. 옆에 있던 A군에게 말하려 하는데 A군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이 꽃이 focal point 로는 아닌 것 같죠? 색이 어울려서 넣긴 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꽃을 넣어줘야 할 것 같아요."


플라워 디자인에서 중심이 되는 꽃을 혹은 그 부분을 focal  point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뭐 반드시 꼭 가운데 있을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 어레인지먼 안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거나 보는 이의 눈길이 먼저 가게 되는 꽃으로, 크기도 모양도 무게감도 흥미로움도 중요하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채워져 나가듯, 음악 속에서 작곡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중심 되는 멜로디나 비트가 있듯, 포토그래퍼가 전체 사진 속에 포커스를 두고 싶은 부분이나 피사체가 있듯, 플로리스트에게도 그렇게 전체 어레인지먼의 중심이 되게 해줄 꽃이 있고 그 다음으로 전개되야하는 색감이나 질감, 라인 등이 있다.


뭐 어레인지먼을 다시 만들어야 할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요거요거만 좀 다시 손보고 가격 붙여서 준비해놓으면 되겠다고 말을 하고는 샾을 나섰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꽃을 가지고 작업하는 플로리스트로 살아가면서, 늘 생각하게 되는 게 있다.

꽃이 사람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것.


사람의 모습도 성격도 취향도 참으로 다양하듯 꽃의 모양도 색깔도 성질도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꽃은 품위 있고 우아하고 어떤 꽃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떤 꽃은 줄기가 아주 길고 어떤 꽃은 아주 짧고,

어떤 꽃은 굉장히 씩씩하고 당당하지만 어떤 꽃은 아주 프리~한 캐주얼함을 담고 있으며,

어떤 꽃은 손이 살짝만 닿아도 꽃잎이 상해버리는가 하면 어떤 꽃은 몇날 며칠 변함없는 모습으로도 있고, 


그런가 하면,

멋진 장소에서 화려한 파티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꽃들도 있고,   

인적 드문 들판에 혼자 피었다 지었다 반복하고 있는 이름 모를 들꽃도 있고.


또한,

어쩌면 모든 꽃은 focal point 라는 이름으로 어느 곳에서든 돋보이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꽃에 따라서 어떤 꽃은 focal point 로보단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꽃들 사이에 자리할 때 더욱 아름다운건데도.




결국은,

하나하나의 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며 다른 꽃들과 조화로움을 만들어내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가끔은,

나만 꽃. 인 것 같은 이기심이, 혹은 나만 꽃이 아닌. 것 같은 상실감이,


때로는,

나란 꽃이 있어야 할 자리. 를 모르는 불안함이,

이 자리가 왜 내 자리.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들이

나. 라는 꽃을 아름답게 만들지 못한다.


우리는 다 꽃인데.

각기 다른 자신의 모습으로, 각자 있어야 할 곳에 있기만 하면 아름다운..



사람이 꽃과, 인생이 꽃과, 참으로 닮아있다.  


                                                                             @winefl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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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amie: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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