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e Sep 04. 2015

꽃이라 쓰고 사람이라 읽는다

어느 아침, 손님이 전해준 감동

오전에 일하고 있는데 샾에 비발디의 사계 중 "Spring" 이 울려 퍼진다. 약간 조악한 사운드로. 바로 우리 샾 전화벨 소리. ㅎㅎ 


"co-worker 한테 꽃을 좀 보내려 하는데 오늘 중에 딜리버리 될까요?"


오후 늦게 할 수 있겠다고 하니, 내 웹사이트에 이런 이런 꽃 디자인을 봤는데 그게 오늘 가능한지를 묻는다.

나의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미 내 눈은 우리 꽃 냉장고에 어떤 꽃이 있는지 스캔을 끝냈고, 이렇게 이렇게 만들 수 있겠다고 말을 하니 좋다고 하며,


"직장 동료가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서 내일 화장을 해요. 꽃을 받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오더 하려는 꽃 디자인, 잘 고른 걸까요?" 묻는다.


나도 골든 리츄리버 함께하고 있는데 이제 곧 열 살이 되니 얘가 우릴 떠나면 난 얼마나 슬플까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답해주며, 그럴 때 손님 같은 친구가 내게 이런 꽃을 보내주고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준다면 정말 힘이 되겠다고 대답해주었더니


"아 그래요 그럼 정말 좋겠어요" 하며 가격은 그다지 문제 되지 않으니 좋은 꽃으로 예쁘게 해서 보내 달라고 한다. 꽃과 같이 보낼 카드 메시지는 어떻게 적을까 물었더니,


"Olivia,
Tomorrow is going to be the one of the hardest time of your life. 
These flowers will not make it any easier but I want you to know that I am thinking of you and I am here for you during this difficult time.
XOXO,
Vanessa"


"올리비아,

내일은 너의 인생 중에 가장 힘든 날 중에 하나일 거야.

이 꽃들이 그걸 좀 낫게 해주진 못하겠지만 너의 힘든 시간 중에 그래도 내가 널 생각하고 있고 널 위해 여기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많은 키스와 허그를, 바네사로부터"


.

.

가슴이 따뜻해진다.

수화기 너머 손님의 목소리로 참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인 게 느껴졌지만 메시지가 유난히 사려 깊다. 나대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말, 넌 혼자가 아니야.


누군가가 아파할 마음 한 구석을 내 아픔으로 느낀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삶 속에서 배웠고 그게 바쁜 생활 속에 그리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정당화시켜왔는데..


아마도 세상은 아주 뼛속까지 못된 사람들 20%에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 75%에 뼛속까지 천사인 사람들 5% 의 조합인지도 모른다. 삶 속에서 자주 마주칠 순 없는 천사 같은 이들이 온 세상을, 나머지 보통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싶다. 나한테 보낸 꽃도 아닌데 내가 고맙고 내가 감동이다.


이 손님은 단지 꽃을 보냈을 뿐인데 누군가의 마음을 답으로 받을 것 같다.


꽃은 사람이고 꽃은 마음이다.

 


꽃집 언니의 티타임 매거진


와인 plus 매거진


웨딩 플라워 plus 매거진


작가 Jamie:

플라워 샾 오너 in California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다 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