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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15. 2015

90세 할머니는 어디에

한 할머니 손님이 양손에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샾에 들어오신다.


“Hi, how can we help you?”


“내가 두어 주 전에 이 꽃집에서 꽃배달을 받았는데 꽃이 너~무 아름다왔어요. 정말 감동이었어~ 하나는 집으로 하나는 레스토랑으로 딜리버리 했었는데 나 기억하나요?”


하며 웃으신다. 나 살짝 헷갈려하고 있는데 스탶이 나의 기억을 얼른 더듬을 수 있게 도와주며 말한다.


“물론 기억하고 말고요. oo 레스토랑이었지요?”


그러고나니  나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몇주 전 어떤 손님이, 90세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이 할머니의 집으로 꽃을 보내달라 하는 오더를 해서, 딜리버리 스케쥴을 하려고 이 분에게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Hello, 캐롤 oo 씨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난데요, 누구인가요?"


오더 내용에 “Happy 90th Birthday!” 라는 카드 메세지가 있는 것을 보며 90세 할머니의 음성을 대략 기대 는데, 한 60세 정도의 목소리로 들리는 분이 본인이라며 대답하신다. 목소리도 카랑카랑 힘이 있고 발음도 정확해서 오우~ 좀 놀랬었다.


그리고 그 담날인가, 다른 손님에게 전화가 와서는, oo 레스토랑에 몇시에 생일 파티 점심 예약이 되 있는데, 그 시간에 맞춰 같은 이름의 그 할머니에게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꽃을 딜리버리 해 달라는 오더가 있었던 것이었다. 자원 봉사단체 이름으로 꽃을 보내달라고 했기에, 와 이 꽃 받으시는 분은 90세이셔도 아직도 이렇게 단체에서 계속 자원봉사를 하시고 모임도 갖고 그러시나보다 하며 좀 감탄했었기에 더욱 기억나는 그런 할머니였다.



캐롤이라는  할머니가 가져온 쇼핑백에서 화병을 주섬주섬 꺼내며 우리보고 가지라고 하신다.  두개는 우리한테서 온거였고 다른것들은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거였는데, 이렇게 멀쩡한 멋진 화기를 버릴 수도 없고 자기가 꽃을 꽂을 줄도 모르니 우리에게 갖다주는게 마땅하다고 하시며.


본인의 시간과 차 연료를 들여가며 오셔서는, 꽃이 너무 예뻤다고, 특히 어느어느 색과 어느어느 꽃의 조합이 너무 아름다왔다고 하시며 칭찬과 감사의 뜻을 전하는 그분을 그대로 돌려보낼 수 없어서, 이렇게 일부러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며 그저 꽃 몇 송이를 선물로 간단히라도 포장해서 전해드렸다.  


고맙다고 하며 다음에 꽃 필요할때 다시 들리겠다며 인사를하곤 나가신 그분이, 우리 가게 앞 주차장에 본인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그 모습을, 우린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분이 90세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많이 봐도 70대 중반, 누군가가 60대 후반이라 해도 아 그래~ 할 수 있을 정도의 할머니.


아무리 미국 할머니들이 아시안 할머니들에 비해 정정하다해도, 이곳에서 조차도 보기드물 정도로 자세도 너무나 꼿꼿하고, 발음도 전혀 어눌하지 고, 사고 능력도 지극히 정상이고, 걸음걸이도 그냥 초로의 60대 할머니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게다가 아직까지 본인이 운전해서 다니고 싶은 곳을 남의 도움없이 맘껏 다니고 고..


이곳에선 본인이 운전이 안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인 집밖을 나가는게 거의 불가능한 곳인데, 아무런 매임없이 다니고 싶은 데로 다니실 수 있으니 그렇게 자원봉사 활동도 계속 하실 수 있으신건가보다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액티브한 삶을 사시니 그리 건강하게 90세까지 건강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젊음과 건강의 비결이라도 여쭤볼걸 그랬다싶다.


지금도 그 할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내게 나름 큰 충격이었나보다. 아주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


동안이다 동안이다 해도 이쯤되면 올킬일것 같다.

캐롤 할머니. 당신이 진정한 짱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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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amie:

플라워 샾 오너 in California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Certified floral design evaluator/judge

&

Wine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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