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eholism Dec 09. 2023

pop pop pop, 존재만으로 파티가 되는 샴페인

와인이 필요한 모든 순간


최근에 세 번째 샴페인 클래스를 마쳤습니다. 제가 하는 수업 중에서도 아주 빨리 마감되는 인기 수업이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샴페인을 좋아하는걸까, 어떤 매력이 돋보이는걸까, 나는 언제 샴페인을 마시고 싶을까?‘ 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번 글의 주제가 샴페인으로 좁혀졌네요.


기분 좋은 일, 축하할 일이 있을 땐 언제나 샴페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생일날, 기념일, 연말 파티 같을 때죠. 샴페인을 열 때 ‘펑’하는 소리가 폭죽 소리와 비슷해서인지,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기도 하죠. 와인샵 손님들께 선물용 와인을 권해드릴 때도 항상 샴페인이 우선 순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샴페인이 있어서 평범한 날이 파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두 번째 샴페인 클래스에 참여하신 분이 가장 좋아하는 샴페인과 함께하는 순간을 이렇게 이야기 하셨던게 생각나네요. 


오후 두시 쯤,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봄이나 가을날에
야외에서 마시는 샴페인은
'행복' 그 자체예요.


이 이야기를 하시자마자 함께 있던 모든 분들이 공감하셨어요. 원래 즐겁고 흥겨운 날 말고, 평범한 순간에 샴페인이 더해져 파티가 되는 순간인거죠. 햇살 받으면서 시원하게 칠링된 샴페인을 한 모금 입에 머금는걸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샴페인은 뭘까

사실 저는 버블이 있는 와인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편입니다. 탄산음료는 거의 즐기지 않는데 기포있는 와인을 이렇게 좋아하니 좀 아이러니 하죠? 탄산음료의 버블이 입안에 펑펑 터지는건 좀 거칠게 느껴지는데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는 챠르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느낌이라 그런 것 같아요. 


기포가 있는 와인을 전부 아울러서 부를땐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합니다. 샴페인은 그 하위 분류 중에 하나죠. ‘상파뉴 지방에서, 전통방식으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의 정의라 할 수 있어요. 지역 이름인 동시에 와인 이름인거죠. 샴페인의 품질과 이름값이 여기서 확인되는 것 같네요.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이라고 부릅니다. 크레망 뒤에 지역 이름을 붙여 부르죠. ‘크레망 드 부르고뉴, 크레망 드 루아르’처럼요. 같은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스페인 산이면 '까바'가 됩니다. 이들 모두 샴페인보다는 좀 더 가성비가 좋죠.


이탈리아에는 샴페인이나 크레망보다 훨씬 저렴하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있어요. 바로 ‘프로세코’죠. 샴페인처럼 지역 이름이 곧 와인 이름인 와인입니다. 탱크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통방식보다는 훨씬 생산비가 적게 듭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프로세코를 마시고 있어요 하하.)


샴페인의 매력

저는 와인 강사로서, 와인샵 매니저로서 비싼 와인이 꼭 좋은 것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를 하는 편입니다. 가격에 눈이 멀어 저평가된 좋은 와인을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우려지요. 하지만 제가 때로 무너지는 존재가 바로 샴페인이에요. 다른 스파클링 와인들도 각자의 매력이 있고 즐겨 마시지만, 샴페인과 비교하라고 하면 항상 우물쭈물하게 되고, 사설이 길어지게 되는 저를 발견합니다. 마음 속으로 샴페인이 더 좋은거죠 뭐.


샴페인이 왜 좋으냐고요? 

저는 그 꼬수운 빵냄새와 자글자글 섬세하게 부서지는, 하지만 아주 오래오래 지속되는 기포에 압도했어요. 입에 한모금 머금으면 저절로 흐음~~하는 감탄사와 미소가 지어지죠. 그리고 높은 산도에서 오는 산뜻한 청량감은 결국 돌고 돌아 샴페인을 찾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아요. 마시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니까, 존재만으로도 파티가 되는거죠.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하는 앙리지로의 엔트리 샴페인 - 에스쁘리


샴페인은 뭐가 다를까?

크레망이나 까바도 모두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긴 해요. 기포를 얻어내기 위해서 발효를 한 번 더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이가 좀 있습니다. 발효가 끝나면 효모가 죽어서 앙금 형태의 찌꺼기가 만들어지는데, 그 앙금과 와인이 오랜기간 접촉하면 '브리오슈' '토스트' 같은 고소한 향이 만들어집니다(실제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거라고 하죠). 그런데 이 향이 충분히 만들어지려면, 접촉하는 기간이 18개월은 넘어가야 해요. 크레망과 까바의 법적 앙금 숙성 기간은 9개월이죠. 


그럼 샴페인은요? 빈티지가 섞인 샴페인(NV)은 12개월, 빈티지가 적힌 샴페인은 36개월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대부분 이 기간의 2~3배 동안 숙성시킨다고 해요. 그래서 특유의 풍성한 빵냄새를 느낄 수 있는 거죠. 그걸 보관하고 관리하는 시간과 공간이 결국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요.


기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와인에 불순물이 적을수록, 그리고 숙성고의 온도가 낮을수록 기포의 크기가 더 작아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샴페인은 보통 지하 석회 동굴에서 숙성시키는데, 샴페인 하우스들 중에 자신들의 숙성터널이 다른 하우스의 것보다 더 깊은 지하에 있어 저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걸 강조하는 곳도 있죠. 대표인 하우스가 '폴로저'입니다. 네, 윈스턴 처칠 경이 매일 마셨다던 그 샴페인이죠. 저도 매우 사랑하고요. 그러고 보니 폴로저의 버블이 매우 부드러웠던게 우연은 아니었나봅니다. 

'환원타입' 샴페인을 좋아한다면, 발렁땅 르플레브의 블랑 드 블랑을 추천합니다.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다 생각해요.


I drink it when I’m happy
and when I’m sad.
Sometimes I drink it
when I’m alone.
When I have company
I consider it obligatory. 
I trifle with it if I’m not hungry
and I drink it when I am. 
Otherwise I never touch it,
unless I’m thirsty.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건 언제 샴페인을 마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볼랭저 하우스의 수장 '릴리 볼랭저' 여사의 답변입니다. 항상 마신다는 소리죠. 처음엔 어리둥절, 그 다음엔 풉 하는 웃음, 그리고 좀 지나서는 이 사람의 프로의식에 감탄했어요. 



비록 저는 프로세코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연말이니 샴페인을 꽤 자주 마시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크리스마스 이브용 샴페인은 정해두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일상을 파티로 만들어주는, 샴페인 한 잔 어떠신가요?



이전 02화 살이 달콤한 대하 시즌, 녹진한 샤르도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