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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Jun 29. 2023

비, 막걸리 그리고 파전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라도 식혀주려는 듯 비가 쏟아진다. 비 맞은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젖은 흙냄새와 빗소리는 일상의 소음을 잠시 잊게 다.

이런 날, 작은 창밖을 통해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파전과 막걸리!

장마철의 비 오는 날, 노릇노릇 부쳐진 파전과 막걸리 한 잔을 터는 순간, 그 소박한 행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추와 파로 만든 파전 반죽은 팬에 넓게 퍼지며, 뜨거운 기름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비 내리는 창 밖으로 들어오는 습기 가득한 바람과 함께 파전이 익어가는 냄새는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여기에 듬뿍 넣은 새우, 오징어는 파전 본연의 맛을 더해주며,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맛은 비 내리는 이 순간을 완성하는 듯하다.


이런 느낌을 더욱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 바로 막걸리다. 차가운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병뚜껑을 따는 그 순간, 풍겨오는 신선하고 상큼한 특유의 냄새는 기분을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어준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 달큼함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가며, 비 오는 날의 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비 오는 여름날, 파전과 막걸리, 그리고 빗소리.

이 세 가지의 조합만으로도 여름날의 작은 행복을 찾게 된다. 이 소소한 행복이 바로 일상의 작은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내리는 비로 축 쳐지는 날에는 잘 부쳐진 파전과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털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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