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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Jul 11. 2023

하찮은 것의 소중함에 대하여

내 삶의 발자취

우연한 계기로 내 글을 읽어주신 분의 제안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오랜만에 하는 멘토링에 다소 긴장되는 마음이 컸지만 모처럼 회사에 입사를 준비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마음 한편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안을 받고 며칠간 멘토링을 진행할 날짜, 참석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 사전 질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심 멘토링 날짜를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이직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내가 그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나 자신이 처음 입사할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을 비교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던 날들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지금은 무뎌질 대로 무뎌진 것처럼 불평 불만하며 다니는 회사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너무도 입사하고 싶었고, 꿈에 그리던 곳이었으며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입사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절이었다.

무수히 많은 밤을 새 가며 수없이 작성했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항목들..

그리고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연습하고 친구들이며 가족들까지 총 동원했던 날들..

당시에는 너무도 힘들고 모든 입사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절실하게 매달려 온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는 한 순간이다.


힘들게 입사했던 그 시절, 나는 어린 새처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고,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회사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배우기도 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위로받기도 하며, 수없이 많은 밤을 사무실에서 야근하며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지금의 와이프와 데이트하던 주말에도 긴급 호출로 지방 근무자에게 요청하여 지방 사무실에 들어가 회의 자료를 만들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13년이 지난 나의 마음은 그때와는 또 다르게 변해 있다. 내 마음에 담겨있던 그 열정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속에 살아 있고, 지금도 지치고 힘들 때면 신입사원 연수 때 지겹도록 들었던 단체곡을 듣곤 한다. 과거의 나는 미래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했다면 현재의 나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 방향성은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고 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의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나는 그때의 나를 떠올려 보았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추구하였는지, 무엇에 집중하였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더불어 나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입사 초기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진행하게 된 멘토링을 통해 최근 살며시 찾아오던 매너리즘을 떨쳐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현재를 살다 보니 현재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가끔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한번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손에 쥐기 위해 과거의 나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며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중 하찮은 것은 그 무엇도 없다.

불평 불만하여 다니고 있을지 모를 직장도, 사소하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하나까지도 지나온 나의 발자취의 산물이며 내 결정에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으며, 내가 결정한 것들이다.


가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곤 하지만, 지금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인지 잊지 말자.


지금 별거 아닌 것 같은 것들도
과거의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했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자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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