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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Jul 04. 2023

월급루팡의 꿈

매일 아침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준비한다. 주말을 제외하면 언제나 똑같은 시간, 똑같은 루틴으로 돌아가는 시간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북적이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은 후 도착한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선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낸다. 미팅, 보고서, 메일확인, 회의... 이 모든 일련의 업무는 알게 모르게 피로를 쌓게 하고 때론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일주일 중 다섯 번, 출근을 위해 알람이 울리면 마음속에 한 줄기의 염원이 지나간다. 

아.. 오늘이 금요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다. 지치고 힘들지만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을 한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거창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자아실현을 위해, 내가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것을 이루기 위해, 세상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기 위해서.. 이런 것들이 이유인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나만 아닌 걸까..?

아무튼 내가 이 지치고 힘든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을 하는 이유는 지금은 명확하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 바로 월급을 받아야 하니까.

내가 꿈을 가지고 차린 나의 번듯한 사업체라면 당연히 사업체를 키우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난 그저 한 명의 직장인일 뿐이다. 회사라는 조직에 속한 하나의 부품과도 같은 존재.

물론 회사 안에서 내가 꿈꾸는 목표라는 것은 있지만, 그 회사라는 것을 다니는 이유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당연히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일처리가 수월하게 잘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지독하게도 일이 풀리지 않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들은 업무의 어려움보다는 대부분 유관부서 혹은 사람 간의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그런 날이면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받아가며 일을 한다고 내 월급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과연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면 충분한가? 일에 대한 대가로 받는 이 월급은 정말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희생하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가치를 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월급루팡'이 되고 싶다.

흔히 업무 시간에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월급을 받아가는 것을 월급루팡이라고 표현한다. 당연히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수준의 돈을 받으며 가족들과 언제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에 몰두하거나, 혹은 그저 한가롭게 뒹굴고 싶은 간절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단어가 아닐까..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꿀처럼 달콤한 일인가. 소위 말하는 개꿀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몰려드는 업무와 회의 등으로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월급루팡'의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아직 내 담이 작아서인지, 아니면 내 업무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곤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때때로 '월급루팡'의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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