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된 하루를 마감하고 사무실의 PC를 종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면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회사에서 퇴근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내면에 솟구쳐 올라온다.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을 때는 오늘 하루도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피로가 몰려들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10여분 되는 길을 걸으며, 고된 하루를 마친 다른 사람들도 귀가하는 모습과 집집마다 켜진 불빛을 보며 업무 시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느낌을 받곤 한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하루가 되더라도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밝은 웃음소리로 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큰 행복을 선사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일과 시간은 아무리 편하게 있는 하루가 된다고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밀려드는 힘든 순간들과 사람들과의 마찰, 그리고 감정싸움은 종종 안 그래도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날카로워지는 감정을 느낄 때면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결국 다시 날카로워지고 만다. 이렇게 힘든 하루하루의 시간이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와 가족의 모습을 생각하며 버텨내다 집에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과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아이와 함께 책도 읽어주고 같이 놀이도 하며 얼마 되지 않는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며 낮시간의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낸다. 아이는 이내 졸린 눈을 비비며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그 이후부터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만의 소중한 밤 시간이 시작된다.
아내와 아이가 잠든 뒤,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고 글을 끄적여 보거나 요즘 인기 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간 내어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내게 있어 하루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귀중한 보상인 셈이다.
세찬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도 관리해주지 않으면 망가지고 만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거센 일상의 풍파에서 짧더라도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면 언젠가 망가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