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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Jan 10. 2024

2. 행선지는 영국입니다.

그때 나는 어떻게 영국을 가게 되었는가.

좌충우돌 영국살이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도 더 지난 학부생 때 이야기이다.

때는 바야흐로 모두 취업 준비를 한다고 정신이 없을 4학년 1학기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직 취업하지 못했던 선배들과 취업을 한창 준비하던 친구들은 너도 나도 학원이며, 도서관에서 각종 자격증을 준비하랴, 영어 시험을 위해 공부하랴, 공무원 시험 준비하랴 정신이 없던 시기였다. 경제학 전공인 탓에 내 주변 친구들부터 선후배들 모두 대부분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당시 나는 소위 말해 튀는(?) 존재였다. 경제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체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던 영향(aka. 수포자)도 한몫을 했던 터라 금융권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주전공인 경제학보다 복수 전공한 경영학을 더 좋아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취업 스트레스와 아닌 척하고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마지막 학기라는 조바심이 작용했는지 TV를 보고 계시던 부모님께 지나가는 말처럼 툭 내뱉듯이 이야기를 던졌다.

"1년 정도 휴학하고 어학연수 다녀오면 어떨까요? 취업하는데 영어도 중요하기도 하고.. 졸업하고 나면 언제 다른 나라에 나가서 살아보는 경험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주변에서 들으셨던 어학연수의 다양한 실패사례(치안이 안 좋다더라, 마약이다 뭐다 안 좋은 거에 노출된다더라, 돈만 쓰고 영어는 안 늘어온다더라.. 등등)를 언급하시며 걱정하셨었지만, 나도 말을 내뱉은 김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지라 나름 어떻게 지내야겠다는 계획을 이야기드렸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나의 결정을 존중해 주시며 네 이야기처럼 더 나이 들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으니 한번 도전해 보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해 보라고 지지해 주셨다.


그렇게 대학 생활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름방학을 코 앞에 두고 나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마지막 1학기만 남기고 휴학 그리고 그간 익숙했던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홀로 생활하기..

당시 내 친구들과 선배들 모두 미쳤다고 했었다. 마지막 1학기만 남은 상황에서 다들 취업 준비한다고 정신없는 시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외국에 나갔다 오겠다는 결정이 당시 내 주변에서는 놀랄 일이었던 것이다.(요즘은 그 당시만큼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만...)


어학연수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나자, 이제 과연 내가 어느 나라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으로 많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의 똘기가 발동하며 이왕 어학연수 나가는 거 한국인 많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가고자 했던 나라는 아일랜드였다. 왜인지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당시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고, 더블린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정하고 어학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던 중,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고 싶다는 내 이야기에 당시 상담해 주셨던 선생님은 웃으며 이야기하셨다.

"아일랜드도 좋긴 한데, 이왕 그쪽으로 가실 생각이시라면 영국 추천드려요. 나중에 한국 와서 어디에서 영어 배우면서 생활했는지 물어볼 때 영국 그것도 런던에서 있었다고 하면 괜찮을 걸요? 그리고 런던은 정말 볼 게 너무 많아요. 후회 안 할 거예요."


영국..

어렸을 적 이원복 교수님이 쓰셨던 먼 나라 이웃나라 책에서만 보았던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영국에.. 그것도 수도인 런던에서.. 내가 살아간다고...?

머릿속에선 이미 런던의 타워브리지와 빅벤, 그리고 그간 책과 다양한 이미지에서 접했왔던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유로운 유로피언의 모습을 한 나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네. 그럼 영국 런던으로 가겠습니다~!!!"


이렇게 나의 영국 런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세하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두리뭉실하게 외국에 나가 1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영어를 조금이라도 잘하게 돼서 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믿고 보내주셨던 부모님께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나중에 나의 아이들이 이런 결정을 하고 이야기했을 때, 나의 부모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믿고 지지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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