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집안에서 담배를 피는가

어떤 세입자들이 나간 집에서는 찌든 담뱃내가 벽에 누렇게 남는다

by 최류

왜? 집안에서? 그것도 자기 집도 아니고 세를 내고 빌려 사는 남의 집 안에서? 담배를 피는가.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보증금 없고 월세만 있는 아주 저렴한 집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도 그럴 수 있다. 몇 억씩 전세를 내고, 몇 백씩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들 중에 집주인에게서 빌린 집 안에서 담배를 대놓고 피워대는 사람은 전무하다. 그랬다가는 전세금을 제대로 못 돌려받고 원상복구의 의무로 인해 까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예외가 있다면 자기 소유의 집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다. 내가 소유한 내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워도 무방하다. 그러나 남의 집을 빌린 세입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왜 담배를 피는지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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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이 없는 월셋방은 그 안의 세입자가 자주 바뀐다는 특징이 있다. 몇 년씩 오래 사는 세입자는 오히려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자기의 삶을 꾸리면서, 담배조차도 수고롭게도 굳이 밖에 나가서 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진실로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한 두 달, 길면 세 달만에 나가버리는 세입자는 뭔가 항상 문제가 있다. 대개는 고작 한 두 달 만에 월세가 밀리는 존재들이 많고, 보증금이 없는 월셋방의 한계에 현타를 느끼고 그만두는 경우도 흔하다. 이곳에는 신용에 문제가 많은 이들도 제법 많기 때문에, 스스로의 부정된 신용 때문에 한계를 느끼고 이곳에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들의 대다수가 자신의 신용정보, 채무 독촉장을 내가 관리하는 시어머니 건물들의 주소로 남겨둔다. 전입신고가 가능한 보증금 없는 월셋방이란 것은 그러한 사소한 집적거림들까지도 감안해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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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어머니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렇게 수준 낮은 세를 굳이 왜 놔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준 낮은 세입자들, 월세 밀리고 안 내는 것이 당연한 일부 이들, 신용정보과 독촉장으로 매일 같이 쫓겨 사는 이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건물들을 팔아서 몇 억, 십 몇억을 호가하는 알짜배기 아파트를 사서 세를 놓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이미 그러한 부동산도 가지고 계셨다. 시어머니께서 내게 굳이 이러한 수준 낮은 건물들의 관리를 맡기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와중에 나는 깊이 느끼는 것이 많았다.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야.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삶의 형태가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형태를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


"저는 그들의 엄마가 아닌데요."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시어머니께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도 나는 월세가 밀리고, 신용정보와 독촉장에 시달리는 이들의 엄마도 절대 아니었고, 그들을 돌봐줄 사람도 절대 아니었다. 그러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도 절대 사양이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마음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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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사회의 가장 사각지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돌볼 필요가 있어."


"돌본다고요? 어머니, 내가 뭐라고 그런 사람들을 돌봐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잘못된 선택을 누적해서 그렇게 삶이 된 것에 대해서 내가 왜 돌볼 책무를 져야 하나요."


"자기 삶에서 잘못된 선택을 누적해서 그런 삶이 되었다는 게, 그들 탓이겠니."


나는 시어머니의 그 말씀에 잠시 침묵했다. 시어머니께서는 부드럽게, 그리고 따뜻하게 하실 말을 이어나가셨다.


"세상에는 아무리 살고자 발버둥쳐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도 있는 법이다. 너와 나, 우리 같이 운 좋게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어줄 줄 알아야 해."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나는 또다시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시어머니는 나를 달래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나도 한 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성숙한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나눔이자, 진정한 성장이야."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안다는 게 진정한 성장이라고요."


나는 퉁퉁거리며 대답하기는 했지만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에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어서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래, 진정한 성장. 너는 성공이 아닌 꾸준한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아이잖니? 그러니까 진정한 성장이란 어떠한 것인지 스스로 통찰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진정한 성장 속에서 나보다 어려운 이들에 대한 나눔이란, 언젠가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리라는 것을 너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야."


나보다 30년을 더 사신 시어머니의 말씀은 틀린 것이 없었다. 나는 겉으로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일부러 부정하고 싶었지만, 내 가장 깊은 내면의 목소리는 시어머니의 것과 거의 일치했기에 나는 더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굳이 보증금 없는 월셋방에서 담배를 피는 세입자들에 대한 이해, 어려운 이해를 이루어나가고자 노력 중이다. 도대체 왜 그들이 담배를 집안에서, 심지어 집주인에게서 빌린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찌든내를 방안에 남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러한 방들에서 머물러야 하는 찌든 삶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놓기로 했다. 그것이 그들보다 한참 더 풍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러한 한창 바닥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어딘가가 누적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험난하게 곯아떨어진 사람들에게, 적어도 나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담배냄새에 찌든 방을 청소하며 며칠, 때로는 한 달에 걸쳐서 담배냄새를 빼고자 고군분투하는(그러나 그러한 험난한 노력에도 찌든 담배냄새는 곰팡내처럼 남아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담배를 전혀 피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 곰팡내, 찌든내는 어쩔 수가 없다) 나로서는, 적어도 그러한 이들의 삶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최대의 자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때로 화가 진실로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전 세입자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내가 다양한 삶의 군상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되었다고, 나는 과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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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동에 위치한 시어머니의 건물들, 그녀가 지닌 부동산들 중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가장 하위권에 속한 건물들을 관리하면서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리고 다시 지금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굳이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흔적을 온 방 안에 찌든내로 남기고 떠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내심과 이해심을, 내 안에서 들끓는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감을 딛고 지금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세입자가 떠난 방을 체크하고 청소하기 위해서 문을 여는 순간, 다가오는 찌든 담뱃내를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고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각자의 삶을 바닥에서라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불구에도 여차하고, 내 안에는 여전히 그들을 1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박하고 짓밟는 그러한 마음의 한구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복해서 그들의 찌든 삶을, 찌들고 악취 나는 방을 마주할 때마다, 깊은 가슴 한구석에서 연민이 차오르게 된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마도 시어머니께서는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행보를 이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 중 하나인 이들에게서 느끼게 하고자, 그럼으로서 좁고 편협한 내 감정의 스펙트럼을 드넓히고 그를 통해서 나라는 인간이라는 폭을 넓히고자 의도하신 것은 어느 정도 섬세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그러한 깊은 시어머니의 뜻을 알아채고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여러 가지로 뛰어나게 성장하고 성공한 나의 삶과 인격에 있어서도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담뱃내로 찌든 방을 온전히 연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정도가 될 때까지, 그러한 오랜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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