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계약서에 개/고양이는 키우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뎁쇼

근데 도대체 왜 자꾸 몰래 키우시는 겁니까? 그것도 티가 나게 말입니다

by 최류

나는 한 때 고양이 세 마리를 오랫동안 임보했고 햄스터와 마우스(!)를 애지중지 핸들링해가며 키웠을 정도로 동물을 상당히 사랑한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 털뭉치로 뭉쳐진, 이른바 사랑이 물질화된 존재들이다. 여하튼, 이렇게 동물을, 개와 고양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나이지만, 감정과 이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되 별개로 움직이듯,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일과 원룸 건물들을 관리하는 일은 인간의 삶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엮여있되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감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삶이요, 후자는 지극히 이성적이면서도 한계적인 인내심을 기르게 하는 일이다. 물론 고양이 세 마리를 임보하면서 인내심을 키우도록 자극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지만, 적어도 고양이 세 마리는 원룸 건물들에 임차해 있는 백 여명에 가까운 세입자들만큼이나 골치를 썩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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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동의 보증금 없는 원룸들의 특성상 자주 세입자가 바뀌게 되고 그러다 보면 빈 집을 자주 청소하게 되는데, 물론 대부분의 청소는 관리실장님께서 맡아서 해주시기는 하지만 간혹 문제가 있을 때에는 내가 방문해서 체크를 하게 된다. 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개와 고양이를 좁은 3~4평짜리 방안에서 키워서 생기는 문제다. 담배를 집안에서 피워서 생기는 문제와 비슷하게,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제법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유의 개 비린내, 고양이 비린내가 밴다. 이것은 키우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그러나 키워보지 않고 인간들끼리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백 퍼센트 나는, 개와 고양이 특유의 체취다. 개에 비해서 고양이의 체취는 비교적 약하다고는 하지만,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고, 그것은 다음 세입자를 들이는데 제법 문제가 된다. 보통 새로 집을 찾으려는 세입자는 집 냄새에 생각보다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수구 냄새처럼 한 번의 독약 청소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요, 담배 냄새처럼 흡연자인 누군가에게는 납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개와 고양이 특유의 비린내가 밴 방은 그것을 키우는 사람들만 받아들일 수 있으며, 때로는 자신의 개와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들의 체취가 배었다는 이유로 피하기도 한다. 엄연히 사람마다 체취가 다르듯 개와 고양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린내는 비슷한 결로 존재한다).


또다른 문제는,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이상한 해결책에 가깝지만, 집사는 절대 모르는 개와 고양이의 울음소리다. 개와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들은 한 번도 자신의 개와 고양이가 크게 짖거나 우는 것을 들은 적이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웃들은 들은 적이 많다. 특히 바로 옆방에 사는 사람들일 수록 집사보다 훨씬 많은 울음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그것은 정말 울음소리에 가까워서, 자신들을 모시고 사는 인간들이 나간 방 속에서 혼자서, 내지는 둘 셋이서 내는 그 동물간의 대화, 울음소리, 때로는 외로움이 사무친 나를 꺼내달라는 외침은 이웃들을 상당히 짜증스럽게 만든다. 집사가 외박을 하든지 해서 한밤중에 인간 한 명 없이 동물들끼리 모여있거나 홀로 남겨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생명들은 자신들을 모시고 사는 집사가 돌아와서 다시 충성을 맹세할 때까지 기묘하게 짖어대거나 울어댄다. 그러나 집사들은 1도 모른다. 자신의 개와 고양이의 진짜 목소리가 어떠한 것인지 말이다. 오직 이웃들만이 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또다른 기묘한 문제는, 집사는 집주인에게 자신이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절대 말한 적이 없는데, 반드시 그 이웃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집주인이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집사들은 잘 알고 있다. 처음에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개와 고양이는 키우면 안 된다는 특약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이웃들 또한 그것은 마찬가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규칙을 엄연히 위반한데다 상당한 소음을 내고 있다면 당연히 짜증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 짜증스러운 마음이 한 푼 두 푼, 때로는 바가지 가득히 모아 관리실장이나 내게 연락이 올 때면, 그들의 말은 한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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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서 개/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요. 이거 계약 위반 아닌가요?"


다시 말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들은 집주인에게 절대 말한 적이 없다. 반드시 그 이웃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알게 되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서 계약상 개와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집안 관리를 깨끗하게 잘 하고 소리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은 문제가 없다(그러나 그렇게까지 문제가 없는 집은 이 신흥동 원룸건물들 사이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보통은 집안 관리도 엉망이거니와 소리가 어떻게든 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반드시 언젠가 한 번은 연락이 오기 마련이다. 이웃들에게서 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변에 제법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그러나 집사는 1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나는 직접 임차인에게 전화해서 방을 빼든지 개와 고양이를 키우지 말아달라고 정중히 요청한다. 그럼 백이면 백, 보증금 없는 이 원룸들에서 세입자는 개와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집주인과 계약서상 특약을 잘 이해하고 무사히 개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진작부터 잘 지켰을 것이며, 키우지 말라고 말했으면 진작 키우지 않았을 것이며, 집안 정리를 잘 할 성격이었으면 처음부터 관리도 철저히 잘 해왔을 것이며, 자신이 모시는 동물이 자신이 없을 때면 그토록 처절하게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는 사실도 정말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상 특약을 무시하고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자신이 없을 때면 사랑의 털뭉치들이 자기들끼리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을 1도 모르는 집사들, 집사가 아니라 그저 무책임한 주인들 같은 경우에는, 어디를 가든 규칙을 어길 것이며 자신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속마음을 그저 평생 모르는 채로 지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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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만 세 명의 임차인이 나갔고 나는 바로 들어올 다음 임차인을 위해서 관리실장이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특별히 연락한 집을 찾아갔다. 남향으로 난 창문으로 햇빛이 잘 들어오는 그런 방이었다. 띠릭, 하고 전자키를 따고 들어오자 나는 집안에서 물씬 나는 내음에 멈칫했다. 고양이 비린내였다. 고양이의 털에서 나는 그런 비릿한 느낌이었다. 관리실장이 최대한 열심히 청소하려고 애썼지만 군데군데 장모종 특유의 긴 털이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집은 앞집에서 밤마다 나는 고양이 소리에 잠을 못 자겠다고 전화가 온 곳이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밤마다 일을 하는지 늦은 밤이면 빈 방에서는 장모종의 털이 북수룩한 고양이가 혼자 우다다를 하고 뛰어 놀며 실컷 소리를 질러댔던 모양이다. 혹은 외로움과 불안에 사무쳐서 집사를 찾아 헤매는 혼자만의 절박한 외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집사 여성분도 스스로 열심히 살기 위해서 밤마다 일을 하며 체력을 소모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솔직히 관심도 없고 그녀가 알아서 잘 할 일이지만, 그녀는 고양이를 데리고 있고 밥이나 주며 귀여워나 하고 사랑스러운 털을 쓰다듬어나 줄 뿐, 문제는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돌볼 줄 모르듯 고양이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것은 관리실장이 청소하기 전 집 상태를 봐도 알 수 있고 집에 낀 내음 내지는 향기를 맡고도 알 수 있다. 임차인이 스스로를 잘 돌볼 줄 알고 삶의 관리를 잘 하며 좋은 삶을 살아가는 집은 아무리 작은 원룸이라고 하더라도 깨끗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법이다. 그것은 오랜 안정된 정착 후에 떠나간 후에도 남아 집주인과 관리실장의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80%는 완전 반대의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 나아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보고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의 경우 최악의 케이스가 된다. 그리고 요번 장모종 고양이와 여자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관리실장이 도배지를 새로 바른 흔적이 보였다. 나에게 말하길, 고양이가 발톱으로 도배지를 잔뜩 갉아놓은 것 같다고 했다. 설마 사람이 그랬으랴, 도배지가 갈기갈기 세로로 찢어져 있다면 필시 동물들의 절박한 몸부림이리라. 그 사랑스러운 털뭉치들은 자신들이 왜 그토록 벽지를 갉아 찢어내야 했는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본능이란 것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적나라한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집사에게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오래된 시멘트 벽을, 오래되어 다수의 사람들의 체취가 밴 벽지를 갈기갈기 매일 같이 찢게 만들었는가.


나는 새로 한 도배지 앞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기존의 도배지와 같은 것이었지만, 새것이라 그 부분만 유독 깨끗해서 어딘지 위화감이 있었다. 마치 그 전에 살던 세입자의 삶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완벽하고 완전하고자 끊임 없이 발버둥치고 절망하며 솟아올랐지만, 결국 남은 것은 대충 기워낸 것 같은 몇 년 된 벽지 속 새 벽지라는 애매하고도 불분명한 퀼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떠나간 그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비록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나의 기억력이 워낙 짧은 관계로 희미하거나 거의 암기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인생의 한구석을 지금 이 집의 연장선상에서 규칙도 어기고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며 자신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생명과 삶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지지 못한 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삶이 애차고도 가여웠다. 그렇기에 나는 어느 임차인이 떠나간 집에서 늘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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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뭐하러 해줘, 그냥 알아서 살라고 냅둬야지."


"그건 어머니의 평소 언행과는 다르신데요."


시어머니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지고 사는 거야. 그건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해."


"책임지고 산다는 꼴이 그 모양이니까, 기도라도 해주는 거죠."


"그건 오만이야. 자기 삶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지는 거고, 기도도 자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되는 거다. 그럼 내 주변과 내 영향이 미치는 영역까지 알아서 좋은 영향력이 가."


"지금 제가 좋은 영향력이 없다고 돌려까시는 거죠, 어머니?"


나는 킬킬 웃으면서 시어머니께 대꾸했다. 우리 관계는 그러한 살벌하고도 친근한 티키타카가 있었다.


"응, 아직은. 그래서 내가 널 이렇게 키우고 있는 거잖니?"


한 세계에서 여왕님으로 살고 계시는 어느 나이든 귀부인은 그렇게 나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었다. 나는 양아들인 우리 남편만큼이나 나를 아껴주시고 챙겨주시는 노부인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그녀는 나를 사람으로서 대하기보다는 차기 대행자이자 후계자로서 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나는 개와 고양이를 몰래 키우다가 주변 집들에게서 꼰지름 당하는 이들보다는 훨씬, 압도적으로 형편이 나은 사람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여유를 가엾은(그러나 이 생각 또한 한없이 오만한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여러 가지 폐를 끼치고 떠나간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깨끗하게 관리실장님께서 방청소를 해주시도록 종용하는 일과, 기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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