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건물 관리를 떠맡고 난 뒤 마주한 첫 시련 겸 퀘스트
신흥동으로 우리 남편과 함께 이사와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바닥에 흩어진 벤티 사이즈 컵 속의 담배를 피고난 내용물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그곳에 며칠 간의 담배와 침을 가득 모아서 치우려다가 길가에 엎어트린 줄 알았다. 그러나 3~4일 후에 반복적으로 그것이 바닥에 흩트러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이 동네에 이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시어머니 건물 관리도 이제 4일차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이 2번이나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건 앞으로도 꾸준히 쭈욱 일어날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40년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어느 여자의 기민한 직감은 늘 현실로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두 번째로 그것을 깨끗이 치워내고 나서 정확히 3일 뒤에 그것은 다시 똑같은 장소에 흐트러진 채 떨어져 있었다.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에 가득 들어 있는 약 30 여개의 담배 꽁초들, 타액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그러나 흡연자로서 이것은 반드시 타액과 가래라고 밖에 확신할 수 밖에 없는), 그것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찐득한 슬라임과 같은 찌든 연초의 냄새. 그것을 치우는 일을 약 5번 정도 반복하자, 나는 매우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돈이 좀 들더라도 당장 탐정을 고용해서 범인을 잡아야 겠다는 강렬한 생각이 나의 뇌 한 구석에 자리 잡았다. 나처럼 생각이 상당히 단순한 여자는 내 뇌 안에 한구석 자리 잡았다는 것 만으로도 이 일은 상당히 임펙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새벽 3시경 우리 남편이 곤히 잠들어 있는 원룸에서 기어나와서 조용히 혼자 파이프를 피고 있던 때였다. 그 날 따라 버지니아 연초를 잔뜩 우겨넣은 한 보울의 파이프는 꿀 향기가 그윽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머리를 방망이로 후려치는 단말마의 날카로운 소리에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3~4일에 한 번씩 일어나는 후진 일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놈의 타액과 가래, 피고 남은 연초로 가득한 냄새 나는 끔찍한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 말이다.
나는 그것이 떨어진 위치를 보고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 건물은 나와 우리 남편이 살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떨어뜨리려면 최소한 1호 라인은 되어야 했다. 같은 2호 라인에서는 프로야구 투수급이나 되어야 가능한 거리였고, 반대편에 있는 3~4호 라인은 아예 가능성이 없었다. 즉 1호 라인에 사는 2~4층 사람들 중 한 명이 범인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파이프를 피우며 소리 없이 이를 갈았다. 이 개새끼를 내가 반드시 잡는다. 아쉬운 것은 날씨였다. 늦여름에서 빠르게 초겨울로 진입하는 중인 매우 애매한 날씨라, 밖에서 죽치고 앉아서 감시하기에는 부족한 환경이었던 탓이다.
그 날 이후부터 나는 같은 시간대에 꼬박꼬박 일어나 나와서 파이프를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범인은 뭔가 이상한 기미라도 눈치챈 것인지, 그 이후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재떨이 컵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지 않았다. 시어머니께서 일당을 주고 고용 중인 관리실장님은 그러한 행태가 계속된지는 몇 달 되었다고 언급했다. 즉 그 사이에 아무도 범인을 특정하지도 잡지도 못한 채 3~4일에 한 번씩 담배컵은 산산히 널브러진 채 흩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도대체 어떤 원한을 품었길래 3~4일에 한 번이라는 짧은 주기로 본인이 피운 산더미 같은 담배 꽁초들을 한 큐에 남의 손으로 해결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범인의 마음에 그토록 상처를 입혔는가? 담배컵을 주기적으로 던져서 타액과 가래와 피고 남은 담배꽁초를 산산히 아스팔트 바닥에 흩뜨려야 할 정도로, 이토록 깊게 상처 받은 이는 도대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시어머니께 이러한 상황을 보고했을 때, 그녀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
"관리실장에게서 보고 받은지는 벌써 몇 달이 되었어."
"일부러 범인을 잡지 않고 내버려 두신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너나 나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잖니? 마치 남들의 뒷담처럼."
나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머리를 띵 맞았다. 분명 누군가의 타액과 가래 가득한 테러가 시어머니와 나의 삶에 끼친 영향은 전혀 없었다. 있다고 해봐야 약간의 상당한 불쾌감이랄까, 그러나 그것도 우리가 고용한 관리실장의 손에 의해 깨끗이 치워질 뿐이었다. 비열하게도, 한 달에 200만 원여 만 원이라는 한 달 간신히 살아갈 만한 돈을 주고 그러한 재수 없는 일들에 대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고통을 피고용인에게 감내하게 하는 것은, 부유하디 부유한 사람들에게 제법 흔하고도 당연한 일이었다.
깔끔쟁이들의 능력껏 늘 깨끗하게 말 없이 치워주시는 관리실장님의 노고에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는 바였다. 참 싹수 없는 소리지만, 시어머니가 관리실장에게 일당을 주고 고용하고 있는 입장이니, 그것들을 내가 직접 치우지는 말고 관리실장이 늘 치우게 놔두라고 신신당부를 받은 바였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강아지과 인간인 내가 괜찮다며 치워대서, 어딘가에서 떨어진 산산히 부서진 담배 재떨이 따위 당연히 내가 치워야 하는 걸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돈을 주는 사람이 할 일이 있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할 일이 있고, '그 경계를 분명히 세우는 것은 돈을 주는 사람의 몫'이라고 시어머니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사람이라면 골든리트리버처럼 아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실천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분명 내 후반부 삶에 있어 반드시 익혀야 할 부유한 자로서의 덕목이기도 했다. 인력/인재의 아웃소싱을 통해 이익과 편리함을 누리고자 한다면, 아웃소싱하는 인재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삶의 지혜 말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지금은 빈도가 줄었지만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타액과 가래, 담배꽁초가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을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미친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솔직히 이놈이 이토록 오래 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가 이사를 가든지 내가 쫓아내든지 둘 중 하나이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담배컵 범인 본인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에 만족할지도 모른다ㅡ 어쩌면 바바리맨 페니스의 단단한 발기에 가까운 흥분과 자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나와 시어머니는 이제 안다. 한밤중에 몸에서 나온 것들이 가득찬 더러운 컵을 던져내는 것이 누구인지. 바로 401호였다.
어느 날 파이프를 반쯤 피워가며 뿜어져 나오는 연초 연기가 잦아들어가던 즈음, 4층에서 뭔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곧이어 퍽 하는 소리를 내며 산산히 흩어졌다. 나는 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사이코패스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의 MBTI인 ENTJ는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것은 감정을 느끼는 폭을 최소화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인정사정 없이 돌진해서 반드시 이루어내는 기질에 의한 것이었다.
뼛속까지 ENTJ인 나는 30대 중반에 내가 원하는 커리어, 재산, 인간관계, 감정지능과 매력지능 모두를 탑급으로 이루어내도록 20대부터 정말 치열하게 살아오고 성장하며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왔다. 그 가운데 감정이 매우 단순하다거나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남에게 공감하거나 타인을 신경쓰느라고 에너지를 써버리는 일 따위는 1도 없는, 싸이코패스적인 기질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과 성공 가도를 위해서는 제법 지나친 축복이었다. 감정과 공감 따위 쓸데 없는 일에 내 에너지를 쓸 시간에 그것을 전부 내 성장과 성공에 몰아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한 타인의 시기와 질투, 뒷담 따위 1도 알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쿨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나와 극소수의 내 사람 말고는 아예 관심이 없는 차가운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냉혹하게 계산적인 ENTJ적 나의 내면에 있어서 담배컵 투척 범인을 특정했다는 것은, 그 미친 놈을 적당히 조져서 심장이 철렁하게 하거나, 아예 이곳에서 쫓아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이곳에서 쫓겨나면 이만한 가성비로 살 수 있을 곳은 성남시에는 전혀 없다. 마치 사람에 쫓겨서 구석에 몰린 작은 시궁쥐를 보는 느낌에 나는 즐거웠다.
나라는 인간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측은지심 따위는 전혀 없이 오로지 흥미와 재미 이 2가지 이유로 나는 인간을 움직이며 관망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불쌍한 척, 못 사는 척, 이 세상에서 풍파를 제대로 맞아서 삶이 맛간 척, 그것은 그저 척일 뿐이다. 원하는 모든 것을 차근차근 손에 반드시 얻어내온 사람으로서,그러한 척하는 핑계란 스스로의 나약함에 대한 둘러댐일 뿐이었다. 핑계, 그것은 스스로가 이 세상의 최약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쓸데 없는 짓을 저지르고 핑계대고 거짓말을 할 시간과 노력으로 성장할 만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아주 조금이라도 하는 게 분명 압도적으로 나았다.
401호. 다시, 401호. 반전있게도, 나는 지금까지도 그를 추궁하지 않았다. 월세는 꼬박꼬박 잘 내고 있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모아서 밖에 내던져 버린다는 이상하고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우리 시어머니에게, 관리실장에게 감정이 심하게 상한 적이 있었느냐, 라고 401호에게 직접 묻기에는 나에게 있어서 사실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언제 떠나도 내 인생에 1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그저 나라는 5성급 호텔의 다락 중 다락방에 잠시 머물 뿐인(그러나 5성급 호텔에 다락방 자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쓰잘데기 없는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그러한 미친 놈에 불과했다.
아무리 그 자식이 몸부림을 치며 담배꽁초에 저며든 며칠 묵은 타액과 가래를 온몸으로 뿌려댄다고 하더라도, 풍요롭고 좋은 삶을 살아가는 나와 시어머니 같은 여자들에게는 1도 타격이 없을 것이다. 그저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을 고용해서 치워버리게 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고용한 사람들에게 그러한 더러운 일까지 그저 강제로 치우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 또한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신뢰다. 사건이 터지면 그 때마다 깨끗하게 길을 치우고 원상태의 아늑하고 따스한 모습으로 되돌릴 줄 아는 깐깐한 관리실장이 있다면, 더더욱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중요했다.
오늘도 그 담배 꽁초 덩어리는 타액과 가래를 살인현장의 핏자국처럼 사방으로 튀기며 떨어져 있었다. 나는 오늘도 내가 치울까, 고민하다가 관리실장님께서 발견하시면 잘 치워주시겠거니, 했다. 멋모르고 처음에 몇 번은 치워드리자 시어머니께서 예언하셨던 것처럼 당연하게 내 할 일이 되는 것을 경험해서, 나는 더이상 치워주지 않는다. 한 달 200만 원이라는 돈은 꾸준한 일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고연령대의 어르신들에게 있어 귀한 돈이다. 젊은이 시절 커리어가 끊긴 채로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면서도 안쓰러운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길은 이곳에서도 고달프다. 물론 그들 가운데에서는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가여운 이들이 있고, 생각보다 풍족하지만 소일거리로 일을 하는 몇몇 어르신들이 계실 것이다.
내 주변에 어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이 보이느냐는 지금 현재 내가 속해있는 계층(참으로 잔인한 단어다)에 따라 갈라진다. 내가 만약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하루 벌어 하루 간신히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이 보일 것이고, 잘 먹고 잘 사는 부유한 사람들이 주로 보인다면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일 테다. 나와 우리 남편은 비록 이곳에서 보증금도 못 내고 간신히 월세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외부 공간을 돌보고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이들은 전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다. 주변 10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처럼, 우리들의 부모님, 형제자매, 사촌들 중에서는 삶에 있어서 어려움과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알아서 사라지거나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은 끼리끼리라는 말이 참으로 진리이듯,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자신의 그룹에 잘 끼워주지 않았다. 일단 관심사가 너무나도 달랐고 경험하는 삶의 다채로움이 너무나도 달라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잘 살든 힘들든 타인의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로서 내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털어놓는 나처럼 말이다.
그러한 냉정한 세상이기에, 사람이 끼리끼리가 당연하게 되는 세상이기에, 시어머니께서는 나에게 그토록 신신당부하신 것이다. '비효율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범주에는 이 신흥동 원룸 건물에서 월세를 간신히 내는 다양한 사람들도, 힘들게 일하며 밥벌이를 이어가시는 어르신들도, 심지어 며칠 묵은 재떨이를 창문 밖으로 던져대는 미친놈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비효율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전혀 되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진상을 부리는 세입자는 당장 나가라고 쫓아내는 건물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 시어머니의 건물 관리 대행이 내 자신의 '비효율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수용'으로 직결된다고 느꼈기에, 이 타액과 가래 가득한 재떨이 테러 사건에 대해서도, 나의 한숨을 최대한 몰아쉬고 진정시키며, 많은 상처와 경험을 동시에 쌓아온 같은 인간으로서의 이해와 수용으로서 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이는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진상짓을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손사레를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그컵을 냥펀치로 냅따 떨궈버리는 고양이처럼, 401호는 한 달에 한 번씩은(무려 3~4일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었다!) 담배컵을 흩뜨려 놓는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와서 수십 번이 넘게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또는 그녀)는 담배 재떨이를 부서지도록 흩뜨려놓는 상황에 대해서 상당한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언젠가 401호와 내가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상황이 생긴다면 좋겠지만(그런 상황 치고 내 눈을 똑바로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정신과 영혼이 맑은 자는 매우 드물다) 그 때까지는 나와 불쌍한 관리실장은 그저 한 사람의 인간과 삶으로서 속시원하게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결론은 아직도 401호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은 담배컵 테러를 하고 있는 중이고, 그 현장을 파이프 담배를 진하게 피우며 직관한 나와 나로부터 전달받은 시어머니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 범인이 누구인지, 도대체 무슨 심리로 그러한 짓거리를 하는 것인지, 아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상당한 깔끔쟁이인 관리실장님이 한 달에 한 번씩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그것을 치울 뿐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누군가를 단죄하고 쫓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나와 불 꺼진 고기집 앞에서 파이프를 30분씩 뻐끔거리며 401호의 창문을 멀거니 바라본다. 불이 꺼져 있는 그곳 창턱에는 그 썩어빠진 벤티 사이즈 담배컵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조만간 그것은 4층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주인이었던 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한 카타르시스가 도대체 왜 필요하건 말건, 도대체 어떤 진상이기에 이러한 짓거리를 하건, 이것은 그저 누군가의 삶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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