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줄담배 피우는 화장끼 1도 없는 젊은 처자들

여러 가지 자세로 줄담배를 피우는 그녀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든다

by 최류

이 신흥동 골목에서는 초중고딩과 도박장 새까만 개저씨들이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평소에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젊은 여자들도 화장끼 하나도 없는 얼굴에 집에서나 입는 옷을 입고 나와 담배를 피운다. 그녀들의 얼굴을 보면 분명 꾸미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얼굴들이나, 집에서 막 나와 줄담배를 피워대는 그녀들은 평소의 페르소나를 잊으려고 노력이라도 하듯 꾸밈이 없다. 그녀들이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지 나는 제법 궁금하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풀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그녀들의 삶은 그녀들이 책임지는 것이고 나는 알아봤자 인생에 1도 도움 되지 않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파리 바게트에서 일할 것이고, 누군가는 나이키 매장에서 일할 것이며, 누군가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할 것이며, 누군가는 여관바리라는 최악의 싸구려 창녀로 일할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현재 열심히 재개발이 진행 중인 이 신흥동이라는 동네다. 전세 4,000만 원짜리 집 또는 무보증 월세 50만 원짜리 집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전세 7억 원과 매매 12억 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의 뒤섞여 거리를 쏘다니는 곳이 바로 이 신흥동이라는 동네다.

그렇든 말든 나는 한밤중 새벽에 나와 줄담배를 피우며 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여자들을 보면 나는 우선 호기심이 찾아오고, 그 호기심을 지우기라도 하듯 측은지심이 찾아든다. 그녀들의 자세는 하나 같이 바른 자세가 아니라 어딘가 상당히 축이 뒤틀려 있는데, 예를 들면 상당히 기묘한 자세로 쪼그려 앉아 있는 경우가 그렇다. 사람이 저 정도로 유연할 수 있는가를 의심하도록 기이하게 유연한 여자들이 간혹 있는데, 그럼 안경을 쓰고 수면바지를 입은 그녀들의 정체를 의심할 만하다. 그러한 그녀들을 두루 보다보면, 결국 이 동네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나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자라는 사실이 상당히 중요하다. 남자가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면 상권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 여자보다는 남자로서, 남성성으로서 가지는 위압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어떠한 사유로 밖에 나와서 때로는 유연하게 쪼그려 앉으며, 때로는 우아하게 서 있으며 줄담배를 피워대는 것일까? 그것도 새벽 2~4시 사이 야심한 새벽에 말이다. 나는 이 시간 즈음 깨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러 동면에서 깬 곰마냥 부시시하게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 젊은 여자들의 줄담배라든가, 이제 막 성인기에 접어들어 더이상 어미가 돌보지 않는 다 컸는데도 여전히 작달막한 고양이들이 골목 안을 호다닥 뛰어다니는 모습을 구경하고는 했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20대 초반이나 될 법한(그러나 여자 나이를 정확히 못 읽는 나이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을 수는 있다) 여자들이 줄담배를 피우고 앉아 있으면 나는 우선 옛날 생각이 난다. 나도 한 때 20대 중후반에 말보로 레드를 줄담배처럼 피우며 매일 같이 인생만사를 고민하고 고뇌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들은 도대체 풀리지 않는 인생 문제 바로 앞에서 반쯤, 때로는 본인이 그렇고 그런 인간이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삶을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녀들이 줄담배를 그토록 피워대며 폰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반쯤 삶을 초월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하는 나만의 착각일 뿐이다.


왜 삶을 반쯤 포기하고 삶이 흐르는대로 떠맡기려고 하는가? 줄담배를 있는대로 피우면서? 나는 여기서 늘 내가 아는 강한 여자들을 떠올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 옛날 아오이 소라라는 일본 AV 업계 1위를 달리던 여자 배우가 결혼을 했을 때, 모두가 상대 남편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가엾게, 때로는 또라이로 여겼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한없이 천박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이 인간사에서 가장 천박하고 싸구려적인 세상에서도 하늘 높이 성장하고 성공한 여자도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푸른 하늘이라는 이름의 뜻이 희미해져가는 지금도, 그녀의 위상은 일본 연예계에 건재한다, 아이를 2명이나 낳아서 배우자와 함께 케어하고 있는 그 옛날 풍속업계의 '레전드'로서 말이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9시간 마감조라는 와인매니저의 삶을 끝내고 돌아와 짤막한 토막잠을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파이프를 천천히 뻐끔거리며 피운다. 나는 약 100m 쯤 되는 원룸 건물들이 나열한 골목을 보면서 느긋하게 앉아있는데, 그 너머로 서로 장난치듯 뛰어다니며 노는 고양이들과 쭈그려 앉거나 기묘하게 꼬아 서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 처자들이 보인다. 그런 와중에 내 주변으로 10분에 1대씩 하얀 카니발이 다가와서 내가 파이프 피우는 곳 양쪽에 위치한 노래방으로 도우미들이 예쁜 다리를 자랑하며 내려 걸어간다. 이곳에서 새벽에 파이프를 피우다보면 열심히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자들을 길가의 콘크리트처럼 정말 흔하게 볼 수 있고, 그녀들을 보다 보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이성의 희롱을 받아내가며 살아내야 하는가, 하는 회한을 느끼게 된다. 내가 그러한 삶을 결코 살지 않고 오히려 상위계층의 삶으로서, 시어머니의 건물들을 관리하는 예비 건물주로서 그들의 삶을 어쩌면 '건방지게도' 내려다 보고 있기에 드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러한 생각을 하든 말든, 줄담배를 피우는 젊은 여자들은 오로지 그들의 삶, 그리고 폰에 몰입해있다. 그들이 어찌나 담배를 꼬나물지 않은 다른 손으로 깊이 빠져드는지 나는 마치 그들의 삶이 전부 그 작달막한 네모난 기계에 풍덩 빠져있지는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기묘한 자세를 몇 분이고, 몇 십 분이고 유지한 채 줄줄이 담배 꽁초를 던지고 침을 뱉으며 담배를 들지 않은 반대쪽 손의 마약 같은 기계로 빠져들어 있다. 나 같이 루틴과 자기계발이 최우선인 사람으로서는 그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지 도대체 시간 아깝게 뭐하는 거냐고 훈계할 만도 하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므로 그것은 지극히 오만한 태도일 것이다. 20대 시절 필사적으로 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던 나에게는 그러한 일축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마흔에 접어드는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공백이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들의 삶을 받아들인다. 다만 받아들일 뿐, 긍정하지는 않을 뿐이다.

또다시 파이프로 연기를 길고 풍부하게 내뿜으며 나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비효율적인 인간들에 대한 이해과 수용'이 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씀을 새기며 오늘도 나는 나 외에 골목으로 나와서 담배꽁초를 함부로 던져대는 그녀들을 바라본다. 저것들은 내가 치우거나 관리실장이 치워야 하는 것이고 때로는 그녀들은 내가 시어머니의 대리인인 줄은 꿈도 꾸지 않고 그녀들과 동급이려니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아마도 그녀들은 나를 자기와 비슷하거나 못한 나이든 여자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곳 건물주인 시어머니의 대리인으로 존재하고 그들보다는 늘 높은 위치에 매일 같이 잠도 못 자고 전쟁 같은 삶을 이끌어 성장해와, 지금의 평온하고 여유로우며 풍요롭고 부유한 삶을 이룩한 여자로서 소리 없이 군림할 것이다. 그것이 가슴 아픈 처절한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의 삶이 고양되는 방향으로 매일 조금씩 나아지도록, 그녀들이 소망하는 높은 가치로 이어지도록 경건하게 기도하는 나라는 한 여자의 마음을 그녀들은 평생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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