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을 부려서 최근에 내쫓아낸 세 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
이렇게 생각보다 조용한 이 신흥동 원룸 건물들에서 타인의 나쁜 습관을 알리는 자는 생각외로 제법 존재한다. 대부분 옆집, 내지는 앞앞옆집 등의 1주 이상 지속된 이상행동을 전화를 걸어와서 말하는 이들은, 이 이웃집의 나쁜 습관 때문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말을 나름의 분노를 담아서 말한다. 비록 무보증이지만 월세 50만 원이라는 원룸 임대료는 이 신흥동이라는 동네에서 상당히 비싼 편이라서, 만약 옆집이나 옆옆앞집에서 뭔가 꾸준히 나쁜 습관을 보여줄 경우, 이로 인해서 거주자에게 직간접적인 불편을 초래할 경우, 어찌 되었거나 나나 관리실장님에게 전화가 온다. 그럼 우리는 그 나쁜 습관을 가진 집에게 그것을 고쳐주시기를 요청하지만, 이따금씩 말로는 전혀 해결이 안 되는 집의 경우, 바로 내보낸다. 무보증 원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가 있는 집은 계약서상 바로 내보낼 수 있도록 특약을 미리 걸어놓기 때문에 뭔가 꾸준히 말썽을 부릴 경우 바로 내보내기 용이하다.
쫓겨나는 집의 대부분은 조용히 알아서 짐을 싸들고 나가지만 가끔은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가는 경우가 있다. 감히 나를 내보내?라는 느낌의 일종의 복수다. 소주병만 50여병을 바닥에 쌓아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도배지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경우도 있었고, 몇 달 동안 청소가 전혀 안 된 쓰레기집을 그냥 두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는 방안에서 피우던 담배꽁초들을 냄비에 타액과 함께 모아모아서 그것을 바닥이나 벽지에 내동댕이치고 가는 것이다. 앞의 경우들은 그래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도배를 새로 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지만, 하도 담배를 방안에서 많이 피워대서 담배냄새가 찌들고 내동댕이친 오물로 인해 역한 냄새가 밴 방안은 청소하고 도배를 새로 하고도 한 달은 환기를 시켜야 한다. 그래도 코가 예민한 세입자들은 집에서 은근한 악취 같은 게 난다고 말하고, 나도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영 신경이 쓰인다.
최근에 내쫓은 집은 총 세 곳이었다. 매일 밤마다 친구들을 불러서 술파티를 열었던 집, 한 명만 살 수 있는 방인데 무려 세 명이 모여살던 집, 그리고 악취나는 쓰레기를 집 내부가 아닌 현관문 외부에 매일 두고 치우지 않던 집이었다. 밤마다 친구들과 부어라 마셔라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집은 결국 술을 먹고 새벽 3시에 싸움이 크게 나서 경찰까지 다녀갔다. 심지어 하도 반항을 해서 결국 경찰서에서 연행해 갔다고 했다. 그 집이 있던 건물은 그 소동으로 인해서 건물의 모든 세입자가 잠에서 깨었던 모양이고, 덕분에 나와 관리실장은 느닷없이 새벽에 쏟아지는 전화와 문자로 인해 날밤을 새야 했댜. 그 집은 그 다음 날 바로 쫓겨났는데, 같이 살던 친구끼리 또 싸움이 났는지 옆집에서는 서로 싸우는 소리가 또 나더라고 증언했다. 쫓겨난 다음 날 관리실장님과 함께 방 내부 컨디션을 체크하러 갔는데, 먹고 마신 배달음식들과 소주병들이 한 가득 널브러져 있었다. 관리실장님은 병을 안 깨먹고 간 게 어디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여러 가지로 참 한심한 집이었다.
다음은 한 명만 살 수 있는 방인데 무려 몇 달이고 몰래 세 명이 몰려 살던 집이었다. 이들은 베트남 사람들이었는데, 밤마다 음악을 틀고 수다를 떠는 것이 방음이 잘 안되었던 탓인지, 결국 아랫집에서 내게 항의를 해서 알게 되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베트남 사람들인지라 나와 관리실장님은 옆집과 아랫집, 윗집에 수소문을 했는데, 한 명만 살 수 있는 방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둘셋이 모여 살았다는 것이었다. 제법 관대했던 이웃들은 그러려니 하고 하나가 살든 둘셋이 모여살든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밤마다 클럽음악을 틀고 시끄럽게 베트남어로 수다를 떨어대는 것이 결국 누적이 되어 나에게까지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이 외국인들을 너그럽게 타일러서 한 명만 살게 할 것인가, 그냥 쫓아낼 것인가를 자비롭게 고민했지만 결국은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랫집 뿐만 아니라 바로 옆집들 그리고 윗집까지 내가 물어보자마자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광역적으로 민폐를 끼친 케이스는 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내가 이들을 가차없이 내보낸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냄새나는 쓰레기들을 현관문 밖에 매일 같이 내놓고 치우지 않았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 처음 1년 정도는 아무런 문제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쓰레기를 문 밖에 내놓기 시작하더라도 바로 옆집에서 말했다. 그런데 이 쓰레기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냥 깨끗한 쓰레기였으면 옆집에서도 그냥 참아줬을 텐데, 문제의 이 쓰레기들에서는 코를 찌르는 나쁜 냄새가 났다. 그것이 한 층의 복도를 가득 채워서 옆집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 그것이 무려 두어달동안 지속이 되었는데, 매우 관대하니 참을성이 있던 옆집에서는 보다 못해 그 쓰레기들을 알아서 채워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웃긴 것은, 그 쓰레기를 남의 집에서 치운다는 이유로 적반하장으로 더 많은 쓰레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분노에 차서 내게 털어놓던 한 때 매우 마음이 넓었던 이웃은, 적어도 쓰레기라도 내놓지 않도록 해달라고 자비롭게 건의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옆집들의 의견도 듣고 결국은 바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공동생활에 대한 매너가 안 되어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였고, 다른 옆집들의 말을 종합해본 결과 이웃이 악취 나는 쓰레기를 치워주는데도 전혀 반성이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내놓았다는 그 나쁜 마음씨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 나쁜 마음씨는 쫓겨나는 날까지도 변치 않아서, 나와 관리실장님이 사람이 없는 방을 열어보았을 때 그 안은 일부러 터뜨린 쓰레기들로 너저분해져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같이 버리는 습관이 있었는지 군데군데 썩어가는 것들도 보였다. 나와 관리실장님은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 방을 천천히 치워내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비우고도 그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완전히 빠지기까지는 3일 정도가 걸렸다.
이외에도 오랜 나쁜 습관으로 인해서 이웃들의 컴플레인을 받고 쫓겨나는 집은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에 겪은 3건에 대해서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이 제법 생생한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세입자가 부디 말썽을 부리지 않기를, 사이좋게 이웃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잘 살아가기를 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들기 무섭게 사람들은 어딘가 고장이 난 매너로 인해 한 두가지씩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가 이웃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눈덩이처럼 커져 이윽고 나와 관리실장님의 귀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이 여러 채의 원룸 건물들이 평화로운 삶들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건 매일 같이 쓰레기를 마주하고 세입자들을 관리해주시는 마음씨 좋고 조용하신 우리 관리실장님도 마찬가지이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