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Jul 17. 2016

와인 청동기 시대의 도래

와인을 마시며 도구 life 가 시작 되다. 

8000원짜리 와인 이후로 우리 세남자's 는 보다 적극적으로 와인을 마시기 시작 했다. 뭐에 홀린듯 거의 매주 한번 아니면 두번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히려 우리의 형 A 가 더 적극적이였다. 와인을 파는 곳이 어디인지 인터넷으로 찾아 보기도 하고 동호회도 가입을 하며 와인을 열심히 팠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형 뭔가 하나에 몰입하면 어느 수준에 오를때까지 꾸준히 몰입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8000원 짜리 와인이 기폭제가 되어 우리를 이끌어 주는 와인 리더가 생긴 것이였다.  


그런형이 드디어 도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와인잔이였다. 어느날 퇴근길 카톡으로 소집 문자가 왔다. 


'8시 내 자취방, 와인 콜'

'콜'


우리는 퇴근후 한달음에 형의 방에 갔다. 형이 들뜬 마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앉어, 와인 마실꺼니까 안주 시키고"

나는 간단하게 통닭을 시켰다. 형이 사두었던 와인을 꺼내들고 우리에게 말했다. 

"드디어 주문했던 와인잔이 배달되었다. 슈피겔라우 와인잔이야."

형이 와인잔을 물로 헹구며 말했다. 딱 보이게도 그 잔은 가벼워 보이고 시원하게 생겼다. 일반컵에 와인을 마시던 상황과는 안녕을 고하는 시간이였다. 

"이 와인잔에다 마시면 말이야 스월링을 하기도 쉽고 더 맛있어."

"더 맛있다고? 와인잔만 바뀌었는데?"

"그렇다니까~ 일단 마셔봐"

형은 우리에게 와인을 따라 주었다. 농익은 와인이 와인잔을 타고 흘러 내렸다. 형은 와인을 와인잔의 1/3 가량 채운체 우리에게 말했다. 

"슈피겔라우를 위하여!"

"위하여~!!"

우리는 와인잔 끼리 건배를 했다.

"띵~"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마치 종소리 처럼 울려 퍼졌다. 컵으로 건배를 했을때에는 그냥 "틱" 하고 끝나던 것이 와인잔이 공명을 하였다. 

"오! 이거 졸~신기!"

"이게 바로 와인잔의 매력이야"

"와인잔 목이 굉장히 얇네?"

"그걸 스템이라고 해. 손으로 잡는 부분, 그게 또 와인잔 만드는 기술이거든 바디하고 스템을 한번에 만드느냐 만들어 놓고 붙이느냐. 이 슈피겔라우는 한번에 스템을 뽑아 냈기 때문에 더 가볍고 소리도 좋고 또 그만큼 비싸지."

"와인잔 하나에 얼마길래?"

"삼만원"

"헐 삼만원? 와인잔 하나에? 다이X 가면 3000원이면 사는데?"

"와인 마시려면 그정도는 투자 해야지~"

나는 놀랐다. '와인 잔 하나에 뭔 삼만원 씩이나 하지? 이거 깨질까봐 무서워서 마시기나 하겠나?'

 형은 나의 마음을 읽은듯 말을 이어 갔다.

"괜찮아 몸통으로 건배하면 쉽게 깨지지는 않으니까, 비싼 와인잔은 그만한 가치를 해, 무엇보다도 이 유리 벽이 얇지?"

"응, 굉장히 얇네"

"이게 포인트인데 유리벽이 두꺼우면 입술과 입술이 맏 닿는 부분이 멀어져, 입술과 입술이 가까울 수록 와인을 시음할때 보다 용이하게 하고 와인을 더 맛있게 느껴지게 하지~"

"헤~ 그런게 어딨어 와인이야 어디에 마시든 다 똑같은거 아닌가?"

"이 차이야 와인을 입을 벌리고 벌컥 벌컥 마시는 것과 입술을 붙이고 와인을 흘러내리듯이 입에 붓는것. 어떤게 와인을 느낄때 더 도움이 될까? "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는 척하며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때는 입술을 붙이고 흘러내리듯 입에 들어가는게 와인 맛을 느끼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빙고~"

재미 있었다. 비교를 하기 위해 그동안 마셨던 두꺼운 유리 잔을 가져오더니 와인을 따라 주었다. 

"이거랑 비교해서 마셔봐"

"아니 뭐 이렇게 까지.. "

"한번 해보삼"

나는 정말 비교해 보기위해 강제로? 와인을 마셨는데 우와~!! 와인잔 하나에 이렇게 와인을 느끼는 느낌이 다르단 말이야? 슈피켈라우 와인잔에 마시는게 더 와인을 마시기 쉽고 맛있게 느껴졌다. 

"와인이란거 말이야 수천년 역사가 있는거야."

"그려?"

"와인잔도 그에 맞춰서 발달해 왔지, 이 와인잔에도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기 위한 방법이 녹아 있는거야. 그래서 좋은 와인엔 좋은 도구를 갖추어야 하지"

문득 이 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짧은 순간에 동호회도 가고 하더니 많이 늘었네. 

그 형은 신이나서 또 말했다. 

"그리고 이거 유리가 아니야."

"유리가 아니면 뭔데?!"

"크리스탈"

"크리스탈?! 무슨 차이가 있나?"

"크리스탈은 뭘 섞는데 아무튼 일반 유리에 뭘 섞어서 섬세한 세공이 가능하게 만든거야. 그래서 이렇게 얇게도 만들 수 있고 한번에 와인잔을 뽑아 낼 수 도 있는거야."

"신기하네?"

"그것 뿐만 아니야. 이 와인잔 유독 가볍지 않냐?"

"그러네 얇아서 그런가 굉장히 가벼워, 대개 이정도 스케일이면 무거운데 말이야"

"얇으면 좋은 점이 또 있어. 바로 스월링 하기가 용이하다는 거야."

형이 설명을 할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나도 와인잔을 사게 되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나는 저렴한 3000원 짜리 와인잔을 사게 되었는데 잔이 무거워서 그만큼 컨트롤이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스월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슈피겔라우 와인잔으로 갈아 타게 된다. 

"그 차이로 와인잔은 가벼워야해. 너도 나중되면 알게 될꺼야. 훗. 아니 사게 될꺼야"

와인잔 하나에 이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니 처음 알았다. 아니 형이 와인잔을 사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지도 모르는 정보였다. 그러는 와중에 형이 또 질문을 하였다. 

"왜 와인잔들은 모두 투명할까?"

"그러고 보니 모든 와인잔들이 다 투명했던 것 같아."

"내가 질문했잖아."

"음.. 이 농익은 와인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되는데로 말을 날렸는데 그게 얼추 맞았나보다. 

"와인은 오감으로 음미하는데 그중하나가 색이야. 와인은 색에 따라 구분이 또 되거든. 와인잔은 와인의 색을 보다 유리하게 볼수 있기 위해 투명하고 무늬를 넣지 않아."

"캐신기하네?"

"캐신기 하지."

와인을 그냥 마시는 것보다 알아가면서 마시는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이렇게 우리 세남자's 의 와인 라이프에 도구라는 것이 개입되기 시작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본에서 와인을 외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