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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17. 2016

일본에서 와인을 외치다.

오사카에서 만난 스탠드 와인바

일본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중 하나가 바로 '와인' 이였다. 

와인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사랑은 조금 더 각별한 것 같다.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이쁜 와인 샵들이 있는가 하면 스탠드 와인바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일본 여행을 하며 나를 행복에 겨워 미치게 했던 것들중 하나가 

바로 이 스탠드 와인 바 였다. 


오사카 우메다였나? 길을 걷다보니 먹자 골목이 펼쳐져 있었다.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치려는 찰나 사람들로 부쩍이는 스탠드 와인바가 눈에 띄었다. 

'한번.. 가볼까?'

한국에서는 왠지 가기 어려웠던 와인바였지만, 오사카에서는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여행을 하게되면 씌어지게 되는 '낭만' 이라는 필터 때문이기도 하겠다. 


와인바는 생각외로 아담했다. 하지만 유명한 곳이였는지 신문 스크랩해 놓은 액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엇고 많은 사람들이 서서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였기 때문에 난 살짝 긴장이 되었다. 


"혼자 오셨나요?"

"네, 혼자예요."

"편하신데로 가시면 됩니다."


나는 제일 구석진 자리로 갔다. 뭐랄까, 전형적인 일본식 가게 느낌이랄까? 6평정도 작은 사이즈의 가게 였는데 가운데는 온갖 와인병이 걸려져 있었고 그 작은 공간에서 와인도 준비하고 음식도 준비하고 있었다. 가게를 구경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메뉴판을 보았다. 가격대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가격대, 너무 좋았던 것은 뭔가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았다는 것. 병으로 시킬 필요도 없고 잔으로 시키는데 와인 종류를 많이 명기 하지 않아서 심하게 고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나는 큰그림으로 화이트를 마실지 스파클링을 마실지 레드를 마실지만 결정하면 됬다는 것 등이였다. 그래서 난 치즈 하나와 화이트를 시켰다. 


와인을 기다리며 난 다시한번 가게 주변을 훓어 보았다. 간결하고 깔끔한 인테리어, 분주한 다이닝 룸, 그중에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손님들이였다. 딱 봐도 퇴근 후 한잔하기 위해 들어오신 손님들.. 그 많은 손님들 중 내 옆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회사원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회사원의 상징인 검은색 정장에 회색 바바리를 입고 혼자 와인 한모금을 하고 계셨다. 안주는 시키시지 않은체 딱 와인만, 가만히 서서 와인향도 맡고 또 와인도 한모금 하면서 이 바쁜 도시에서 자신만의 여유를 찾고 있는 그런 느낌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에 나도 이렇게 자신만의 여유를 제공할 수 있는 가게를 한국에서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가게를 온 손님중 절반 이상은 혼자 온것 같았다. 아무래도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혼술문화 그 시발점이 아니였나 싶다. 


"손님 와인이 준비되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내가 시킨 와인이 나왔다. 치즈는 접시에 간결히 담겨 나왔다. 와인에 치즈를 시켜본 적은 처음이였기 때문에 이거 안주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금씩 나왔다. 오랜 여행으로 인해 목이 말랐기 때문에 일단 와인을 입에 털어 넣었다. 


'뭐지 이게?'


아 세상에 이 와인은 내가 마셔본 와인중에 가장 좋은 느낌이다. 와인안에 오크향이 아주 진하게 베어 있었다. 인위적인 단 맛이 아닌 과일을 마실때의 그런 단맛이 미세하게 나서 나의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불과 얼마 안되는 가격에 난 굉장한 호사를 누리는 느낌이였다. 원래 와인이 좋은 것인지, 여행지라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고였다는 것이다. 와인과 그렇게 혼연 일체가 되어 있는 사이 나의 치즈에 눈에 띄었다. 마른 과자 몇개와 뭔가 다양한 종류의 치즈. 일단 난 치즈를 찍어 먹어 보았다. 


'허억! 겁나 맛있잖아? '


항상 마트에 가면 브리 치즈나, 까망베르 과일치즈 이런것만 보고 먹었는데 이건 뭐랄까 단단하면서 와인맛을 헤치지 않는 그런맛이랄까? 와인맛에 놀라고 치즈맛에 두번 놀랐다. 여행을 하며 좋은 것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보석같은것을 찾는 다는 것인데 이 와인가게가 그 보석과도 같은 곳이였다. 이 가게를 똑 떼어다가 한국에 가져다 놓고 싶을 정도로..


와인과 치즈를 마시며 그렇게 호사를 누리니 하루의 피곤이 다 가시는 것 같았다. 아니 그곳엔 '와인과 나' 만 존재 했다는것이 조금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도시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오아시스 같은 곳이 존재하다니, 갑자기 오사카의 시민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손님들이 부러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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