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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17. 2016

와인을 시작하다.

세남자'S  와인을 접하다. 

일본인 친구가 와인을 눈뜨게 만들어 주었다면 와인을 삶에 녹아들게 해줬던 사람은 바로 회사 동기들이였다. 

여기에 또 웃긴 에피스드가 있는데, 만난지 2년이 지난 동기인데 서로간에 접점이 없어서 같이 하는 술자리도 그리 많지 않았고 또 어울리도 않았었다. 그런데 같이 어울리던 룸메나 동기가 나간 이후로 서로 어울리던 패거리가 없어져 남아있는 우리끼리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어느날 이렇게 친해진 동기들과 이마트에 같이 가게 되었다. 혼자 마트에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시간을 마춰서 마트에 가곤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주류코너 앞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역시 술에 대핸 취향도 달라서 형 A 는 맥주, 형 B 는 막걸리와 맥주에서 고민하고 있었고 맥주도 소주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멀뚱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주류코너 옆에 있는 와인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와인을 너무 감명깊게 접했었기 때문에 한번 사 보기로 했다. 하지만 와인 코너에 가서 가격적인 장벽에 부딛혔다. 대다수의 와인이 만원 이상이였기 때문이였다. 1000원짜리 소주나 맥주를 마시던 나에게 이런 와인의 가격은 넘사벽이였다. 


'이거 사지 말까?' 하다가 8000원 짜리 와인을 보게 되었는데, 발바닥이 그려져 있는 와인이였다. 

'이정도 가격이라면 사도 될 것 같다. ' 하면서 그 와인을 골랐다. 


우리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모여서 종종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에서 상당히 많은 떨이 상품들을 사왔기 떄문에 바로 먹어 치워야 했다. 형 A 는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나는 밥상을 정리 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 봉지에서 와인이 또르르. 하며 굴러 나왔다. 그 와인을 보고 있자니 혼자 마시는 것보다는 같이 마시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형들에게 물어 보았다.

 

"형 와인이나 마실까?"

"그거 산겨?"

"응 마실려고, 소주는 별로 안좋아하니까.."

"그럼 한번 마셔볼까?"


하더니 형이 오프너를 꺼냈다. 그때만 해도 와인잔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마셨다. 농익은 와인이 벌컥벌컥 종이컵 위에 따라졌다.컵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는 걸까? 아니면 남자들끼리 와인을 마셔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와인도 마치 막걸리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것인지.. 내가 선호하는 품종이 아니라서 그런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적어도 내 맘에 드는 와인이 아니였다. 무려 8000원 씩이나 주고산 와인인데, 뭔가 아쉬웠다. 난 그 섭섭함을 담아 형에게 말했다.  


"형 좀 별론듯?!"

"그렇긴 한데... 와인은 왜 샀냐?" 

형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 보았다. 난 구구절절히 와인을 왜 사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일본에서 접하고 갑자기 와인이 땡겼던 일까지. 그리고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이 종이컵을 흔들었다. 

"이건 스월링이 잘 안되네, 종이컵의 한계인가?"

"스월링?"

난 갑자기 생소한 단어가 나와 물어 보았다. 스월링이 뭐지? 

"스월링은 와인잔을 올리는 거야. 와인을 산화 시키는 거지. 보다 와인을 맛있게 만드는 단계라고 보면되"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형 은근 와인에 대해 알고 있던게 아닌가? 알고보았더니 이 형 있는집 자제 에다가 20살때부터 각종 주류를 접했던 주류계의 인재? 였다. 와인도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접해서 종종 마시곤 했단다.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도 알고 있었고,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였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마트에 가게 되면 와인을 꼭 사게 되었고, 그 형은 와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산 8000원 짜리 와인이 촉매제가 되어 우리의 와인 라이프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세남자's 와인 어드벤쳐의 서막이 시작되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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