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Jul 17. 2016

분위기 메이커

와인만 따도 분위기가 반전 된다. 

와인은 왜 마시는 걸까? 다른 술들도 많은데? 


나는 와인을 마시는 이유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항상 모임을 하게 되면 처음 오신 분들에게 와인과 소주의 차이점을 말하곤 한다. 와인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에서 마시고 소주는 인생의 쓴맛이 느껴질 때 마시는 술이라고.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맞는것 같다. 모임 자체가 직장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고 나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 모여 와인이라는 주제로 같이 대화도 나누고 저녁도 먹는게 재미있었다. 


와인을 마시고 있자면, 분위기를 일부러 띄울 필요도 없다. 주인공은 와인과 음식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향을 느끼면서 음식의 다양한 맛을 접하면 남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여기에는 직장 상사도, 현실의 어려움도 잠시 내려 놓는다. 향긋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감미로운 와인과 어우려저 환상의 콜라보를 만들어 낸다. 비록 한두푼 하는건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들을 이끌어 냈다. 


첫 정모. 부평에서 단 3명이 모였다. 첫 정모는 BYOB (Bring your on bottle) 각자 한병씩 자신이 마실 와인을 가져오는 모임이였다. 첫 주제를 정하기도 어렵고 BYOB 로 진행하면 내가 와인을 선택하는 부담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BYOB 를 선택 했다. 부평으로 선정한 사유는 '블랙스미스' 라고 콜키지가 되는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또 세명의 접근성이 그나마 나은곳이라 선정하게 되었다. 


난 퇴근 후 바로 모임 장소로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데도 조금 늦고 말았다. 이미 두 사람은 만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모임장님?!"

모임장이라니, 정말 육성으로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서 어색했다. 

"네, 제가 좀 늦었어요. 어서 들어 가시죠."

"네~ ^^"

블랙스미스는 콜키지가 무료 였다. 너무 고맙게도. 미리 전화를 해서 콜키지를 한다고, 또 세명이 간다고 말을 해 놓은 상태 였기 때문에 우리는 가자마자 창가쪽 좋은 자리를 앉을 수 있었다. 창밖으로는 부평역이 보이고 차들이 지나가는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도시에서 그나마 운치가 있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가만히 창밖을 보자니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춘것 같은데 창밖 도시는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금요일 밤. 퇴근길 혹은 약속길에 바쁜 사람들이 부지런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모임에 집중하였다. 그러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모임은 처음이였고 더군다나 와인이라니. 하루 전날 와인에 대해 정신없이 공부하긴 했지만, 공부하는 것이랑 설명하는 것이랑은 다르기 떄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에 밝혀 졌다. 


모임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억지로 나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었다. 

"평소 와인을 좋아하세요?"

그러자 A 양이 말했다. 

"아! 캐나다 유학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많이 마셨어요. 같이 유학을 하였던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같이 시음노트도 만들고 했어요."

"우와! 그럼 와인에 대해 많이 아시겠네요? 평소 어떤 와인을 즐겨 드시는 데요?" 

"크게 가리지는 않아요. 마셔보고 느낌이 좋으면 계속 마신다고 할까?"

"캬!! 저도 그렇긴 한데, B 씨는요?"

"집에서 간혹 한병씩 마시곤 해서 와인을 좋아하지만 미친듯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예요. 와인에 대해 좀 배워 보고자 이 모임에 오게 되었어요."

"저도 이 모임에서 와인을 좀 배워 보려구요. 사실 모임장이지만 와인 잘 모르거든요. 같이 마셔가면서 배워 갔으면 해요. "

그렇게 자연스럽게 와인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꼬르륵'

순간 배가 고파왔다. 우리는 뭐라도 시켜놓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일단 음식을 시키죠?"

"그럴까요?"

메뉴를 보았다. 일전에 이 가게를 와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메뉴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숙지를 한 상태였다. 일단은 셀러드와 피자, 파스타를 시키기로 하였다. 우리는 주문을 마무리하고 다시 와인 이야기로 돌아 갔다. 


"어떤 와인들을 가져오셨는지 꺼내 볼까요?" 하면서 나는 떼루아에서 사온 와인을 꺼냈다. 페니와이즈. 미국산 피노누아로 와인 라벨이 인상적인 술 이였다. 그리고 아포틱 화이트 / 에스쿠도 가 나왔다. 


와인을 마셔보았을때 페니와이즈가 가장 가볍고 에스쿠도가 제일 무거웠다. 아포틱은 화이트였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마시는 순서를 아포틱 - 페니와이즈 - 에스쿠도 순으로 마시기로 하였다. 


첫 안주인 셀러드는 금방나왔다. 우리는 화이트를 먼저 오픈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아포틱 화이트를 꺼내 들었다. A 양이 말했다. 

"제가 딸께요"

하면서 오프너를 잡고 능숙한 솜씨로 와인을 따기 시작했다. 포즈를 봐도 몇번이 아니라 최소 몇십번 이상은 와인을 마셔본 포즈였다. 와인을 따고서는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포특 화이트. 과연은 과연, 너무 농익지 않았으면서 지나치게 달지도 않다. 드라이한데 약간의 단맛이 혀 끝에 맴돈다. 첫 한모금 하면서 갑작스래 기분이 좋아졌다. 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아포틱 화이트인가요?"

"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술이기 때문이예요.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도 있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술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같이 마셔보고 싶었어요"

인상깊었다. 와인의 매력은 수만가지 맛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걸 평생 다 마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서 서로간 좋아하는 와인을 비교 마셔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아포틱 화이트는 자주 마시고 또 좋아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다. 

"저도 이 아포틱 시리즈 엄청 좋아해요. 아포틱 레드/화이트" 

"아! 그래요?!" 


좋은걸 마시고 맛있는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와인은 향으로 마시기 때문에 향긋한 와인향에 취하게 하고 음식에 혀를 놀라게 한다. 대 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와인과 음식에 빠져든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샐러드랑 잘 어울리네요." 

"맛이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자리를 이어 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와인모임의 장점은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고 와인과 음식이 주인공이 때문에 내가 분위기를 만들어 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였다. 좋은음식과 좋은 와인을 마시기 때문에 우리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고 분위기는 내가 우려할 필요도 없이 좋았다. 


처음 이 첫 정모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 지 고민했던게 쓸데 없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정말 쓸데없는 기우중 하나가 '과연 와인을 다 마실수 있을까? 각 한병씩 마셔야 하는데?' 였다. 세남자's 에서 와인을 마시면 1/3만 마셔도 힘들었었기 때문이였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음식을 먹으면서 천천히 와인을 접하니 와인이 금방 비워지게 되었다. 화이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음 음식인 피자와 파스타가 나왔다. 그래서 난 서둘러 내 와인을 꺼냈다. 

"제가 가져온 와인은 이 와인이예요. 페니와이즈"

"마트에서 못본건데, 무슨 와인인가요?"

"아! 저도 잘 몰라요. 개인적으로 미국 피노를 좋아해서, 라벨이 깔끔하고 이쁘길래 한번 사보았어요"

과연은 과연. 정말 맛이있었다. 이 와인을 마시면서도 몇병씩 재워 놓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다. 레드는 조금 더 느긋하게 마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스테이크를 시키며 에스쿠도를 땃다. 갑자기 무거운 와인이 나왔다. 스테이크랑은 잘 어울렸는데 지금까지 마신 와인이 경량급 이였다면 갑자기 헤비급을 만났다고 해야 하나. 거기서 사람마다 입맛이 많이 다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세시간동안을 쉴세없이 이야기 하였다. 우리가 나이가 같은 동갑이라는것, 거기서 바로 친구를 하자는 것, 우리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재미 있었다. 


소주한잔 걸치면서 인생을 논하는 자리가 아닌 좋은 사람들과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 우리는 와인으로 하나가 되었고, 그렇게 첫 운영진을 마련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BYOB 모임을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