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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17. 2016

와인을 소주 처럼

그렇다고 X 이슬처럼은 아니야. 

"와인을 소주처럼 마시자가 내인생 모토야."


모임을 할 때면 입버릇 처럼 말하는 멘트가 하나 있다. 바로 저거다. 와인을 소주처럼. 우리네는 와인을 너무 어렵게 대한다. 쉽게 접하기 힘든 술이고 뭔가 격식을 차려야 하고 방법도 알아야 한다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소주를 대할때 격식을 차리던가? 서민 술이 아니던가? 힘들면 쉽게? 찾게되는 그런 술이 아닌가 싶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마트에 가보면 와인 코너에 와인이 엄청나게 많다. 그곳 사람들은 우리나라 소주 고르듯이 골라가더라. 물론 와인 가격이 소주가격인 술들이 많았다는 것은 함정.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와인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가격적인 측면, 또 쉽게 접해 보지 못해서 어려운 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 와인이 모든 고깃집마다, 모든 술집마다 구비하고 있었으면 접하기 더 쉬웠으려나? (물론 가격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재하에)


사실 입버릇처럼 와인을 소주처럼 마시자고는 하지만 그 허들을 넘기는 쉽지 않다. 그 허들만 넘으면 와인은 소주처럼 친근한 술이 된다. 인생의 동반자라고 해야 하나? 소주와는 달리 와인은 좋은 분위기 좋은 사람들과 마시게 된다. 직장상사에게 혼이 났다고 와인 따던 사람을 본 적 있나? 드라마에서도 본적은 없다. (한번 나오면 참신하긴 하겠다) 모두 손쉽게 소주한잔 걸치고 들어가지.. 


와인을 소주처럼 마시게 된 계기는 아마도 심리적 가격대가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 와인을 살때는 8000원도 나에겐 너무 비싼술이였다. 소주 8병을 살 수 있는 가격. 하지만 그러다 2~3만원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게 되더니 나중에는 5~6만원데.. 지금은 10만원대 까지 계속 마시다 보니까.. 와인이 음료로 느껴지게 되었다. 당연히 괜춘한 와인을 사려면 2~3만원쯤은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심리적 가격대를 깨는 순간이 와인이 소주처럼 느껴지는 순간일 것이다. 소주를 1000원 2000원 주고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2~3만원 짜리 와인을 손쉽게 소주처럼 소비한다? 아마 어려울 것이다. 2~3만원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할때 와인을 접하기 보다 용이해 질 것 같다. 


가격적인 문제 이외에도 와인을 소주처럼 느끼지 못하는게 배워야 하는 술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만약 와인이 2~3천원짜리고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이것 저것 마셔보고 어떤게 좋았는지 어떤걸 마셔야 하는지 느끼게 될 테지만.. 한두푼 하는게 아니다 보니까 한병을 골라도 심사 숙고 하게 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더 찾아보고 물어보고 하게 되는 것이다. 싼게 아니니까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와인을 마시면서 100% 성공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람의 입맛은 다 다르고 또 와인을 마시면서 좋아하는 와인이 또 달라져 간다. 결국에는 많이 마셔보는 수밖에 없다. 와인 라이프를 하면서 느낀것이지만 와인이 좋아지는 순간이 절대적인 량이 필요한 것 같다. 어느 수준은 지속해서 마셔봐야 익숙해 지고 익숙해 지면 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는 또 좋아지고.. 그래서 와인 라이프에는 정답이 없다. 끊임 없이 도전하고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 


격식이 와인을 더 어렵게 한다고? 별거 없다. 일단은 소주잔 꺽듯이 마시기 시작해. 그렇게 마시다 보면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연구 하게 되고 그 방법이 와인을 대하는 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치 내 옷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게 된다. 


어려워 하지말자. 일단 저지르자. 일단 마셔보자. 까짓것 뭐 있는가? 그래보았자 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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