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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17. 2016

삼총사 와인을 탐닉하다.

와인을 즐기는 법

우리 삼총사는 와인을 본격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했다. 와인을 사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의 백화점도 들리고, 김포의 떼루아도 방문해서 와인을 사 날랐을 정도니까.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세남자's 는 뭉쳤고 할일도 없어서 와인을 따기로 했다. 물론 형 A 의 긴급 소집이 있었던 터였다. 

그렇게 우리를 모아놓고 형  A 는 말했다. 

"기다려봐. 내가 좋은? 동영상을 구했어."

"그래? 얼마나 좋은 거길래?"

"ㅋㅋ 기대 해도 좋아."


하면서 동영상을 틀었다. 우리 세남자's 의 눈이 반짝였다. 진중한 음악이 펼쳐지며 제목이 나왔다. 

'다큐멘터리 극장'

"다큐멘터리 극장?! 시방 이게 뭐시랑께?"

"와인 탐사 기행 - 소유진 편.."

"!!!!"


그렇다. 형이 구했다는 좋은 동영상은 소유진씨가 프랑스 와인 투어를 떠나면서 찍었던 다큐멘터리였다. 

"뭘 기대한거야? 와인 마시면서 이정도면 훌륭한 동영상이 아닌가?"

"으..으응 그.. 그렇지.."

뭐랄까. 이형 의도한건가? 복잡미묘하게 말이야. 형 A를 제외한 두명은 약간 허탈해 하며 서로를 보며 어설프게 웃었다. 우리는 와인 다큐멘터리를 보며 와인을 땄다. 


"프랑스 기행이라 프랑스 와인을 준비했어."

"맨날.. 프랑스 와인만 마시면서."

"그냥 멘트 한번 해봤어. "


진홍색의 와인이 따라졌다. 잔 가득 와인향이 넘쳐 흘렀다. 마치 영화에서 처럼 코끝 가득한 와인 향에 취해버렸다. 향이 진한 만큼 와인이 아직 덜 깨고 있었다. 타닌감이 느껴져서 와인을 받아두고 스월링을 했다. 


TV 에서는 소유진씨가 와인을 마시며 프랑스를 여행했다. 마치 고성같은 샤또도 방문해서 마시기 힘들다는 그런 빈티지의 와인을 마시는 것을 보며 우리 세남자's 도 그 장면에 우리를 오버랩 시켰다. 마치 우리가 그 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여행한번 가자."

"여행? "

"그래 와인들고 미국이든 프랑스든 와인 투어를 떠나는 거야."

"영화에서 처럼 막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도 느끼면서 그렇게 떠나는 여행 말이야? 차몰고 다니면서?"

"X 라 멋있지 않냐?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 마시면서 음식과의 마리아쥬를 느끼며 산지에서 직접 살아있는 와인을 마시는 거야. 농익은 향과 산지의 떼루아도 느끼고 ..."

형은 낭만에 취해 있었다. 마치 이미 그 곳으로 (마음은) 떠나 있는 것 같았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갈 수 있을까? "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거야. 얼마나 재밌겠냐?"

소유진씨가 나오는 다큐멘터리 때문이였을까, 흙향이 진하게 나는 샤또의 포도주 때문이였을까? 형 A 는 조금 들뜬것 같았다. 거기에 나도모르게 동조되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저 일반적인 여행이 아닌 와인여행이라니. 생각만해도 멋있었다.  


"와인이라는건 정말 신기한 것 같아. 물론 소주나 위스키 다른 술들도 좋아하지만 와인은 특히 알 수 없는게 그 매력인것 같아. 빈티지에 따라, 떼루아에 따라, 품종에 따라, 블랜딩에 따라.. 너무 변수가 많잖아? 그 많은 변수들 중에 하나가 나한테 온거야. 그리고 이런 복합적인 느낌을 내 안에서 폭팔시켜.."

"시인이 다 되셧네.."

형 B도 와인을 마시다 말고 말했다. 그런것에 굴하지 않고 형 A는 흰 벽지쪽에 와인을 같다 대며 말했다. 

"이 색을 봐, 검보라 색의 이 와인. 이 색을 정말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 " 

"색만 봐도 매혹적이지. 난 특히 와인을 스월링 할때 흘러내리는 이 눈물자국이 좋더라. 물과는 다르게 점성이 느껴지며... 날 마시라고 유혹하는 것만 같으니까.."

"그것도 와인을 평가하는 척도지. 그걸 보고 신의 눈물이라고 하던가?"

형은 와인을 한모금 홀짝 마시며 말했다. 

"음.. 와인이 적당히 풀린것 같다. 산도도 적당해지고 타닌감이 줄어들고 부드러워 졌어."

나도 스월링을 멈추고 와인을 마셔보았다. 

"오! 확실히 맛이 변했는데, 마치 우유처럼 부드러워 졌는걸?"

"미치겠다 이 매력. 너무 급하게 와인을 마시는 사람..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 매력을 잘 몰라. 와인을 시간을 두고 마셔야 하는데 말야.. "

"특히 빈티지가 중요한 와인들이 그렇겠지..."

"그건 그렇지 요즘은 바로 따서 마셔야 하는 와인도 많으니까. 하지만 이 프랑스 샤또는 바로 따면 타닌감이 상당해서 마시기 힘들지.. 충분히 산화 시켜서 맛이 부드러워지고 풍부해 질때 마셔야 하니까. "

"예전 같았으면 따고 바로 마셔 버려서 그 맛을 잘 몰랐는데 정말 시간에 따라 변하는 와인들이 있어. "

"저번에 니네들이 맛없다고 하고 간 와인 있잖아."

" 그렇지.. 다 못마셨잖아. "

"그거 하루 지나고 마셔봤는데 진짜 맛있어 졌어. 아무래도 그거 충분히 깨지 않아서 그랬던것 같아."

"오!? 그래서.. 그걸 혼자 다 마셨단 말이야? 우리도 안주고? "

"반병 남았었는데 어떻게 불러.. 맛있더라."

형 A 는 그 향취가 아직 생각나는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소소한 와인 경험담이 너무 좋았다. 내가 아는 감정만이 아닌 우리 같이 느낄수 잇는 감정이라니.. 


형 A는 와인을 마시다 말고 말했다. 

"소유진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니까.."

"응"

"세상에는 수많은 와인이 있고 또 그 와인중에 자신의 와인을 찾아간다는것.."

"그런 재미가 있지, 수만가지 와인중에서 자신의 와인을 찾는다는게 쉽지 않잔아"

난 형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지 그  와인중에 한번에 자신의 와인을 찾는다는 것은 불법이지. 다양한 와인을 마셔봐야 하고.."

"또 한 와인도 한번만 마셔 볼 수 없지.. 여러번 느껴봐야 그 와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거니까."

"어째.. 결혼이랑 똑같은것 같은데? " 

"뭐가?"

"수만은 인연중에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ㅋㅋ 어Wl 보면 닮은 구석이 있네."


우리는 다시 와인을 홀짝였다. 와인을 마실 때 좋은 점은 다양한 이야기를 다눈다는 것. 소주와는 다른 느낌이다.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소주를 마시게 되면 회사이야기를 안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와인을 마실때면 그런 이야기가 쏘옥~ 들어간다. 그게 와인이 가진 '마력' 이랄까? 점점 와인에 빠져 들아가는 순간이였다. 


모임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 와인을 마셨고 심한날은 월,화,수,목 마신날도 있었다. (금요일은 내가 GG)


형A 가 가장 적극적이였다. 와인을 마실때마다 와인동영상을 틀어놓고 연구 하고 가격대와 상관없이 어떤와인이든 진지하게 대했다. 색을 보고 향을 맞고 음식과의 마리아쥬를 생각하고 그리고 엑셀파일에 이제까지 마셨던 모든 와인들의 내용들을 적고 있었다. 자신만의 와인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형 그 리스트는 왜 만드는 거야?"

"왜라니? 그냥 와인을 마시는 거하고 이렇게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 하고 엄청 달라."

"어디가?"

"일단 가격을 기입해 놀수 있어서 기억하기 쉽고, 이세상 오만가지 와인을 접하다 보면 이 와인이 가지는 특성을 잊어버리기 쉬운데 나중에 기억하기도 용이하고, 또 무엇보다도 이렇게 적어 놓으면 나중에 이 와인을 다시 마시지 않아도 어렴풋이 그 느낌이 올라오거든."

"오!!! 나도 형이랑 와인을 마시면서 항상 적어야지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구"

"그럼 하지만 한번 해 두면 넘나 좋은것!!"

"그래서..? 이제까지 마신 와인이 몇병이나 되?"

"어디보자.. 근 일년간 마신 와인이.. 대략 음? 400병?"

"뭐여, 하루에 한병은 꼭 마신거잖아? "

생각보다 이형 대단했다. 계산해 보니 이 형들이랑 마신 와인이 대략 백병정도는 된 것 같다. 아.. 이형 와인 동호회도 나가고 모임도 와인을 하더니 대단하긴 하네.

"금액은 얼마나 되?"

형은 엑셀파일로 금액을 계산하더니 말햇다. 

"대략 천만원이 넘네.."

그랬다.. 와인 라이프를 시작하고 미친듯이 몰두 하더니 짧은 기간 입이  딱벌어질 정도로 마셨구나. 그래도 형은 성이 안찼는지 와인을 계속 쟁여 놓는게 당분간은 이 기세가 계속 될 것 같다. 

"사실 오늘 고백할게 있어."

"뭔데? 여자친구가 드디어 생긴거야?"

"아니 여자친구보다 더 좋은건데?"

"뭔데??"

하더니 형A 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짜잔~ 와인향 아로마 키트야."

"헐~ 대박 사고싶다 사고싶다 하더니 산거야? 이건 얼만데?"

"육... 십만원"

형은 수줍게 말햇다. 그리고 들뜬 표정으로 우리에게 와인 KIT 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와인을 마시다보니까, 와인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구. 이게 무슨 향인지... "

"그렇지 우리 맨날 블랙 커런트 향이 난다고 말만 했지 솔직히 블랙 커런트가 무슨향이 나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와인을 마시고 검색을 해보면 그 향에 대해 설명한 것들이 나와.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치 그런게 좀 아쉬웠지."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매번 원초적으로 설명했던 기억이 났다. 단 향이 난다던지.. 바닐라 향이 난다던지 향긋한 꽃향이 난다던지, 우리가 언젠가 맡아보았던 냄세로만 와인을 해석하고 있었다. 


"아로마 킷이 있으면 그 향을 해석하는 저변이 더 넓어 질 것 같아. 진짜 짱이지 않냐? "

그러더니 조그만 향수병 같은 걸 꺼내들며 말했다. 

"우리가 계속 말했던 블랙 커런트야. 한번 맡아봐"

"이.. 이게 평론가들이 말하는 블랙 커런트향인가?"

약간 매콤한 향. 후추의 느낌.. 아 . 이게 블랙 커런트인가? 신기했다. 향에 대한 저변이 넓어지는 순간이였다. 사실 와인이라는 건 맛으로 느끼는 것보다 향으로 접하는 풍미가 더 많은 술인데, 그 영역을 이런 KIT 를 통해 더 풍부하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면 와인을 조금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였다. 새삼 형이 부러워 지며, 한편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덕분에 그 형에게는 배운게 많았다. 또 와인에 대해 배워가는 것도 많았다. 


우리는 그렇게 더더 와인의 마력에 빠져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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