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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15. 2016

삼총사 샤또를 탐닉하다.

형A 샤또 메니아가 되다. 

물론 형 A의 이야기다. 우리 세남자's 와인모임을 이끄는 와인 리더였기 때문이였고 무엇보다 형의 집에서 와인 모임을 자주 했기 때문에 형의 와인을 탐닉하는 우리는 형의 취향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와인에 대한 우리의 색은 확고했다. 


형 A 는 한가지만 파는 스타일. (꽂히면 난 한놈만 패)

나는 신세계 와인.

형 B 는 안주담당. (그날의 마리아쥬는 그날 이형의 입맛이 결정했다. )


형 A 는 어떤 와인이든 한가지만 몇개월을 팠다. 한 6개월은 샤또만 한 6개월은 샴페인만 마신것 같다. 그 사이에 부족한 점은 내가 매꿨다.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는게 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각 여행지를 다녀오면서 산 와인 (그동안 인도를 여행하고 중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산 와인들.. 이 있었다.) 그리고 신세계와인을 주로 사 모으고(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남아공 와인 커피향이 난다고 해서 사버렸다) 품종으로는 피노누아를 좋아해서 피노누아를 사서 마셨다. 솔직히 어떻게 와인을 마시느냐는 개취(개인 취향) 이라 적당히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마시면 되지만.. 우리모임은 그 형태가 적절히 믹스 되어 있어서 재미 있었던 것 같다. 


약간 'T' 자로 마셨다고 할까? 폭넓게 여러 와인은 내가 준비하고 형 A 의 와인컬렉션으로 깊게 마신..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든 샤또 와인을 마시게 되면 그 전형적인 샤또만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처음 이 샤또 와인을 마시게 되었을때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나에겐 너무 어려운 술이였다. 아니 어려운 지역이라고 해야 하나? 타닌감이 있고, 지나치게 heavy 하고, 같은 메이커라도 빈티지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다니.. 아마도 처음 마시게 되면 그 지나친 무게감이 짓눌려 다시는 안 찾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형 덕분에 꾸준히 강제로? 마시다 보니까 그 매력에 대해 천천히 눈뜨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난 와인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와인을 즐길 뿐이지.)


샤또는 사실 어려운 만큼 배우는 폭이 넓은 그런 와인이였다. 같은 와인 다른 빈티지를 마셨는데 다른 맛이 나오는것도 처음알았고 (보관 상태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헤비한 와인을 즐기는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까.. 일반적인 샤또 와인은 바로 마시기 어려웠다. 스월링을 하던지 조금 열어 두던지 시간을 두고 마시는 그런 여유를 가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샤또는 음식이랑 메치가 쉽지 않았다.  까다로웠지만 모든 조건이 제대로 맞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배 이상 이였다. 아마 야구에서 정확한 타격점을 찍어서 홈런을 시원~하게 치는 그런 느낌?? 그래서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걸까? 이 뜨거운 한방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이 샤또 와인을 마시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샤또만이 가지는 전형적인 흙향을 느끼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신의 물방울을 보면 주인공이 와인 한잔을 마시자 마자 그 곳의 풍경이 펼쳐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웃긴건 나도 그런 만화와 같은 장면이 쫘~ 악 하고 펼쳐졌다는 것이다. 이게 만화 때문인지 그동안 보았던 다큐멘터리의 장면이 오버랩 되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공감각이 발현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말 신기한게 그런 그림이 만화처럼 펼쳐진 것이다. 


그렇게 형의 덕분으로 강제적? 으로 샤또 와인을 마시게 되면서 궁금한게 생겼다. 왜 샤또와인만 마시는 거냐고..그래서 난 다짜고짜 물어 보았다. 

"형은 왜 샤또 와인만 마셔?"

나는 와인을 홀짝이며 물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와인은 말야. 제대로 하나만 알아도 부족해. 난 샤또와인이 와인의 꽃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좁고 깊게 마셔보고 싶은거야. 이 샤또 와인도 떼루아에 따라 빈티지에 따라 그 성향이 변해. 이것만 파도 끝이 없어. 난 그래서 샤또만 마셔보고 싶은거야."

"형의 말이 맞는것 같다. 나도 와인을 이것 저것 마셔 보았지만 한가지 품종만, 한가지 지역만 마셔보지 않아서 내가 마신 와인이 어떤 느낌의 와인이였는지 쉽게 잊어 버리거든. 근데 형처럼 샤또 하나만 제대로 섭렵해도 정말 의미가 있고 그것 나름대로 와인을 즐기는 한가지 방법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정도 샤또와 친해지면 샴페인으로 넘어갈 꺼야. 샴페인 그것도 참 심오하거든"

"드디어 변하는 건가?"

나는 웃으며 말했다. 형은 나의 대답에 아랑곳 하지 않게 와인을 홀짝 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이 샤또 타닌감이 상당하다. 아직 덜 풀린것 같아. 와인 마개를 오래전에 열어 두거나 스월링을 제대로 해야 겠어"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다른 와인들과 달리 샤또 와인은 타닌감이 더 풍부한 것 같아."

"타닌감이 풍부하다는건 산화 방지제 성분이 충분하다는 거고 또 타닌이 풍부하면 장기 보관이 용이하지. 산화거 덜 되니까.. 그래서 샤또와인이 장기 보관에 좋은거야"

"아... 그래서 형이 그렇게 빈티지에 집착하는 건가?"

"아.. 꼭 그런건만은 아니야. 내가 빈티지 차트를 가지고 있는건 와인이 제일 맛있을때를 찾아서 즐기고 싶기 때문인거고. 사실 이 와인을 따기엔 너무 '영'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던 거고 그만큼 많이 또 빠르게 산화 시켜야 하지."

"사실 샤또 와인들이 타닌감은 풍부하지만 완전히 산화를 이루었을때 엄청나게 부드러워 지잖아. 향도 변하고"

"그게 또 와인의 매력이지"

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손은 여전히 와인잔에 고정시켜 열심히 돌리고 있는 채였다. 

"우리 저번에 샤또 와인 마셨을때 기억나? 맛이 한 네번 변했나?"

"아.. 그거 타닌감이 엄청났지. 근데 이런 타닌감이 풍부한 샤또 와인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셔야 하는데 우리는 배달음식이랑 먹다 보니까 너무 빨리 마셔 버리는 것 같아"

"그치.. 나도 동의해 그런데 음식이랑 마실때 너무 맛있는 걸 어떻해... "

"그러니까.. 제대로 정찬이랑 먹으면 충분히 시간을 두며 즐길텐데 맨날 배고플때 떡뽁이며 통닭이랑 허겁지겁 먹다보니까 샤도의 매력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우리는 매일 식사를 할때 와인을 반주를 하곤 해서 항상 허기가 져 잇는 상태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 보니 와인이 주인공이 아니고 음식이 메인이고 와인은 곁들여지는 손님과 같은 포지션이였다. 형은 그게 너무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야. 모임에 나가면 이렇게 빠르게 와인을 흡입? 하지 않거든. 시간에 맞춰 음식을 주문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으니까..이게 한두푼 하는 술도 아닌데.. "

형은 너무 아쉬워 하는 표정이였다. 난 충분히 공감이 갔다. 와인을 사러가면 대개 같이 가는 편인데 샤또의 가격은 다른 와인에 비해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였다. 

"아 맞다! 근데 형 저번에 같은 와인을 여러병 사더라?"

"아닌데?그런적 없어"

"맞어.. 그 파란색 라벨의 샤또와인 여러병 사는거 내가 봤어"

"아... 그거 빈티지가 달라."

"빈..티지가 다르다고? 생산 년도가 다르단 말이야?"

"구세계 와인.. 특히 프랑스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다른 느낌을 보여줘. 그래서 빈티지를 달리해서 구매해 본거야. 비교좀 해보려고"

"헐.. 진짜 대단하다. "

이건 여담이지만 형의 빈티지가 다른 와인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진짜 신기했다. 전형적인 느낌은 비슷한데 맛이 달랐다. 블랜딩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다른건 확실 했다. 

"아직 부족해... 내가 이렇게 계속 샤또를 파는 이유가 하나 또 있어"

"뭐.. 뭐지?!"

"바로 같은 지역이라도 강 하나를 두고 와인의 특색이 엄청나게 바뀌거든. 바로 떼루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거 만화에서 본 것 같은데? 그게 그정도로 차이가 나나?"

"비교 테이스팅을 해 본적은 없지만 와인에 미치는 떼루아의 영향이 엄청나나봐. 그에 따른 평가도 달라지고 가격도 엄청나게 차이를 보이는게 바로 샤또 와인의 마력이지"

"아아.. 이거 한 와인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심오하구나. 언제 와인에 대해 자유로워질 있을까?"

"그거 네가 평생을 가도 불가능 할 껄? 수만가지 와인을 니가 다 섭렵할 수 없으니까.."


그날의 샤또는 부드러웠다. 하나씩 이렇게 알아간다는 건 정말 내가 누릴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샤또의 인연은 형뿐만 아니라 모임에서도 이루어 지는데 모임에 마침 소믈리에 분이 오시게 되었고 샤또와인이 명칭에 따른 구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정말 이해하기 쉽게 이것 저것 설명을 해 주셔서 또 샤또 와인의 매력에 '풍덩~'하고 빠질 수 있었다. 


아.. 와인의 매력은 어디 까지인가. 이 끝없는 탈출구 없는 와인의 마력.. 계속 계속 파보고 싶다. 

샤또 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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